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불공평하다.

인생을 살면서 인간이라면 대부분이 느낄 진실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억울하고 분해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기회로 삼고 도약할 것이다. 전자가 될지 후자가 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서평을 쓰기에 앞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고 묻는다면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가 그런 '불공평함'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 서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패러디인지, 한 번에 다 외워지지도 않을 듯하게 긴 제목의 번역서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의 원제는 'Perennial Seller'로 '불후의 명작'이란 뜻이며 2017년에 미국에서 첫 출간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저서 <에고라는 적>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진 작가이나 자국에서는 미디어 전략가로 더 유명하다. 그는 다수의 책을 집필했을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브라스 체크(Brass Check)를 설립해 구글 등 유수의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보유하는 등 작가로서나 마케터로서나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저자의 축적된 경험담을 한 권 분량으로 집약한 책이 바로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다.

그저 읽고 쓰는 것 자체가 좋았고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 가지던 내가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이유는 재능이나 실력과 화제성 혹은 흥행도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절실히 체험해서다. 잘 쓰고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널리 읽히고 많이 팔리는 것이라는 진리를 뒤늦게라도 깨달아서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닌, 실리적이고도 명약관화한 '상품'으로서의 창작을 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읽었고 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다.


교과서라기보다는 참고서에 가까운 책,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다. 서평을 읽는 당신은 이 시점에서 교과서와 참고서의 차이점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내 나름대로 분석한 둘의 차이점은 이렇다.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찬찬히 훑어야 하는 것이고 참고서는 단어 의미 그대로 참고가 되는 책이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펼쳐보는 것이다. 교과서는 지극히 기본적이고도 보편적인 지식이 담겨 있다면 참고서는 전문가가 알려주는 고득점 비법, 그러니까 학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포인트를 족집게처럼 집어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는 창작자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참고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정독할 때 서론에서부터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맞는 말 대잔치'였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물론 많았지만, 그동안 간과하고 넘겼던 창작의 기본 마인드 및 셀링 포인트, 이해할 수 없었던 각종 마케팅에 대한 실마리가 술술 풀렸다. 서론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정도였다. 서론에 이미 핵심이 완벽하게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총정리 편으로 창작 욕구를 고취시키는 마무리였다. 나는 서론과 결론 먼저 읽은 뒤 각 장별 역순으로 본문을 완독했다. 이 책을 참고서의 개념으로 인지하고 호기심 충족을 우선순위로 두어 읽었기에 가능한 시도였고 충분히 효율적이었다. 따라서 각자 취향에 맞게 읽으면 되겠다.


총 네 장으로 구성된 본론은 다음과 같다. 

1장. 창조의 과정
2장. 포지셔닝 하기
3장. 마케팅의 기술
4장. 플랫폼 만들기

각 장마다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어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라이언 홀리데이의 실용적이고 명료한 조언이 폐부를 찌른다.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도록 만드는 방법'에 매료되었다는 저자는 그러한 '영속성'이 결코 우연히 그리고 쉬이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내내 강조한다. '불멸의, 불후의 작품'은 올바른 결정과 우선순위와 창작 과정을 결친 결과이며 제대로 된 마인드와 작성 과정을 통한 비즈니스 전략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물론 행운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 운 또한 그냥 얻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더 많은 것을 할수록,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운이 좋을지 모른다.

또한 '언젠가는 꼭 쓸 거야'라며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일침을 가하고 계속 창작을 시도하라고 열성적으로 독려한다. 준비, 명석함, 행운의 조합이야말로 오래 살아남을 창작물의 필수 조건이기에.

1장에서 크리에이팅의 본질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면, 2장부터 4장까지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조물을 '잘 팔기 위한' 마케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포지셔닝, 패키징, 피칭 이 필수적인 마케팅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며 목적과 목표를 분명하게 구체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영원 불명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크리에이터는 영향력과 관련성을 오래 지속시키는 길로 방향성을 잡아야 하며, 1장에서 언급한 대로 작품이 오래 살아남도록 '즐거움'과 '유용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상당히 알찬 내용이 차고 넘치나, 더는 정리하지 않겠다. 
그저 당신에게 직접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고 또 그럴 가치가 충분하므로.


그렇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의 존재를 알아채고 읽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내 인생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행운은 그저 바란다고 오지 않는다. 이루고자 하는 열망에 대해 열심히 준비하고 간절히 기다리면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니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혼신을 힘을 다한다면 불공평한 이 세상이 언젠가는 아주 다른 의미로 느껴질 것이다. 


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제대로 할 가치가 있다.

나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불후의 명작'은 지금 이 순간, 시도에서부터 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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