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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평점 :
일본인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2018년 기준으로 24명이다.
그 중에서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과학분야에서만 21명이 수상하였다.
일본 국적은 아니지만 일본과 관련있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29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 김대중대통령 한분만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뿐이다.
일본은 어떻게 과학분야에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일본이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더 많은 자금을 기초과학에 투자해야만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당장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닌 기초과학 분야에 오랜 시간동안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것일까?
“일본인들은 근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사회사상과 정치사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 인식했다. 그 과학은 증기로 움직이며 강력한 대포를 갖춘 군함, 다시 말해 군사기술로 구체화됐던 것이다.” - P. 21.
“일본의 근대화는 산업 근대화, 공업화인 동시에 군의 근대화, 서구화였다. 보통은 산업 근대화가 일본의 자본주의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군의 근대화가 일본 자본주의화에서 수행한 역할은 막대하다.... 군과 산업의 근대화가 동시 병행해 위로부터 추진된 것이 일본 자본주의화의 특징이다. 군의 무기 자급 욕구가 이윽고 이를 위한 자원을 추구하며 아시아 침략으로 일본을 몰아가게 된다.” - P. 73~74.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은 저자가 2016년 10월 21일 쿄토세이카대학에서 한 강연 ‘근대 일본과 자유-과학과 전쟁을 둘러싸고’를 바탕으로 내용을 조금 더 깊이있게 풀어서 저술한 책으로, 일본이 어떻게 기초과학분야가 강하게 되었는지를 근현대 역사를 바탕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실권을 장악한 이들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제국주의를 모방하여 아시아에서의 제국을 목표로 강한 군대를 육성해 가는 과정에서 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과학이 발전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과학은 순수 기초과학이 아니라 실전에서, 즉 전쟁과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전쟁을 위한 정부주도의 과학기술의 투자에 많은 과학자들과 기업들이 자의든 타의든 참여하였고, 전쟁에서 패한 후 지금까지도 그러한 기류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과학을 과학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함을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일본의 역사가 우리와 무관하지 않기에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당시 얼마나 많은 것을 일제가 빼앗아 갔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쟁 수행의 필수요소로 과학 동원이 거론되면서 연구자에게 다양한 우대조치가 부여됐으며 과학자도 앞장서 협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전 직후 과학계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 P. 284.
“특히 ‘헌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오늘날의 일본에서 문제는 중요하고 심각하다. 헌법 개정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군수 생산 중시는 일본을 ‘전쟁을 원하는 나라’로 꾀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기 생산, 수출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어딘가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 P. 344.
“‘식산흥업, 부국강병’에서 시작해 ‘총력전 체제에 의한 고도 국방국가 건설’을 거쳐 ‘경제성장, 국제경쟁’이라는 서사, 즉 대국주의 내셔널리즘과 결합한 과학기술 진보에 기반해 생산력을 증강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근대 일본 150년의 흐름과 결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요컨대 경제 성장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명제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 P. 392.
일본의 아베 정권이 꿈꾸는 전쟁이 가능한 나라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자민당이 권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정치에 극히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일본을 다시 제국주의를 꿈꾸는 나라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올바른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2016년의 광화문 촛불시위 때처럼.
“조선과 베트남 인민들을 살육하기 위한 많은 무기가 ‘평화헌법’이 지배하는 일본에서 제작됐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부흥을 달성하고 ‘경이적’이라고 평가받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일본은 다시 아시아 인민들을 발판으로 대국으로 향한 길을 걸어간 것이다.” - P.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