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루프 :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
이희동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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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로운 학문을 접근할 때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역사를 훑어보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움를 갈구하고 추구하지만, 지나온 역사를 살펴보면 진보보다는 보수적인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다. 역사가 효용성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보수적인 습성 때문이다. 고대 로마시대와 현대의 인간들이 본성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을까? 생활 양식 등 외향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마음이나 심리, 태도 등등의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한치의 변함이 없다. 역사의 기록은 이런 불편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노골적으로 추려보면 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나쁜 것을 피하기 위해, 또 하나는 좋은 것을 본받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다. 시장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퇴출되지 않는다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나쁜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소리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퇴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폭탄을 피하는 법은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큰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궁금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잘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럴수록 돈은 나와 멀어졌다. 오히려 버는 것에 대해서 열심히 하자는 집착을 버리고, 관조를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퇴출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돈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지나온 금융의 행적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은 더더욱 굳어졌다.

나쁜 것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기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보통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표와 데이터를 고려한다. 물론,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각종 데이터에서 신호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읽지 못한다. 우리보다 배웠다는 전문인도 별반 다를 바 없다. IMF가 터질 때,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상태라는 사실을, 기업들의 채권이나 어음이 부실하다는 것을, 시장의 펀더멘탈과 가격의 괴리가 버블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알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의 주인공 김혜수의 사례처럼, 위험이 터지지 않게 현실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다. 위험요소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닥칠 위기를 바꾸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기에 결론을 단순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위기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앞서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금융에서 정확한 예측 따위는 필요 없다. 물론 예측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는 예측을 포함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중요한 것은 핵심을 어디에다 두느냐다. 시나리오에서 예측의 비중을 높여버리면 투자의 난도가 높아진다. 그럼,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이다.

시나리오는 반드시 틀렸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이런 포인트로 투자를 집행하지만, 만약 내가 틀렸을 경우에는? 어쩔 것인가에 대한 대응법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 추가로 매수를 진행할지, 물량을 조금 덜어낼지, 다른 자산을 투자해야 할지 대응할 수 있는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발자취는 나의 투자 시나리오에 확률 값을 높이는 부분에서 유용하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나리오에 부분적으로 확률 값을 높이는 부분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측이 아닌 대응의 확률 값을 높이기 위해서, 예측이 아닌 틀릴 수 있는 시나리오의 확률 값을 조금이라도 고려할 때 역사는 빛을 발휘한다.

금융의 역사를 살펴볼 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숱한 실수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경제 위기는 반복되는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혼합되어 나타난다. 인간의 확증편향, 과도한 맹신, 탐욕과 이기심, 무너진 가치의 신뢰도, 투기적 성향의 부채의 급증, 통화의 급증과 가치 하락, 도덕적 해이,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실물 자산의 밸류와 가격의 괴리감, 금융의 컨트롤 타워인 중앙은행의 적절하지 못한 대처능력... 이 모든 것들이 반복적으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위기의 겉모습, 형태와 모양은 다르지만, 위기를 유발한 내부적인 트리거나 원인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례의 반복이다. 위기가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 악재 요소들을 언제 어느 시기에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위기를 유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늘 생각해야 한다. 희망 속에서도 최악의 절망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의 절망은 희망의 정점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블랙스완이 다가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우려했던 부분을 시장이 반영하면서 좋지 않은 조짐이 하나둘씩 보일 때에는 탐욕을 줄이고, 자산을 조절하며,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에 열기에 거리를 두고 과열된 상황이더라도 언제든지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매매에 들어갈 때 지수가 -10% 정도 빠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매매를 한다. 어느 순간에서 어떤 문제를 통하여 지수가 무너질 수 있음을,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매매를 진행한다. 축제 속에서 언제든지 발을 뺄 상태를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너무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태도인가?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확신을 했다. 고대에 거대한 제국들이 들어설 때마다 금융도 진화하기 시작한다. 중세의 암흑기에서는 종교에 가려진 뒷골목에서도, 군주 중심의 정치체제에서 의회 중심으로 나아간 근세에서도 금융은 진화했다. 복식부기, 중앙은행의 등장, 환율의 개념, 신용에 대한 개념과 채권, 어음, 주식의 등장 등등... 위기도 반복됐다. 화폐의 가치 하락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막대한 제국을 내부적으로 무너트렸다. 거짓말처럼 망할 것 같지 않은 로마 제국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내부적인 경제 위기로 무너졌다. 중세의 종교집단도 겉으로는 고리대를 금기시했지만 뒤로는 이자 수익을 취했다. 군주들의 정복전쟁과 탐욕, 사치로 인한 무분별한 자금 융통과 파산은 당대의 유명한 민간은행을 몰락시켰고 유럽 대륙을 뒤흔들었다. 상품시장에서도 튤립을 비롯 주식의 버블 현상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금융의 진화와 진통을 겪으면서 커다란 제국이 몰락하고, 종교집단이 몰락했다. 군주들은 빚을 갚지 못하여 파산하고 나라 재정도 파탄 났다.

