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 더 이상 괜찮은 척 하지 않겠다. 심리학으로 배우는 자존감을 위한 21가지 연습
데이비드 시버리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임상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미국의 의학자 데이비드 시버리(David Seabury, 1885-1960)가 1937년에 펴낸 <The Art of Selfishness>의 번역서로 <자존심>이란 제목의 구판이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로 바뀌어 신판으로 나왔다. 저자가 책을 쓴지 80년이 지난 올해 처음 접했는데도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대인관계에도 유용한 걸 보면 역시 고전은 영원하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미리 겁부터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데이비드 시버리가 평생 사람들을 상담하며 인간관계를 연구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침서로 쓴 책이기 때문에 쉬이 잘 읽힌다. 저자는 여러 사람과의 상담 사례를 발췌해서 보여주고 솔루션을 제시하거나 본인이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면서 독자가 비슷한 상황에서의 해결 방법을 직접 도출할 수 있게 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부분만 목차에서 찾아 읽어도 되는 책이라서 완독의 압박감도 없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음절 하나 차이지만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서 평소 사용할 때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종종 사용되나 후자는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으며, '자존감'은 사전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미 다수의 심리학 서적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며 이 책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핵심 단어다.


내가 이제까지 익히고 겪은 자존감의 정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가 아닌, 오로지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가짐'인데 자기애와는 전혀 다르다. 자기애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인데, 자기애 역시 자존심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이 되기에 자존감과 유사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 은어)은 결코 자존감과 같은 선상에 둘 수 없다. 근자감을 가진 사람에게 자존감이 높다고 오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절대로 같은 의미가 아니다.


자존감의 정의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을 자칫 잘못 이해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뻔뻔하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다면 헛수고이니 부디 책을 펼치기 전에 마음을 고쳐먹고 정독 후 자존감을 높여 대인관계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고 조언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나쁘게 살자고 부추기는 내용이 아니라 '무작정' 착하게 살지 말고 '어떻게' 착하게 살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마지막 장 '착함'을 완성하는 '뻔뻔함'에 그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한 해결책이 나온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는 원제를 직역한  '이기주의의 기술'이나 절판된 <자존심>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참신한, 아주 잘 지은 책명이다. 좀 길어도 뇌리에 콕 박히는 제목이고.

책 디자인과 편집 역시 마음에 든다. 총 4부의 구분을 본문 앞부분에 이어지는 4장의 사진을 배치하여 구성했는데 묘사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1부 - 메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황량한 대지에 코끼리가 걸어와서

2부 -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어딘가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가 (책 표지와 동일)

3부 - 무언가 결심을 한 듯이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하고

4부 - 코끼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방황하던 자아가 변화하려는 의지를 굳히고 바른길을 찾아 담담히 걸어가는 모습으로 보여서 인상 깊었다. 특히 표지, 코끼리가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길래 거구를 이끌고 나뭇가지에 올라가서 앉아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고 또 책을 펼쳐보면 곳곳에 고양이 그림이 인쇄되어 있어서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도 준다. 

각 장이 끝나는 페이지마다 명언이나 인상 깊은 구절이 적혀있어서 좋았다.



"당신의 행동으로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연연하지 말라.

그들은 그렇게 당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 _엘리너 루즈벨트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봐 전전긍긍 걱정할 시간에 우리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지라도

나 스스로가 변하는 순간 우주가 변한다. " _오노레 드 발자크


이 책을 읽고 우주를 변화시켜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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