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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4 - 창간50주년 기념호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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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작지만 강하고, 얇지만 따뜻한 이 책이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의 대기실에, 미용실의 쇼파에, 은행 등. 그런데 휘황찬란한 패션들과 멋진 색감들에 둘러쌓인 다른 잡지들에 저는 더 눈이 갔었죠. 그래서 한번도 진지하게 이 작은 친구를 제대로 들춰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 작지만 강한 친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올해 샘터사에서 모집하는 물방울 서평단에 당첨이 되고, 서평단 자격으로 매달 이 작은 친구와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부터였죠. 그리고 놀랐던 것은 이 친구가 벌써 50주년이나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인생 선배인거죠. 그 50년의 세월 동안 이 안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이 녹아내렸을 것입니다.

샘터의 한 발행인이 언젠가 뒷표지에 이렇게 샘터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희망을 쉽게 잊는 딱딱한 콘크리트 세상을 천천히 허물고, 물길을 내어 새싹이 돋아날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샘터의 목적"

그 취지에 맞게 샘터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납니다. 그 중 제가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현재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같은 것으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 물론 최근 이슈가 되는 부분들을 다루고 인터뷰도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더 주가 된다고 느끼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게 될 수록 삶이 바빠서 또는 여러 이유로 관계의 폭이 더 좁아지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같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에는 더 그렇겠죠. 그런데 작은 샘터 안에는 결코 작지 않은 이 세상의 다양하고 자신만의 멋진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들의 결코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에 참으로 여러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각자 있는 곳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나와 너가 샘터에 있는 느낌입니다. 이 작은 책을 통해 공감과 연결의 물꼬가 트입니다. 특히 창간 50주년을 맞아 올해의 샘터에는 그동안의 시간들 속에서 샘터와의 추억을 독자들이 들려줍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오래 전 일이나 기억 나지 않는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샘터에는 화려한 장신구, 멋진 음식 레시피, 멋들어진 사진들은 많이 없지만 오늘도 이 세상을 채워 살아가고 있는 나와 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위로가 됩니다. 오늘 위로가 필요하다면, 빵하나 사먹을 돈으로 샘터를 데려오는 것이 어떨까요? 이것으로 마음이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87058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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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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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아도, 같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겪어도 유난히 재미있고 흥미있게 말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을 때 때로는 직접 그것을 보기 보다 그 친구의 입을 빌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맛깔나고 찰지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혹은 막장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저자의 글이 참 맛깔나고 재밌으며 찰지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봐, 수도사 나리, 어리석음이란 이 지상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야.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중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어리석음이란 게 세상에 그렇게 필요한거야? 정말? 나는 아주 큰 위안을 얻었다. 애써 짚어 볼 필요도 없이 내 인생은 어리석음으로 점철돼 있으니 말이다. (p. 50)​

고전 문학을 잘 알지 못하고 많이 읽어 보지 못한 저에게 저자의 글은 도스토옙스키와 저를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더군요. 이름도 어려운 그의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어려운 이름. 막연히 도스토옙스키는 굉장히 어려운 내용의 책들을 썼겠구나 생각했는데 웬걸요. 제가 살고 있는 지금과는 훨씬 옛시대를 살아온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 스토리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 흥미를 갖게 만드는데에는 저자의 찰진 글이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도스토엡스키를 읽는 동안, 나는 고전이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기원이었구나 싶었다. 어디 도스토엡스키뿐일까. 철학도 문학도 공부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다. 삶의 많은 순간이 막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막장에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인생의 진짜 얼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품격 있고,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은 마구 달리는 막장 열차가 드물게 정차하는 기차역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천하의 도스토엡스키 소설이 이렇게까지 콩가루가 흩날릴 순 없지 않을까.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아, 예로부터 인간이란 이렇게 비루하고 남루해서 삶의 의미를 잃기도 했겠구나. 이렇게 가족 친구, 동료와 불화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면서 자괴했구나. 누군가를 죽일 듯이 증오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도의를 저버리기도 했구나. 인간이란 존재가 원체 이렇게 생겨 먹은 걸, 나인들 어쩌겠어. 최선을 다해도 누구나 형편없는 상황에 처할 떄가 있는 건 삶의 이치인지도 몰라(p. 281-282)

나 역시 열차 안의 로고진과 예빤친 장군처럼 <백치>를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백치미 '뿜뿜'하는 이 공작에게 빠져들었다. 도스토엡스키 소설 주인공들은 대체로 '지하 생활자' 같은 존재들이기에 단숨에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공작은 대단히 새로운 존재였다.