앞서 살핀 대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 제국, 문명들은 금융의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고 사라졌다. 그렇게 하나의 체제가 탄생했는데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지구상에 등장한 체제 중 가장 유연하다. 나라와 문명을 무너트린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했다.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악재가 터지더라도 이를 수습하고 극복했다. 금융의 발자취를 읽으면서 느낀 가장 희망적인 부분. 자본주의의 말도 안 되는 유연성 앞에서 긍정과 믿음이라는 감정을 새삼스레 느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겠지만 역사는 말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그렇기에 생존이 중요하다.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기회를 주는 것이 자본주의에 속성이다. 노련한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금융사에 대한 책은 많다.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 러셀 내피어의 《베어마켓》, 금리의 역사를 다룬 최고의 책이자 벽돌인 《금리의 역사》, 사례 중심이 아니라 이론으로 풀어낸 켄 피셔의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등등... 유명하고 좋은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분량이 많고, 해외에서 나온 책이 대다수이기에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경우도 있다. 국내 저자들로 살펴볼 때에는 대중성을 갖춘 오건영이 쓴 《위기의 역사》와 같은 책이 있긴 하지만, 범위가 우리나라에 국한되었고, 풀어내는 방식도 매크로에 치중되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해외의 명저들과 견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인 금융사를 시대별로 조명하면서 금융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어떤 발전과 쇠퇴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서 전문성과 대중적인 부분을 절묘하게 버무려냈다. 적절한 범위도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도 문체도 나의 기준에서는 합격이다.

