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VS 트럼프 - 시작된 글로벌 적벽대전, 문재인의선택은?
유필립 지음, 김현석 / 주류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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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적으로 한국은 커다란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의 서쪽에는 전통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던 중국이 급부상하여 떠오르는 패권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현재 패권국의 미국의 심기를 자극한다. 한국은 미국에 거의 종속되다시피 한 상태인데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격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대중외교는 최악을 치달았다. 사드 문제에 민감한 중국은 바로 경제적인 보복으로 응수했다. 미국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퍼스트'라는 자국 이기주의 아래에, 국제 질서의 개입에 전면적으로 발을 빼겠다는 움직임은 한미 관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책은 우선 시진핑이라는 중국의 지도자와, 트럼프라는 미국의 지도자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이 살아온 흔적,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정치 환경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두 지도자는 금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진핑은 전통적으로 전형적인 모범 정치인의 모습이고, 트럼프는 이례적이고 독특한 정치인이다. 저자는 시진핑의 챕터에서 중국의 정치를 편향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중국인의 입장에서 볼 것을 당부한다.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의 정치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에, 정치를 바라보는 눈길이 기본적으로 서구의 시각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의 정치제도가 '후져' 보이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근대화를 이루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중국은 힘을 키우고 내정에 집중하겠다는 목표에 충실했다. 그리고 지금, 시진핑은 응축한 중국의 힘을 서서히 발산하려고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발전의 핵심은 바로 바다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내륙 대륙에만 집중하고 해금 정책으로 바다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아편전쟁을 빌미로, 서구 세력에게 호된 회초리를 맞았다. 그렇기에 시진핑은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응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원하여 이를 실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러한 해양 진출은 미국을 자극하고 있었다.

 대내적으로 시진핑은 당원 내의 부패를 척결하려고 노력했다. 흔히 중국을 움직인다는 부호 세력인 '꽌시'를 적폐의 근원으로 삼고 노리고 있으며, 관료 부패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시진핑은 노골적으로 친서민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꽌시는 정계와 재계를 움직이는 커다란 중국의 보수세력이다. 물론 시진핑도 이들을 단숨에 갈아엎을 정도로 무모한 숙청을 감행하진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진핑의 집권이 장기화될수록, 적폐를 명분 삼아 정치적 반대파를 가차 없이 숙청하고 있었다. 이런 내정 개혁은 중국 중산층과 서민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으며, 시진핑의 권력 정당성은 이런 중국 서민층의 지지와도 궤를 함께하고 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만을 취하기 위한 독재자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 중산층 서민층은 시진핑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그도 인간인 이상 권력욕이 있겠고, 자신의 정적들을 부패라는 명분 하에 척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점은 중국의 서민들이 그런 시진핑을 매우 친근하고 심지어 다정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편 미국은 초유의 선거 결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중국 챕터에서는 중국의 정치제도, 그리고 배경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진핑을 해석했다면 미국 트럼프의 챕터에서는 트럼프 개인의 행동과 심리를 통해 미시적으로 트럼프를 해석하고 있었다. 확실히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이다. 거짓말은 밥 먹듯 하고 극단적인 표현도 거침없이 발설한다. 그러나 이런 개념 없는 행동은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돌출적 행동은 매우 파격적이다. 너무 파격적이라 제멋대로인 트럼프지만, 그의 행동을 유심히 분석해보면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트럼프에게 있어 명분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정치인들이 명분과 실리를 함께 갖추기 위해 노력할 때 트럼프는 명분을 집어던지고 극단적 실리에만 집중했다. 이는 그의 경제 행보, 그리고 심지어 오늘날의 정치 행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다. 막말의 대명사인 트럼프는 개념 없이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총을 쏴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생각 이상으로 고단수다. 트럼프는 그저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그가 감정적이고 돌출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지만 그는 권력의 균형추와 손익의 계산을 민감하게 파악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소리 지르고 주장했던 것들을 손쉽게 번복하고, 때로는 미치도록 으르렁대던 적들의 의견에 동조하기도 한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트위터 전쟁은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국의 대통령과, 그 누구보다도 야심 있는 중국의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친미국가들의 합종책을 통해 중국의 진출을 견제한다면, 중국은 연횡책을 통해 미국의 저지를 뚫으려고 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공을 많이 들였다. 