아니, 이 남자 뭐야? 어쩌자고 이렇게 솔직하지? 이 정도 형편이라면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도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의 허약함과 궁색함을 감추기 위해 적당히 거짓말을 일삼거나 허세를 부려야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무언가 숨기거나 꾸밀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신상태로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럴 수 있다는 건 열등감을 느끼지도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는 뜻일 텐데, 상대적 박탈감으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내적 힘을 어떻게 갖추게 되었을까? (p. 167-168)

저자는 오랫 동안 일하던 회사를 때려치고 재취업에 성공하여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는데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드럽고 치사한 그곳에서 상사와 맞짱을 뜨고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합니다. 호기롭게 나오는 과정에서 책상에 남겨진 자신의 물품들은 그대로였죠. 그런 상황들 속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 저자는 과외 알바를 하며 읽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을 펼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멋짐 반 허세 반 읽으며 다녔지만 내용이 제대로 와닿지 않았던 20대와 달리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의 소설안에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마주하게 되고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였다. 가정교사의 태도가 달라진다

"이 일의 책임은 바로 장군님 자신에게 있습니다. 어째서 장군님이 저를 대신해서 남작님께 책임지겠다고 나섰습니까? 제가 장군님 집안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도데체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단지 장군님 집에 있는 선생에 불과합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자식도 아니고 당신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장군님이 질 수 없는 것입니다. 저 또한 법률적으로 권한을 갖는 한 인간이고 나이도 스물다섯 살입니다. 대학의 박사 후보생이고 귀족입니다. 그리고 장군님과는 완전히 남남입니다." (미성년 중에서)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뭐야, 왜 이렇게 멋있는데. 왜냐하면 나라면 내 언행이 고용주의 체면과 인간관계에 흠을 냈다니, 용서를 구하느라 정신을 잃고 해고 통보라는 중요한 문제를 뒤늦게 인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p. 209-210)

애석하게도 가정교사에게는 먹히질 않는다. 왜였을까? 그들이, 그 귀족들이 결코 눙치고 넘어갈 수 없는 무엇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의 주도권 문제였다.

"남작은 나를 마치 장군의 하인 취급하면서 나에 대한 불만을 장군에게 호소했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첫째, 내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둘째, 내가 마치 자기 한 몸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같이 얘기할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업신여김을 당했다는 요지였다." (노름꾼 중에서)

설득에 실패할 듯하자 프랑스인은 사탕을 발라 가며 말한다. ... 그러자 가정교사가 빽 소리를 지른다.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쫓겨났다는 말입니다!" 가정 교사는 자신이 장군의 집안이나 권세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곳은 단순히 일자리였고, 자신은 약속했던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었다. 자기 인생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해결할 권리는 오직 자신에 있었다. 자기 인생은 자신이 대변할 뿐이었다. 브라보! 브라보! 나는 그에게 정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p. 211-212)

원래 몇 장만 읽고 다른 일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이 책을 펼치고 나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 속의 그들이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 혹은 어디선가 들었던 누군가, 혹은 나 자신과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들을 보고 저자가 느낀 것들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 했습니다.

"내 생각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지는 마십시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중에서)​

나는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맞아, 그렇지. 적어도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타인의 생각보다 내 생각과 감정이 우선이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지. 너무 당연하잖아. 만약 사람이 정말 이럴 수 있다면 조시마 장로의 말대로 평심을 잃지 않을 수, 즉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미성년>의 돌고루끼만 해도 우역곡절 끝에 첫 월급을 받은 날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그 정도의 비용을 받을 만큼은 일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역시 내 말을 듣고 나서 내게 정당한 비용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미성년 중에서) (p. 86-87)

<백야>의 주인공처럼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직장과 돈도 없이 있는 것이라곤 낮은 자존감뿐인 사람을 여전히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시대 아닌가. 누군가에게는 혹은 어느 시대에는 당연시 되었던 연애와 결혼, 출산과 취업, 내 집 마련과 건강, 돈독한 인간관계가 시나브로 높디 높은 허들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삶의 조건들 속에서 이방인이 아니라고 느끼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기성세대는 저성장, 저출산을 염려하며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덕담을 이제는 조금 바꾸었으면 좋겠다. 우선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라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그러자면 사회가 변해 주어야 마땅하겠지만 변화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우선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p. 133-134)