경제 초짜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이고, 정리가 힘들 수 있겠지만, 증권사 리포트를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로 유익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투자에 대한 기교나 기술보다 금융에 대한 근본 지식과 기초체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 금융에 대한 시야를 한층 더 넓히고 싶은 분들 그리고 경제사에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명저를 만들어 준 출판사와 저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책 덕분에 연휴가 정말 풍성했다.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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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투자자
다니엘 라스무센 지음, 최용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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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위험에 대하여 다룬 책으로 유명한 것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스완》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읽어보거나 제목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검은 백조는 상식적으로 태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검은 백조가 태어난 것이다. 진짜 위험은 이런 것이다.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의 리스크는 진정한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 터지는 것. 그래서 시장에 타격을 입는 것을 두고 우리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IMF, 리먼 브라더스, 그리스의 구조적인 경제 위기,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화 등등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위험은 기본적으로 시장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몰랐거나, 틀렸거나 둘 중 하나가 압도적으로 많을 때 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렇기에 현명한 투자자들은 평온한 시기라도 언제든지 블랙스완이 터졌을 때를 생각하고 시장에 임한다. 적색경보가 울렸을 때, 나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먼저 비중을 줄이거나, 익절 혹은 손절로 잘라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얼마나 주식을 줄여야 하는지, 시장이 진정되면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계획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위험한 시장에 대한 겸손한 태도에서 비롯한다. 실제로 살아남는 투자자는 이렇게 시장 앞에 겸손한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망과 통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는 결국 시장의 위험에서 비롯한다. 위험요소가 크고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에서 돈을 잃는다. 시장을 예상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조차 위험이 가득한, 변동성이 가득한 시장을 예측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각종 통계와 자료를 들며 시장을 개량화하고 분석하지만 그 분석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장을 너무 쉽게 본다. 쉽게 예측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의 데이터는 유의미할 수도 있고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무용론을 주장할 수도 없겠지만 절대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매한 계륵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일 것인가. 책의 주장은 그렇다. 개인, 혹은 인간의 한계, 통계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겸손하게 생각하면서 최대한 유의미한 데이터, 확률이 높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는 저평가된 주식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률적인 부분을 조심스럽게 강조한다. 자산 군에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해석하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시장을 개량적으로 접근하거나 매매를 하는 포지션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매매에 대한 관점은 다르더라도, 시장에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비롯하는 개인의 한계에 대해서, 그런 개인이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접해야 하는지, 시장 앞에 겸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투자자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많은 부분을 느꼈다. 광기의 상승장 앞에서 흥분하지 않고 겸손하고 담담하게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시장의 기세를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지 말자. 나는 그저 시장이 하는 목소리를 잘 듣고 그 흐름에 몸을 담을 뿐이니까. 상승장일수록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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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재무제표 분석 - 주식·펀드 투자에서 기업분석 실무까지
이병권 지음 / 새로운제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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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와 관련된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회계사와 같이 재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에 몸담은 분이 쓰는 저서, 또 하나는 재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쓴 책. (보통 투자자가 쓰는 경우가 많다.) 두 책 중 주식 투자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책은 무엇일까? 얼핏 봐서는 전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여러 책을 읽어보면서, 후자의 책이 훨씬 친절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관적으로 편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내 경험상 투자자가 쓴 책이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재무제표 역시 마찬가지다. 회계사나 회계를 가르치는 교수가 쓴 책이 기업의 재무를 알기에는 훨씬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서는 아리송하다. 투자자는 재무를 보는 목적이 기업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살피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지엽적으로 알면 좋겠지만, 투자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요소들만 알면 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잘 하는 사람은 시험에 나올 범위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고 암기한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일수록 해당 분야를 모두 외우거나 지엽적인 부분에 몰두하여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 있어 재무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부분은 굳이 낭비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명저는 해당 분야에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콤팩트하게 담는다.

이 책은 어떨까? 저자의 약력을 보니 교수에 회계사를 겸하고 있다. 전문성은 확보했지만 투자에 관점으로 책을 볼 때 우려할 요소들도 짐작할 수 있겠다. 프롤로그를 살펴보면 먼저 주식투자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를 통하여 투자자를 가장 염두에 두고 책을 저술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뒤에는 기업의 임원이나 신입사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볼 때는 목차와 머리말을 읽으며 잠정적인 독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이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투자자와 기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을 투자자로 한정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너무 전문적이거나, 지엽적인 방향으로는 저술하지 않겠구나 싶어 안도한 점도 있었다.

