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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식량 - 인류는 자연환경의 위기에 맞서 어떻게 번성하는가
루스 디프리스 지음, 정서진 옮김 / 눌와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음식(식량)’을
문화사적 의미로 접근한 책들을 여럿 읽어왔습니다.
그 중
『요리하는
조선 남자』,
『세계 야채
여행기』,
『감정의
식탁』,
『건강신드롬』,
『지구의
밥상』
같은
책들에 대해서는 서평을 써서 2년
전,
광주MBC블로그에
매주 한 차례씩 서평을 게재하던 시기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앞의
책들은 크게 칭찬할 만한 책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이면서 괜찮은 책이었기 때문에 서평을 썼던 책입니다.
요청자의
입맛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음식(식량)’이 인문학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 가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갖고 잇던 것이라서,
이 책들만을 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영하의
『음식인문학』도
어렵기는 하지만 좋은 책이었습니다.
『음식의
제국』,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도
추천할만한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 평균 정도의 평점을 줄 수 있는 책들로 『조선
백성의 밥상』,
『음식
좌파 음식 우파』,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요리하는
조선 남자』,
『누들로드』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책 이름을
소개하고 싶지 않은 그저 그런 책들도 몇 권을 더 읽었습니다.
대략
20권이 좀 넘는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서론을 길게 펼친
것은 『문명과
식량』이란 책을 소개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칫 객관성을 잃은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그간에
‘음식’과 관련하여 읽은
책들을 한 번 복기해보았습니다.
『문명과
식량』을
얘기하려면,
『음식의
제국』을
거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책 또한 인류의 문명적 시간을
음식과 연결했고,
제가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과
함께 곁에 두고 읽으려고 구입을 해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문명과
식량』을
읽고
난 후의 평가에서 『음식의
제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책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문명과
식량』의 내용은
『음식의
제국』과
겹치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칭찬할 만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문명의 시간을
『음식의
제국』에
비해 더 먼 시원으로까지 끌고 갔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탄생기로까지 시간을 확대해서 거기서부터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적
변천을 훨씬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명과
식량』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저자인 루스 디프리스 교수가 지리학과 환경공학 박사를 취득했고,
대학에서 생태학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생태학,
자연과학사의 측면을
『음식의
제국』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맹독성 농약 DDT가
등장하는,
음식과
화학과의 관계를 다루는 장에서는 내용이 좀 딱딱하다고 느끼실 수는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이런 부분까지 세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가치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근
농업계에서 일고 있는 ‘종
단일화’로
인한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본다면 논의를 좀 더 현재적으로 끌고 왔다는 점 또한 점수를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조망과 포괄적인 언급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지엽적인 시선의 책들과는 차별화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영국인 탐험대에게 적절한 생존 기술이 없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불운한 영국인들이 굶어 죽기까지 걸린 수년이란 시간은 이누이트 문화가 축적한 지식을 배우기에는 너무 짧았다. (……) 이누이트족만 하더라도 수천 년의 사투 끝에 혹독한 기후에서 적응하는 법을 터득했던 터였다.” -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