마침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빠졌던 유명인 중 한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재정난에 시달렸고,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빚을 갚기 위해 출판사와 무리한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늘 마감에 쫓겼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도박하는 인물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런 밑바닥 속에서 그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인간의 날 것 그대로의 상태를 많이 마주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한 날 것 그대로가 사람들의 겉모습 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통관하여 보게 하고 그러한 모습들을 작품에 녹아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바샤를 구해야만 해. 그를 자기 자신과 화해시켜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을 망치고 말거야.' (약한 마음 중에서)

정확한 판단이었다. 행운 같은 연인의 애정도, 진실된 우정도 바샤의 약한 마음을 구원해 주지 못했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모든 사람이 어느정도는 바샤와 같지 않을까. 내 뒤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면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신경 쓰일 때, 어렵게 던진 유머에 분위기가 썰렁해져 나 자신이 싫어질 때, 주문한 짜장면이 아닌 짬뽕이 나왔는데도 아무 말 못 하고 꾸역꾸역 먹을 때, 상대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데다 어렵사리 거절해도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우리 안에 있는 바샤가 고개를 드는 것 아닐까? (p. 224)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들도 느꼈구나 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마 가장 힘든 시간에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읽고 이와 같은 책을 내기까지 저자도 같은 느낌을 받았겠지요.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과하거나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도 재치있고 담백하게 풀어내어 세상에 낸 저자가 감사하게 여겨졌습니다. 저자의 글을 통해 저도 위로를 받았으니까요. 저자의 다음 책이 궁금해집니다. 다른 문학작품을 저자의 눈을 통해 어떻게 비춰지는지 기대가 됩니다.

"당신은 나를 영원히 행복한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요! 행복한 인간으로요. 누가 알겠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내가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백야 중에서)

나는 이 난데없는 고백에서 '나 자신과 화해'라는 구절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연약한 존재가 될 수도 있구나. (p. 128-129)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859609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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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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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경제학도가 아니여도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경제학적 사고 및 시장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친근한 유투버가 알기 쉽게 재미있는 영화에 대해서 리뷰하듯이 이 책은 강의체, 대화체로 쓰여 있어서 전혀 딱딱하거나 고리타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시장 경제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 대해서 어렵다고 여기던 저도 이 책을 통해 '경제'라는 것을 매우 친숙하면서도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은 제한된 자원, 제한된 선택의 영역에서 희소성이 낳는 선택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무엇을 생산할 것이고, 어떻게 생산할 것이고, 누가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를 '양면의 얼굴 보기', 또는 '무대의 뒷면 보기'라고 이름 붙입니다. (p. 15)​

이러한 선택의 상황들 속에서 경제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 또 강조되는 것은 바로 균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눈앞에 놓인 한 물건의 가격이 그냥 결정된 것 같지만, 아주 복합한 여러 이해관계와 상관관계가 얽혀져 있다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이해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멍청하지 않다', '복잡한 상호작용이 벌어진다'라는 두 가지 균형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인 즉슨,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직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극단적이 아니라 균형 있게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균형이 내포하는 두 가지 특징을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선 계산대 앞에 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경제학자가 즐겨 쓰는 표현처럼,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빠른 계산을 통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서는 줄을 찾습니다. 둘째, 세상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결과는 단순하지만, 이것은 이미 수많은 최적 선택이 상호작용해서 낳은 결과입니다. 계산대 앞 줄은 거의 비슷하고, 어디에서든 비슷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결과는 단순하게 나타나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은 멍청하지 않다', '복잡한 상호작용이 벌어진다'라는 두 가지 균형 특징은 경제학적 세계관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격이나 거래량 같은 숫자 하나도 균형 개념을 통해 이해해야 합니다. 상품 가격은 숫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의사 결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나타납니다. (p. 36-37)​

제가 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생각하였던 경제학의 이미지는 굉장히 계산적이면서 숫자적이고 어떤 부분은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히려 경제학이 강조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세상은 흑과 백으로 무자르듯이 자를 수 없으며 균형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어 어떤 부분은 문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만큼 제가 경제에 대해서 무지하게 살았다는 뜻이겠죠.