프롤로그는 프롤로그고, 본문을 살펴봤는데 전형적으로 무난하게 서술하고 있다. 재무에 대해서 전반적인 사항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도표와 시각적인 자료도 풍부하고 책의 분량도 400페이지 정도니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살펴봤듯, 내용은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흐름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이 부분은 투자뿐만 아니라 몸담고 있는 기업의 미래를 파악할 때에도 용의할 것이다. 투자자가 재무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바로 미래에 대한 방향이다. 숫자와 근거를 토대로 하여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숫자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흐름을 생각해 봤을 때 오프사이드가 높다고 생각한다면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또 고려할 점은 재무를 통하여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은 상장폐지다. 기업 활동이 안 좋을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런 증후는 재무를 통해서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각종 재무의 지표들을 활용하여 가치 평가의 기준들을 설명하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첫 번째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 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너무 오버하게 설명하지 않고 기업의 성장의 관점에서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또한 기업의 위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밸류 평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서술했는데, 이는 가치 투자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으로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재무와 관련된 책을 볼 때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책을 선정했으면 하나의 책을 자세하게 여러 번 정독해야 한다. 여느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재무는 한 개의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책을 구해서 여러 가지를 보기보다, 하나의 책을 집중해서 여러 번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두 번째는 가치 평가를 할 때 재무적 요소를 획일적으로 판단,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업종별로 상대적인 기준으로 판별 적용해야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재무에 대한 기본서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비롯하여 좋은 콘텐츠들도 많이 나오고 좋은 책도 많이 출간되고 번역되는 것 같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재무를 살피는 부분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기본서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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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가치투자 - 투자에 왕도는 없으나 전략은 있다
신진오.이상민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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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투자 고전이라고 하면 외국 구루들이 쓴 책을 손꼽는 경우가 많다. 투자라는 행위는 고대 이래로 쭉 있어왔지만 체계가 잡힌 것은 미국의 기업과 산업의 발전의 태동에서 시작됐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투자의 고전들은 미국에서 비롯한 것이 대부분이다. 가치투자나 트레이딩이나 어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의 역사가 짧은 대한민국에서 국내 저자로 한정하여 생각했을 때 고전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책이 있을까?, 고전이라는 타이틀은 오래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전이라는 권위를 부여받으려면 역사의 흐름과 상관이 없이 통용될 수 있는 통시성을 가져야 한다. 시대적인 변화로 인하여 미세하게 모든 부분이 맞진 않더라도 큰 줄기나 본질이 통용될 수 있는 지혜가 담겼다면, 그런 문헌을 사람들은 고전에 반열에 올린다. 그렇기에 고전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내용적인 비판을 가하더라도 시공간을 울린 통찰만큼은 존중하는 경우가 많다.

서평을 쓸 책은 대한민국에서 투자 고전으로 인정받는 책이다. 투자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선배들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 왜 고전이라고 칭송받았는지, 지금의 시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유효한 것인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이번에 나온 개정판이 통용될 수 있는 내용인지 궁금했다. 책은 크게 세 가지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주식에 비중을 중점을 둔 베타투자전략. 특정 주식에 가중을 둔 알파투자전략, 그리고 투자자의 시간가치를 염두해 둔 세타투자전략이다. 전작과 비교해볼때 추가된 것은 세타투자전략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주된 전략은 베타와 알파다.

베타투자는 한 마디로 자산 배분에 중점을 둔다. 전체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 리스크와 수익률을 설명하고 있다. 베타투자전략, 즉 비중에서 중요한 것은 매크로다. 시장에서 발표되는 매크로를 확인하면서 투자자는 주식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트레이딩에서 계좌를 상승하는 요소를 꼽을 때, 대부분 종목과 매매기법을 손꼽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중 조절이다. 어느 시기에 얼마나의 비중을 가져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 자산 배분을 주식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이런 비중에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중에 대한 부분이 트레이딩에서 7할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인베스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트레이딩으로 범주를 잡는다면 포트나 매매법보다 비중 조절과 계좌 운영이 훨씬 중요하다. 책에서도 베타투자전략은 시계열이 큰 트레이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해 보자면 탑다운 트레이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베타투자전략 챕터를 통하여 각 조합에 따라 성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복기한다면 트레이딩의 비중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파투자전략은 탑다운에 기반한 베타투자전략과 상반된 전략이다. 바텀업에 기반하여 상승 확률이 높은 주식을 선정하여 매매를 하는 것이다. 상승 확률이 높다는 것에는 전통적인 가치주를 포함하여 최근 유행하는 추세추종이나 모멘텀 종목들 등 다양하게 포함할 수 있다. 어떤 팩터를 대입하냐에 따라서 스타일은 달라질 수 있다. 알파투자전략의 핵심은 에지(Edge)다. 변동성이 심한 미스터 마켓에서 상승할 포인트가 있는 자산 군을 선별하여 포트를 구성하는 것인데, 베타가 자산의 비중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알파는 좋은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투자전략 챕터를 통하여 미국의 유명한 가치투자 구루들, 그리고 친숙한 모멘텀 트레이더들의 사상을 볼 수 있었으며, 몰랐던 생소한 사람들의 이론도 접할 수 있었다.

