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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ㅣ 생각이 나서 2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2>는 황경신 작가의 2010년작, <생각이 나서>를 잇는 시리즈이며 전작처럼 1년 동안 날짜와 함께 기록 된 글은 일기 형식이면서도 다양한 사색이 담겨서 마치 시같기도 합니다.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와 직접 찍은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이에게 차분하고 담담하게 위로를 건넵니다.
<생각이 나서, 2010> 황경신의 한 마디
변하고 사라질 것들에 너무 무거운 마음을 올려놓지 않으려 한다. 내일이면 변할지도 모를 사랑을 너무 절실하게 전하지 않기로 한다. 아주 오래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꼬깃꼬깃 접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단 어느 날 지나치는 걸음을 문득 멈추고 조금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리석도록 깊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말이다.
생각이 나서. 라는 그 말은.
<생각이 나서 2, 2016> 황경신의 한 마디
살아 날뛰는 생각들을 어르고 달래며 무슨 대책도 없이 사랑에 잠긴 나를 견디던 시간이 있었다. 맨살에 닿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억을 화분에 심고 일상의 먼지로 켜켜이 덮으며, 못생긴 상처나 울퉁불퉁한 슬픔이 꽃이나 나무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이 들지 않는 밤과 꿈이 많은 밤이 교대로 드나드는 사이, 너의 아름다움을 구체에서 추상으로, 직유에서 은유로 바뀌어갔다. 사랑은 무력해지고 길은 흐릿한 안개로 가려질 즈음, 기억의 화분에서 말 한마디가 돋았다. 언젠가 내가 네게 건넸던, 어리고 어리석고 불안한 그 말. 나에게는 무거웠고 너에게는 가벼웠던 그 말. 생각이 나서.
서평으로는 간략하게 어떠하다고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직접 읽어야 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기에, 사진 위주의 리뷰를 했습니다. 먼저 책과 함께 패키지로 오는 부록 플래너를 보시죠.
살아가는 일 또한
'떠나기 전'의 선상에 있는 것
먼저 떠난 이들의 부재 안에서 나는 존재하고
언젠가 누군가 나의 부재 안에서
또 무슨 생각에 잠기겠지
첫장을 펼치면 저런 글귀가 나옵니다.
2017년과 2018년 캘린더, 먼슬리 플래너, 줄메모 용지, 모눈종이 패턴 메모용지 구성된 얇은 플래너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을 간략하게 메모해도 좋을 플래너여서 <생각이 나서 2>의 부록으로 구성된 이유를 알겠더군요.
날개 커버, 커버를 벗기면 나오는 표지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죠.
1월, 요즈음에 꼭 어울리는 글입니다. 2017년 정유년이 부디 그러하기를. 저도 바랍니다.
이렇게 황경신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어울리는 글이 함께 실려 있어요.
인정하긴 싫지만, 결핍은 창조의 에너지다. 라는 부분이 인상 깊어서 찍어봤습니다.
물의 근육이라는 표현이 정말 새롭고 좋았어요. 물을 잡아라. 수영을 배울 때 손가락 사이를 가르고 느껴지던 물의 감각.
그 감각이 마치 물의 근육 같다는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좋은 이별은 없을지 몰라도, 어떤 이별은 좋을 수 있다.
무엇인가를 마음에서 훌훌 털어내버려야만 할 때.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추억이든 또는 미련이든...
이 문장처럼 어떤 이별은 좋을 수 있다.라고 담담하게 작별을 고해야 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이렇게 맞닿은 두 페이지가 한 장의 사진으로 꽉 찬 부분도 있어요.
종이책을 사랑하는 저에겐 이 책장 사진이 제일 좋았던 페이지입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일부가 실려 있어서 찍어봤어요.
삶이란 둘 중의 하나, 이것 아니면 저것.
그런 것들이 쌓여 운명이 되고 인생이 된다.
이 문장을 읽고 역시 제가 좋아하는 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올랐어요.
지금 이 순간의 선택 또한 운명이 되고 인생이 되겠지요.
작가소개 페이지와 뒤표지. 뒤표지 역시 인상깊은 문구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생각이 나서 2> 책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진과 글이 조화롭게 편집되어 있으므로 매일매일 한두 페이지씩 직접 읽어보시길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