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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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방영을 했던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기억하는 분들도 아마 계실 겁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봤지만 제목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이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이름만 매우 친숙한 거였습니다. 이 『달콤한 나의 도서』는 정이현 작가의 장편 대표작입니다. 정이현 작가 작품의 특징은 여성을 중심으로 둔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리뷰할 『상냥한 폭력의 시대』 역시도 그러합니다. 


정이현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3년 이후의 소설 중 일곱 편만을 엄선해 2016년도에 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보다도 더 살기 팍팍하던 시기에 느낀 것들을 풀어놓아서인지 덤덤함 속에서 느껴지는 이면의 서늘하고 날선 감정이 행간에서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는 표제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속 일곱 편의 단편이 소설집 제목 그 자체입니다. '상냥함'과 '폭력'.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질적인 상극의 이미지를 하나로 결합해 모순적이면서도 그럴싸한 의미 전달을 하는 제목이 탁월하게 와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아무것도 아닌 것>, <우리 안의 천사>, <영영, 여름>, <밤의 대관람차>, <서랍 속의 집>, <안나> 속의 인간 군상들은 은연중에 다른 이로 하여금 모멸감이라는 잔혹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니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할 수밖에요. 


고슴도치처럼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여야 비로소 단편이 써진다는 정이현 작가, 특유의 감각적 문체와 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명확한 일곱 편의 작품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과거의 나를 소환해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만큼 쉬운 사람이었나. 아니면, 상냥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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