균형 개념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가르침을 담습니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이는 것 뒤에 똑똑한 인간과 복잡한 세상이 존재하니까요.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성급하게 문제를 분석한 후 간단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p. 39)​

경제학에서 '한계적 사고'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최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찾는 사고방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요. 한계적 사고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직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극단적이 아니라 균형 있게 사유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편익이 없거나 비용이 없다면, 잉여 곡선은 포물선이 아니라 항상 증가하거나 항상 감소하는 단순한 선형이 됩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너무 쉽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거나, 게임을 하예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게임을 하면 공부할 시간을 포기해야 하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얻는 재미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잉여 곡선처럼 비선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말과 같아요. 따라서 흑과 백, 모와 도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적절한 시간만큼 비디오 게임을 해야지, 하루 종일 게임만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기본적이고 당연한 경제적 선택 원칙을 쉽게 무시합니다(p. 31-32)​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시장경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장경제에서 함께 늘 거론되는 것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역할, 이익과 불이익, 공평함과 불평등, 독과점과 같은 개념일 것입니다. 특히 요즘 바이러스로 인해 온나라와 전 세계의 시장경제가 뒤집어 지게 되는 상황들 속에서 더 건강한 시장 경제는 무엇이고 그 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며, 개인과 기업과 상인들은 그 속에서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경제학자인 저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경제학을 꼭 알아두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을 통해 균형의 개념을 이해하고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하라고 말이죠.

경제학자는 좀처럼 낭만적인 미래, 선동적인 문구, 사이다 발언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균형 개념을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 경제학을 꼭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뜨거운 꿈을 가지세요. 순진하지 않은 냉철한 이성으로 꿈을 꼭 이루기를 응원합니다. (p. 40)​

경제학이 준수하는 확률적 사고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미있고 영향력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조심해야 해요. 우리는 인상적 이야기에 너무 쉽게 빨려들고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 채 성급한 결론으로 뛰어들려고 해요. (p. 43-44)​

그리고 시장과 정부, 개인 등이 각자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경제학의 입을 빌어 답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성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시장 제도와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은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이겠죠. 둘중의 하나, 흑백 논리와 같은 협소한 접근으로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경제학자인 저자는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성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포용적 시장 제도와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보완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 시장과 정부에 대한 토론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라는 흑백 논리로 이뤄집니다. 이런 협소한 접근은 이해를 왜곡시킵니다. 시장제도를 거스르는 착취적인 정부개입은 성공할 수 없고, 정부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자유시장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p. 90)​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한 학문의 정수, 그리고 한 개인으로써 세상과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정수를 아주 알기 쉽게 잘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샘터사에서 나온 '아우름 시리즈' 43번째 책입니다. 아우름 시리즈는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인문교양서들로 이뤄진 시리즈입니다. 지난번 다른 주제의 아우름 시리즈 책을 한번 읽었었는데, 그 책도 중요한 인문교양의 한 주축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두껍지 않은 지면을 빌어서 아주 알기 쉽게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도 경제학자인 저자가 아주 쉽게 중요한 개념을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시간이 되면 아우름 시리즈 전권을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기회비용 개념이 불온함이라는 정신을 담는다면, 매몰비용 개념은 냉정함이라는 정신을 담습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 이미 써버린 비용을 냉정하게 무시해야 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기회비용을 찾는 불온함과 매몰비용을 무시하는 내정함을 넘나들 것을 요구해요. (p. 26)

요즘 바이러스로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시끄럽고 동요되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위기 상황일 수록 한 개인은 어떠한 태도와 선택을 하며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마음에 깨달아진 것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잘 지내며,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헤아려 그에 맞는 결정들을 후회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알려면 우선 세상의 중요한 가치와 개념들을 이해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나의 분야, 일상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학문들과 개념들을 읽혀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그 안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 소중한 가치를 잘 탐색해 인생을 재밌게 꾸려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나에게 다가온 이 책,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책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만큼 이 책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으면서도 세상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작동하는 시장경제는 전체 파이 크기를 키우고, 사회 구성원이 더 큰 조각을 차지하도록 만들어요. 모두가 크기가 같은 조각을 먹지 않지만, 자신이 기여한 만큼 공평하고 정당한 크기의 파이 조각을 갖습니다. 경제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성장 과실이 모두에게 분배되며, 불평등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파이 크기도 자라지 않고 불평등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독과점과 정실자본주의는 이미 큰 조각을 가져가는 소수가 더 큰 조각을 가져가도록 하고, 작은 조각을 가져가는 다수가 더 작은 조각을 가져가도록 만듭니다. 외부효과, 공공재, 공유재, 비대칭 정보와 같은 시장실패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다수 약자에게 비용을 떠넘기거나 그들을 시장의 혜택에서 배제합니다. (p. 183-184)​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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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지음, 히로세 겐 그림, 김난주 옮김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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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인 사노 요코를 저는 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추천을 받을 때마다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간 서점이나 책방에는 없었어서 아직은 못 읽었습니다. 줄거리는 알고 있어요). 그녀는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여 수많은 그림책을 발표하고 동화와 에세이집 등 다양한 분에서 작가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저에게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간단하게는 한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우표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그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로 정리 할 수 있겠지만, 결코 그 한마디로는 이 책의 아름다움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총 16번의 챕터로 숫자가 매겨진 이 책은 처음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연관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표가 건네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바라보았던 세상, 삶의 의미들이 곳곳에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의 흐름을 읽어가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살면서 경험했던 감정들, 주변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뮤지컬이자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명작인 이유에 대해서 여러 번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고 나이가 먹어 갈 수록 감정이입하는 인물들이 달라지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학창시절 어느 선생님이 해주었던 것이 생각이납니다. 꼭 그 영화 뿐만 아니라 몇년 전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볼 기회가 있을 때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인데도 다르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주변의 다른 등장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에도 감정이입이 되지요.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을 때 특별히 더 다가오는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이 있다면 나이가 먹고 다른 경험들을 하면서 이후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래서 명작이겠지요.

