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게 길을 묻다 - ‘나고 살고 이루고 죽는’ 존재의 발견 (10주년 컬러 개정판)
김용규 지음 / 비아북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대 중반에 저자는 작은 벤처기업의 CEO가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저자에게 희망의 길에 섰다고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저자도 그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희생하며 많은 시간을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 시기에 죽으라고 일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장으로서 삶의 외양은 그럴싸했으나 저자의 내면은 늘 거북함이 함께 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자리라고 말하던 모험기업의 CEO 자리는 자신에게 맞지 않았던 자리라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의미감에 짓눌린 길은 더이상 저자에게 희망일 수 없었고, 그 지점에 다다랐을 때 저자는 새로운 길 위에 서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숲을 항상 좋아했던 저자는 그렇게 숲으로 갑니다.


"내가 정말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이 새로운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내가 닿고 싶은 곳에 닿을 수 있을까?" 숲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이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숲을 보라! 이곳에서 나고 살고 이루고 떠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마음으로 보라!" 나는 숲의 속삭임에 따라 자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그들의 삶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숲은 날마다 저마다 저답게 삶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나라는 생명에게도 나로서 시작하고 살아갈 힘이 있다고 매일매일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생명을 보라! 벌과 나비를 만날 수 없다고, 그것이 두렵다고 스스로 먼저 시드는 꽃은 한 송이도 없다. 삶은 나라는 생명에게 깃든 위대한 자기완결의 힘을 믿는 한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은 모두 자기로 살 힘을 가졌으므로!" (p. 17-18)

그 숲에서 자연과 함께 거하면서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와의 연결을 통해 저자의 마음이 회복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는 숲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마침내 진정 타자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숲에서 저자가 함께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이 알려주는 삶의 가치들을 모은 글입니다.


신은 생명들에게 학교를 세워주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신은 오히려 생명체 모두에게 배우지 않고도 저다운 삶을 이룰 수 있는 씨앗을 주었습니다. 숲을 이루고 그 숲에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의 삶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p. 30)

참으로 신비한 것은, 숲에 있는 식물들과 나무와 꽃과 벌레들과 새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규칙과 이치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에도 우리는 요즘 자연의 삶과는 반대되는 형태의 선택들을 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식물은 이렇게 매일 빛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공평하게 비추는 햇살을 생명 저마다의 처지와 환경에 맞게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그렇게 자기를 자라게 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빛을 찾을 수 없는 나뭇잎이 누런빛으로 바래가고 마침내 시들어 낙엽으로 떨어지듯이 빛이 흐르지 않는 삶은 희망이 없는 삶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어떤 호사를 누리고 있든 자신의 영혼을 일으켜 세워 춤추게 하고 걷게할 꿈이 없다면 그것은 향기가 없는 화려함일 뿐입니다. (p. 77-78)


따뜻한 눈으로 숲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응답하듯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숲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언어도 맞아떨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사람, 자연스러운 삶... 등을 표현할 때 쓰이는 '자연스럽다'에 하필이면 우리의 '자연'이 대표로 뽑혀 쓰이게 되었을까요. 자연에서 숲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찾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르겟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자신의 새끼나 씨앗을 발아래 두려 하지 않습니다. 품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새끼는 무서운 맹수나 맹금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위태로울 것이고, 부모의 발아래에서 발아한 씨앗은 결국 부모의 그늘에 살면서 부모와 햇빛을 나누고 양분을 다퉈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식이 스스로 서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가르치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이 어찌 참다운 사랑이겠습니까?

숲은 비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숲은 날로 깊어가는 법을 압니다. 굳이 날갯짓을 배우지 않아도 새가 스스로 창공을 가르며 날아오를 수 있듯이 자연의 모든 생명은 이미 그 안에 스스로 자라고 익어가는 법을 품고 있습니다. (p. 179-180)

서로의 모습을 비춰주는 숲과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숲이 생각나는 것은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인가 봅니다. 저자는 숲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나로서 살며, 끝으로 어딘가로 돌아가는 그 순환의 고리를 체감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나무는 한때 자신을 키었으나 이제는 짐이 되는 가지들은 더 이상 영향을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정리해버립니다. 그러면서도 나무는 유용보다 무용이 커진 부분을 실수나 실패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무수한 잎과 가지와 줄기를 버림으로써 나무는 매 순간 조금씩 성장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숲 바닥으로 버려지는 수많은 시도들이 미생물을 만나 썩음으로써 다시 자신과 주변 생명체의 삶을 비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는 걸 나무들은 알고 있습니다. (p. 88)

이상하게 숲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함께 따라 읽어가면서 묘하게 숲에서, 그 안의 식물들과 생명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게 됩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생명의 힘을 내뿜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로 힘이 됩니다.

나는 하루하루 태양을 경배하며 살아가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꿈도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들처럼 나답게 독립적으로 살면서도 그 삶이 세상을 더 맑고 아름답게 할 수만 있다면, 사람마다 이루어내는 세상은 얼마나 맑을까, 눈부실까, 그리고 배부를까... 생각하곤 합니다. (p. 79-80)

바쁜 삶을 살다보면 에너지가 나한테 들어온다는 느낌보다 내 안의 에너지가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숲에 가봐야겠습니다. 모든 것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숲에 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하는 과정에 이 책을 통해 숲에서 있는 작은 것부터 큰 것들의 삶의 방식을 알고 간다면 더 그들의 에너지가 잘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나무가 노동과 휴식을 철저히 자연의 흐름에 맞춤으로써, 지구상에서 가장 유구하고 장대한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깨달은 자들의 삶을 닮았습니다. 나의 눈에 이것은 철저하게 '지금'을 살아가는 지혜를 익힌 자들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미래를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지도 않고, 과거에 대한 회한으로 불면하지도 않으며, 부질없는 욕망에 휘둘려 밤을 배회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순간에 순간을 더하여 지금에 충실할 뿐입니다. (p. 200-202)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843783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