세타투자전략은 투자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전략으로, 은퇴 후 노년까지 필요한 자산을 생각하여 포트를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은 책의 제목 '전략적' 가치투자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각각의 전략들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혼합하여서 매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베타에도 여러 가지 전략이 있고 알파에도 퀀트 팩터에 따라 여러 가지 전략이 나뉜다. 이런 것들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여서 최선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경우도 추세추종을 할 때에는 매크로를 살펴보며 장세의 향방을 생각하고 주식 비중을 결정한다. 비중을 결정하고 나면 내가 생각한 기준, 즉 추세에 맞고 현재 시장에 주도주들이 군집을 이루며 상승하는 섹터의 가장 강한 주식을 매매 대상에 올린다. 시장 대비 알파가 보이는 종목들을 선정하여 매매 대상으로 편입하고 매매의 타이밍을 노린다. 이렇듯 주된 매매는 베타와 알파를 골고루 섞어서 매매에 활용한다. 세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책을 통하여 은퇴와 노후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배당주 포트를 관심에 두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도 꼼꼼하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이터가 소중하기도 하고 흔하기도 한 시대다. 누군가는 이런 데이터를 보면서 '결론'을 갈구할 텐데, 결론은 본인이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책에 나온 전략들이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로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주식시장의 랜덤워크 속성을 이야기하며, 산업 성장기에서 비롯한 과거 데이터를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을 법도 하다. AI의 발전으로 단순한 정보는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니까. 수많은 이슈와 데이터들은 노이즈로 치부되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비판적으로 보자면 이 책이 과연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받을 만한 책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책을 모두 읽어본 바, 이 책은 고전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단순 데이터는 의미가 없을지라도, 이를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데이터는 중요하다. 이 책에 나열된 데이터들은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좋게 잘 편집되어 있다. 마치 고급 뷔페에서 음식을 먹는 기분이랄까?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연구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랜덤워크적 속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데이터가 현재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전 세계 주식시장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아직도 그 추세는 유지 중이다. 한국 역시도 기나긴 박스피의 시간이었지만 시장의 방향은 상방을 향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의 주식시장이라면 완만하더라도 우상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의 데이터들은 상승하는 추세에서 연구한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의 성숙도에 따라서 상승률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연구하는 부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리해 보자면 비중에 대해서도, 좋은 주식을 선별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통찰을 주는 좋은 저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데이터를 AI가 발전하기 전에 정리하여 공개했던 저자의 선한 영향력에 새삼 감사하다. 초판이 나올 시기에 이런 정보는 엄청 진귀했을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도 작고한 저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롭게 책을 리뉴얼한 편저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책은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하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자, 트레이더, 퀀트투자자 등 모든 투자자가 참고해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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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첫걸음은 기업분석부터 - 돈버는 투자를 위한 기업분석 6단계
변지희 지음 / 새로운제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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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나? 자고 있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만약 내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와이프 혼자서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기에 금융자산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하고 싶었다. 내가 없더라도 부재중이더라도 집안의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희망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자면 인플레이션을 비트 할 수 있는 투자 실력까지 갖추면 더없이 좋겠고. 예전에는 투자에 대해서 서로 의논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모습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와이프에게 트레이딩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감각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트레이딩보단 공부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밸류와 기업분석 쪽을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투자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평범한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가장 쉽고 가성비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은 기업을 분석하고 밸류를 보며 시간을 무기 삼아 투자하는 인베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와이프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추려서 추천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지인분께서 이 책을 추천하더라. 나름 진중하게 투자하는 밸류투자자라서 신뢰가 갔다. 책을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었다. '100만 원으로 시작해 8000만 원이 되기까지의 투자 성공 비법'이라는 문구다. 지극히 현실적인 숫자와 문구라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흔히들 주식 투자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억대나 몇십억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 '누구는 얼마 벌었대, 누구는 몇 억을 벌었대.' 이런 말들이 회자되면 회자될수록 개인들은 주식에 대해 환상적인 눈길로 오해한다. 주식을 시작하고 배우면 고난은 있겠지만 장밋빛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금융자산 중 주식은 변동성이 가장 높은 군에 속한다. 그렇기에 나의 돈이 크게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높은 쪽만 생각하고 낮아지는 쪽은 생각하지 않는다. 잘 된 케이스나 잘 된 수익금만 보고 시장을 만만하게 보거나 오해하고 쉽게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돈을 잃고 나서야 이 판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 투자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에 대한 방향이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시장의 판을 배우고 읽고, 자신의 투자 방법론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것들이 확실해질 때 돈은 알아서 따라오게 된다. 8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주식 판에서는 억대 단위로 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다. 일반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전업 투자자나 꿈꾸는 비현실적인 금액을 목표로 하기보단, 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시장을 공부하고 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인과 직장인에게 투자는 본업이 아니라 재테크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단 한 달에 월급 정도의 금액을 자본소득으로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작은 성공과 경험이 누적된 결과가 큰 수익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투자 방법과 철학이 일관성 있게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했다. 기업을 접근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초보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투자를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안 해도 괜찮겠지, 그러나 요즘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미 노동 소득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에 돈을 벌면 벌수록 현상 유지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일부 극소수의 고소득자들만 물가 상승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투자는 우리 시대에 생존이고 필수다. 가만있다간 돈이 녹아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최소한 자산방어를 위해서라도 노동소득 이상의 +@가 필요하다. 그렇게 재테크의 중요성은 강조되는 시대지만 기본적인 룰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뛰어들었다간 큰 코 다칠 위험이 있다. 특히 주식과 코인 같은 변동성이 강한 자산 군은 더더욱 위험하다.