전통적으로 친한 북한을 등외시 하면서 한국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한동안 한국에 대한 중국의 호의는 뜨거웠다. 한류 드라마를 비롯하여 한국 여행 등등 중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에 러브콜을 했다. 골지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의 해양정책 진출 견제에 적어도 한국이 중립을 택해줬으면 하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결국 사드 배치를 감행했다. 사드 배치는 표면적으로 북한을 염두 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으로는 사드라는 미사일 포대는 고 궤도 미사일 방어 포대인데 북한에서 핵을 쏜다면 '굳이' 사드의 사정거리에 포함된 고 궤도로 미사일을 쏘지 않아도, 낮은 궤도의 미사일을 통해서도 한국에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이 옳다면 결국 사드 배치는 중국의 핵을 겨냥한 미국의 노림수였고, 그렇기에 시진핑은 경제 보복을 통해 배신자 한국을 응징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나는 저자의 설명이 옳은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의 말은 매우 논리적이다. 박근혜 정부도 처음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시큰둥했다. 사드 배치 결정은 매우 갑작스럽게 결정 났다. 심지어 촛불집회가 열려 탄핵되고 비리의 원류인 최순실이 구속되어 조사받는 상황에서도 급하게 결정 났다. 저자의 말대로 사드 카드는 대중 대미 외교에서 중간에 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협상카드다. 중간에 낀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카드를 내세워서 국익에 최대한 이득이 되는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카드를 너무나도 성급하게, 의혹투성이로 결정해버렸다. 사드 배치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패권 국경선'을 우리나라에 설치한 것과 같다. 이는 대외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앞으로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앞으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인 미국의 트럼프의 허영심을 만족해줌과 동시에 화난 중국의 시진핑을 풀어줘야만 한다. 말이 쉽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한쪽에 치우쳐서 외교전을 행하기에는 무리수가 너무 크다. 게다가 지금 세계적인 추세는 서구 사회가 흔들리고 있고, 오히려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발전이 더더욱 돋보이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으로 대미 외교에만 의지하는 것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전통적인 우방을 내버리고 중국과 놀 수도 없다. 결국은 둘 사이에서 적당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어부지리를 얻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책은 이런 전통적인 외교 해결책 외에도 다른 부분을 주목했다. 바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제3의 세력권을 형성하여 강대국의 발전에 견제를 가하자고 주장했다. 책에서 대표적으로 거론한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이는 매우 타당한 말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서 눈치 보기 전략으로만 나가다간 상황에 따라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자강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이 카드를 새로운 제3의 세력권을 만드는 것으로 주장했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고 지금 현재로 봐서는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키는 것에는 자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자강의 대안으로 제3 세력권의 동맹을 책에선 꼽고 있었다.

 사실 일반 대중들은 대외관계에 관심이 있더라도, 피상적인 부분만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에 관한 부분은 상당히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라서, 뉴스 등을 상시로 보지 않는 한, 외교적 사안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나라의 정치나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미국의 선거나 중국 시진핑의 정책에 대해서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는 많을 것이다. 전통적 강호인 미국과 신흥 강호인 중국의 성장은 정치나 외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흔하게 접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끄는 이슈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이런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평이한 서술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책 한 권으로 가볍게 국제 정세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주장과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배제하더라도 중국과 미국의 외교전의 커다란 흐름에 대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교 흐름도 흐름이지만, 시진핑과 트럼프의 대조되는 리더십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의 정치제도를 설명할 때, 도표나 그림을 활용하여 시각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설명했으면 하는 부분과 전문 기구에 대한 설명을 책 말미에 정리해서 쭉 살펴볼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 외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문장이 있지만, 거슬리기보단, 앞의 내용을 상기할 수 있어서 오히려 괜찮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중국의 정치제도에 대해 참고할 책으로 《차이나 모델》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서구권 학자가 중국의 정치 모델의 장점을 분석하여 서술한 책인데, 아마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굳이 참고도서까지 보지 않고 이 책 한 권으로도 중국의 정치 모델을 파악하는데 무리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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