특히 현재 저의 나이와 상황에서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은 딸에게 엄마가 우표를 주면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큰 도시에 가면 슬픈 일이 있을 것이고 그럴 때 이 아름다운 새가 담긴 우표를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더불어서 전쟁을 앞두고 서로 이별해야 하는 연인들의 마음과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 그리고 남편이 돌아온 후의 애뜻함, 이후 딸을 떠내보낼 때의 마음 들이 마음에 콕 박히더군요.

전쟁에 나가고 그 안에서 평화롭게 전쟁이 끝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원래 작가의 나이를 잘 알지 못하던 저는 혹시 이러한 전쟁을 겪은 세대인가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이후 작가의 연대기를 살펴보니 38년 생으로 그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경험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작가가 느끼고 관찰한 바를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한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나오고 시간이 흘러 여러사람의 손을 거치고 결국 그 아이의 손에 들어간 우표, 그리고 그 안의 새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양한 의미를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 현재의 제가 느꼈던 것은 우표, 그리고 그 안의 새란 '삶'이라는 것에 대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해석하기 어려운 말로 써있습니다. 그 삶은 변하지 않고 같은 형태,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만 누구의 손에 들려지냐에 따라서 달리 보입니다. 참으로 손에 들려지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합니다. 누구의 해석이 틀렸다 맞다 할 수는 없지만 그 많은 해석 중에서 한가지 공통된 것은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상황과 시간 속에서 다르게 해석됩니다. 조금더 나아가 의미를 더 더해보자면,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그 새를 직접 마주하는지 외면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의 정체를 찾아 새를 계속해서 그렸던 청년은 그 새를 마주하자 더는 그 새가 중요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삶에서 다른 형태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새를 자신의 그림 안에 가두어 두지 않고 그녀에게로 그리고 세상에게로 자유롭게 훨훨 날려보낸 느낌이 듭니다.

그는 오랬동안 자신의 몸에서 떨어진 새를 그리워하고 찾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냈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의 마음 속에 있었고, 그의 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는 그와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손에 들려지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가치와 바램을 그 새에게 투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새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용기가 누군가에게 주어졌을 때 그 새는 자유롭게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한번 읽었을 때 여기 저기 마음이 울리는데 그 울림의 정체가 뭘까 생각했지만 손에 명확히 잡히지는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처럼 현재 나의 상황과 가치관으로 그 새를 보게 되겠지요. 그래서 그 새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상황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지만 또 언젠가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보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새의 우표를. 저의 마음 속에 있는 새, 그리고 우표는 어떤 모양일지 들어다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마음이 지칠 때, 그리고 누군가를 위로할 때 선물용으로 참 좋은 책입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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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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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좋은 책을 만났다. 숙련된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우리 마음과 감정을 다루는 원리, 자신을 사랑하는 원리를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좋은 그림으로 비유를 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특히 요즘에는 더 심리에 관한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로 잘 팔리지만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심리학 지식과는 거리가 먼 책들이 있고, 또 어떤 책은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써서 내용은 매우 정확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일반 대중은 딜레마에 닥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균형의 도구로 저자는 그림을 사용하고 있다. 상담현장에서 심리치료자들은 이미 마음의 작동 원리와 개념을 설명하고 변화 동기를 강화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많은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수용전념치료(ACT)에서는 많은 비유와 은유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유와 은유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랬동안 상담장면에서 그림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우리의 마음의 작동원리와 자신을 사랑하는 원리를 은유로 담아낸 25점의 그림이 수록되어있다.



