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태종실록 : 재위 13년 - 새로운 해석, 예리한 통찰 이한우의 태종실록 13
이한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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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을 읽으면서 '태종의 자신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냥도 무척 잦았고, 상왕과 술자리도 유난히 많이 가졌는데, 취미생활과 여가생활의 빈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대해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지 않았다. 호패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도 이 무렵이고, 학교 제도와 세세한 형법들, 그리고 효녀와 효부를 기리는 도덕을 적극 권면하여 유교적 규범을 강조하기도 했다. 관제 개편, 한양 천도, 외척 제거, 권신들 제거, 창덕궁 공사, 청계천 건설, 종묘 증축 등 재위 13년 이전까지 시행했던 정책들은 대체로 굵직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자, 태종은 정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고, 그런 자신감으로 취미생활인 사냥에 집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태종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대체로 평탄하게 흘러간 한 해여서 그런지 정치적인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왔었다. 백성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 불교를 싫어하지만 중전이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대궐에서 불교 의식을 거행한 모습. 양녕의 일탈에 진노하다가도 결국은 처벌을 하지 않는 자식바보의 모습. 대간들의 청을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들어주는 모습... 등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피도 눈물도 없는 태종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KBS에서 올 연말 '태종 이방원'을 32부작으로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의 여론은 '또방원' , '또말선초'라며 질린다는 의견과, 기대가 크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나뉜다. 아무리 정통을 표방한다 한들 분량이 제한적인 영상물에서 실록에 실려있는 태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모두 다룰 순 없을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에 태종이라는 인물을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필연적인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태종이라는 인물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록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여준 태종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권신으로 성장한 하륜과 이숙번에 대한 처결, 이후 하륜을 대신하여 정국을 이끌어갈 2기 관료진 구상, 그리고 남은 외척에 대한 경계를 통하여 권력의 안정화를 더욱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태종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악역을 자처하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군왕의 권력을 확보했지만, 이를 물려받을 양녕의 일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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