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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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에는 고려하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부분은 아무래도 저자다. 저자에 대해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대체로 믿고 보는 편이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도 저자 때문에 완독한 책이다. 저자의 첫 저작인 《주가급등 사유없음》은 기존 주식 도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작전주와 세력주를 공시로 풀이한 책이다. 국내에서 공시 관련된 책은 일반론적인 설명으로 채워져 있는데 반해 이 책은 교과서적인 내용보다 실제로 움직이는 작전주들이 어떤 공시를 내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작년 초, 사료 테마에서 대장주로 손꼽혔던 '현대사료'라는 종목이 있다. 이 종목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결국에는 '카나리아바이오'로 개명하고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나는 현대사료는 들어가지 않았고, 고려산업이라는 사료주를 매매하여 큰 수익을 냈었다. 책을 읽으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공시를 유심히 살펴보며 복기를 했는데 테마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몇 개월 뒤 2차전지 관련주들이 크게 시세를 줄 무렵, '코리아에스이'라는 종목이 급등의 급등을 거듭하더니 '하이드로리튬'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때에도 공시의 흐름을 읽으면서 세력이 메자닌 채권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다. 책 한 권에 세력의 방대한 전략을 담을 순 없지만 그래도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약력에 기업 간 M&A를 주로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론보단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번역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재미있게 읽었다. 윤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정서로 볼 때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지만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표현한 부분에 있어서는 걸출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로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였는데 원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서 뒤늦게 번역된 셈이다. 아무튼 저자와 관련된 책이 하나같이 취향 저격이라서 《금융시장의 포식자들》도 무척 궁금했다. 주식시장의 격언 중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보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개미는 금융을 움직일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포식자들을 분석한 책이라니 저자도 저자지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말 '작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저자는 여느 다른 셀럽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필터 없이 돌직구로 쏟아낸다.(특히 저자의 직설 코너에서는 더더욱!) 어느 분야에서 인지도와 권위를 누리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미지 관리를 통하여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저자는 그런 가식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가식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을 다룬 부분에서 삼성의 승계 이야기,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의 차이, 대기업 승계 작업을 통한 투자 인사이트 찾기, 물적 분할에 대한 시각 등등이 나와있는데 흥미롭게 읽었다. 안으로는 단타를 치면서 밖으로는 장기투자를 권하는 기관에 대해서 매섭게 꼬집고 과거에 단타와 작전주로 부를 크게 불리고 이제 와서 가치투자를 운운하는 표리부동의 셀럽 투자자들에게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다룬 부분에서는 일본 이야기가 와닿았다. 일본에 관한 뉴스 유튜브를 볼 때마다 일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책을 보고 나니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다.

 

 저자의 생각에 100%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의 분식회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분식회계는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강조하는데, 좁은 식견이지만, '굳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채를 당겨서 무리하게 경영을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분적으로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시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돈을 버는 것'에 있어 저자의 생각이 합리적이면 그 관점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을 겪으면서 안 좋은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아집을 고집하는 것이었다. 자기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즉시 받아들이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계좌를 살릴 수 있으며 나아가 돈을 벌 수 있다. 단타로 벌건 장타로 벌건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데에는 좌우가 없고 이념이 없다. 합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불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주식에 임하는 기본 마인드고 투자자의 기본 마인드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무척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책의 관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아무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특히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이라면, 대기업, 대주주, 기관, 글로벌 기업들의 관념과 생각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토록 직설적으로 생각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용기와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시 한번 신간으로 재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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