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본받아 (리커버 양장 에디션) - 라틴어 원전 완역판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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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고 나니, 기독교 3대 고전으로 꼽힌다는 《천로역정》과 《그리스도를 본받아》도 읽고 싶었다. 《고백록》이 한 인간의 내면을 진솔하게 묘사한 텍스트라면,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기독교에 대한 계율을 논하고 있는 텍스트였다. 그렇기에 두 책의 내용과 분위기는 상이했다. 《고백록》이 감성적이며, 특정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텍스트라면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바람직한 종교적 계율을 표준화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의도로 저술됐다.

 

책을 쓴 토마스 아 켐피스는 당시의 수도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일반적으로 그의 저서로 분류되지만, 원저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불교 템플스테이를 하는 과정에서 읽었다. 빡빡한 템플스테이 일정을 마치고, 고요한 산사 안에서 작은 책상에 이 책을 올려두고 조금씩 읽어나갔는데, 기독교 입장에서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인 사찰에서 기독교 고전을 읽으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읽으니,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종교인 그리스도교, 그리고 불교와 이슬람교는 각각 상이한 교리와 계율이 있지만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평화, 화합, 단결, 수양, 선(善), 사랑, 수양, 명상, 내면 중심 사상 등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도 앞의 덕목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당대의 젊은 수도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이런 계율들은 평화와 자비, 사랑과 헌신을 본바탕으로 두고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부분으로, 수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계율에 대해 전반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제자와 그리스도의 문답법으로 구성된 부분으로, 독자와 저자는 제자의 입장을 취하여 절대자에게 물음을 갈구하고 있으며, 이런 제자의 물음에 그리스도가 따뜻하게 대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어릴 때부터 기독교는 나에게 커다란 거부감으로 다가온 종교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하교 시간, 기독교로 추정되는 사람이 포교 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안 믿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라는 말을 하며 위협하였다. 그때 나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 때문에 엄청 겁을 먹었다. 그 뒤로 자라면서 나에 머릿속에는 기독교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기독교 특유의 베타적인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관심을 가지고 기독교 고전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 자리 잡았던 편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으며 만났던 기독교의 가치관은 인류 사회에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따뜻한 덕목들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평안했다. 덕분에 기독교에 대한 거리감도 좁힐 수 있었고, 기독교를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한 역사와 고전에도 관심이 생겼다.

 

태초부터 인간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믿으며 사회를 발전시켰다. 인간은 특유의 협동심으로 인해 문명을 일궈내고 지구를 장악했지만, 그런 군집 활동에도 불구하고 원초적인 내면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더더욱 깊어졌다. 그렇기에 고대에서 지금까지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하더라도 인간의 외로운 내면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종교'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날 종교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발전된 문명 아래에 '군중 속의 고독'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손길과 사랑을 건네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것. 이러한 일에 종교가 선두에서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저서는 기독교의 계율을 논한 저서이긴 하지만, 성경 이래로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성경 이래로 가장 많이 읽힌 고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종교 활동에 대한 본보기와 영감을 줬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더라도 편협한 시각보다는 너그럽고 사랑이 충만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일독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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