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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인생의 판을 뒤집는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살림 / 2016년 10월
평점 :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올해 일본 NHK에서 기시미 이치로가 총 4회에 걸쳐 강연한 방송 <100분의 명저: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을 정리해서 엮은 책이다.
사실 나는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 장기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이 책이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문/교양 서적의 베스트 셀러에 대한 이유 모를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접한 이 책은 내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들러의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원문을 컬러로 수록하였기에 기시미 이치로의 강연 내용을 더 심화해서 고찰할 수 있었고 그저 시류에 편승한 방송 내용 옮겨쓰기 책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이자 철학자, 심리학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의 머리말에는 저자가 어떤 계기로 아들러를 접하였으며 오랜 연구로 아들러통(通)이 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해놓았는데, 바로 자신의 아이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사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기시미 이치로를 만든 것이다. 이 고민은 곧 책의 전반적인 주제와 맥을 같이 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은 모든 인간관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 관계이며 모든 인간은 서로 대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8p, 시작하며)
부모와 자녀를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아이와 사이가 좋아졌음을 실감한 저자는 그 깨달음을 통해 아들러의 이론을 널리 알리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이 기본 개념만 알면 되나 머리로 이해는 쉬워도 이론대로 실천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니 아들러의 이론이 여전히 이상주의적이라 일컬어지는 거겠고.
서평 이벤트 신청 공지가 올라왔을 때, 저자뿐 아니라 제목에 끌려서 응모한 도서인데 책 제목의 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짐작을 했었다.
"만약에 A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하버드 대학교 수석 입학을 하고도 남았어. "
"만약에 B가 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메시급 축구 천재가 되었을 거야. "
"만약에 C가 재능을 조기에 발견해 피아노 레슨을 열심히 받았다면 조성진처럼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겠지. "
이런 if 가정법 과거 같은 말들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건 책 내용상으로는 '우월콤플렉스'다.
그런데 실제로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하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속에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실적인 노력을 했다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우수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속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즉 우월콤플렉스가 있는 것입니다.
(105p, 제2부)
정곡을 찌르는 일침이 아닐 수가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고 가끔은 만약 내가 저 길을 선택했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그게 바로 우월콤플렉스이며 그 속에 자신의 두려움을 가두고 도피하려는 행위라는 걸 명확하게 짚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일부러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보다는 지금 이대로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즉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할 수 없다(can't)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다(won't)라고 생각하면서, 변하려고 하면 변할 수 있는데도 변하지 말자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74p, 제1부)
변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나도 현실에 안주하는 겁쟁이라서 이 개념이 공감이 가면서도, 앞으로도 역시 변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데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책에도 적혀있듯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의 핵심 주제는 '공동체 감각'이다.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은 타인과 나누는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아들러는 이를 "개인의 행복과 인류의 행복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은 공동체 감각이다"라고 설명합니다.
(178p, 제4부)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은 여전히 이상에 불과합니다. (중략)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인 것이고, 이상만이 현실을 바꿀 힘을 갖고 있습니다.
(214p, 마무리하며)
그러니까 결론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책 제목이 의미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실천'을 독려하며 우리의 오해와 착각과 나태함을 꼬집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동체 감각'의 '실천'을 시작하라고. 타인과 삶의 기쁨과 행복을 나누며 살아보자고.
이 책은 머리말과 맺음말을 먼저 정독한 다음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주제와 철학이 처음과 끝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책을 읽는 다른 이들의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