트레이더인 내가 와이프에게 왜 기업분석이나 밸류투자를 가르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와이프나 지인들도 트레이딩을 알려주면 좀 더 즐겁게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트레이딩의 영역은 스킬도 중요하고 자산 배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장을 꾸준하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데... 이 바닥에 무서운 파도를, 그 파도 안에 있는 심해의 무서움, 절망감, 고독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시장에 다양한 얼굴을 보게 된다. 좋은 얼굴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나를 위축시키고 끝내 파멸할 수 있는 그런 위험에 내 소중한 사람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시장에 미친 것은 나 혼자로도 족하다.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돈의 무게를 이겨내며 시장의 최전선에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은 그런데, 앞서 밝힌 대로 투자를 안 할 순 없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밸류투자다. 시간적으로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장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바텀업 인베스팅이라면... 좋은 기업을 선정했고 투자 포인트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버티는 데 조금 더 안정적일 거니까. 이렇게 투자를 시작하여 거창하게 돈을 벌어라 이런 뜻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좋아 보이는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저축 이상의 수익을 얻으며 생활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길 희망할 뿐이다. 와이프를 대상으로 쓰고 있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일반 직장인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현실적인 목표에 입각한 투자, 트레이딩보다는 인베스팅, 기업분석과 가치분석으로 주식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하는 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바텀업 투자를 할 때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들, 공시에 대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범송공자의 《전자공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로 공시의 기초를 쌓고, 체리형부의 《기업분석 처음공부》로 데이터와 정량적인 분석에 대해서 공부하며, 이 책으로 기업분석에 대해서 방법론을 공부한다면 기업 분석에 대한 기초는 탄탄하게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다진 뒤 재무에 관련한 책을 취향에 맞게 선별하여 딥하게 파고 가치분석에 대한 기준을 배운다면 인베스팅의 이론적인 지식은 충분할 것이다. 이후 실전에서 좋은 케이스 기업과 리포트를 읽고 시장을 경험한다면 현명한 인베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멋진 와이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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