좋은 상담사란 뛰어난 교사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가 어째서 특정한 방식을 행동하고 어째서 불안과 우울의 공격을 받으며, 또 그에 따른 변화가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 나아가 삶 전체를 보는 방식을 바꾸어 가는지를, 믿을만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p. 12-13)

저자는 말하길 좋은 상담사란 어째서 우리가 마음이 힘들고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믿을만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뛰어난 교사이기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불안과 뇌의 관계에서 대해서 다음의 그림을 그리며 매우 명확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파충류 뇌라고 하는 요 기관이 좌우하는데요, 이놈 지능이 딱 도마뱀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겁에 질리는 순간은 이 멍청한 도마뱀 녀석이 우리 뇌를 장악한 거라고 보시면 돼요. 이 녀석은 겁을 잔뜩 먹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 못 해요. 아무리 영리한 사람도 다 똑같아요. 왜냐면 누구든 일단 겁에 질렸다 하면 아이큐가 한 자리인 도마뱀의 통제를 받거든요. 과연 도마뱀한테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가능할까요? ... 사고수준이 지극히 단순한 짐승과 대화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 짐승은 겁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걸 자기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아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직접 버스를 타고 멀리 가봐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건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봐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환자분 머릿속의 도마뱀 녀석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p. 34-35)



그래서 제목이 '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원제는 The Lizard In Your Head: Psychology In Pictures 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사실 굉장히 많은 부분들이 영향을 끼치는 집합체다. 이러한 가운데 마음은 '나 여기 살아 있어요'라는 증거를 우리의 행동, 표정, 감정 등 다양한 것들로 나타내며 생존신고를 한다. 이 책에서 나타내고 있는 그림들이 당신의 사고와 행동, 기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불안과 싸우기를 멈추면 문제는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벼랑 끝 불안과의 줄다리기와의 비유로 나타낸 그림. 저자는 말하고 있다. 쓸데없는 줄다리기를 멈추라고. 지금 잡고 있는 그 줄을 놓기만 하면 된다고!

(불안과의 줄다리기는 수용전념치료(ACT) 책에 많이 등장하는 비유입니다. 저자도 이 비유의 출처를 해당 치료 저서에서 인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생의 난관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건 새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우선 늘 써오던 것과는 다른 도구를 찾아낸 다음 그 도구의 사용법을 완전히 숙지할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도구를 바꿀 때가 되었나? 혹시 구덩이에서 벗어나겠다며 들고 있던 삽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p. 110)



다이빙대에 서서 물에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건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상황과 유사하다. 물에 뛰어들어도 위험하지 않을 걸 아는데도 계속 멀뚱히 서서 적당한 순간이 왔다는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대부분은 끝까지 의심을 못 버린 채로 결국 뛰어든다. 재미있는 건 물에 뛰어든 뒤에야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면 최악의 공포가 잦아든다. 다음번에 다시 다이빙대에 설 때가 오면 뛰어들 용기를 모으는게 이전만큼 어렵지 않다. (p. 70)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어려운 설명보다 간결하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 책 또한 그동안 해오던 잘못된 루틴에서 벗어나 우리의 마음을 다루고 자신을 사랑하는 원리에 대해서 그림을 통해서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술술 읽히게 만드는 잘 정제된 책이다.



그런 반응이 튀어나오면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독이듯 자신을 다독여주라! 자신을 혼내지 말고, 풀 죽게 만들지도 말라. 어떤 사건이 지금의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음을 인정하되, 이성적인 관점에서 그 감정을 분석하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약점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대하라. 더 큰 자아, 어쨌거나 세상을 훨씬 더 잘 이해하는 그 자아가 어린 자아를 위로하게 하라. (p. 86)

불안이나 우울, 자기비하로 힘들어 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이 책을 앞으로 선물해주어야겠다. 어려운 심리학적 용어가 남발하거나 다그치는 내용의 책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변화동기를 강화시키면서도 마음의 원리에 대해서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는 우리의 시야가 좁아지고 눈앞의 렌즈가 끼여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위로는 필요하고 내 마음이 왜 이런지는 알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의 그림을 내 자신에게 그리고 힘들어 하고 있는 주변의 누군가에게, 그리고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좋은 그림, 좋은 시, 좋은 음악, 좋은 향기와 같은 것들이 위로가 될때가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그림들이 많이 들어있으니 많이 선물해야겠다.

그러니 자기 인생의 줄거리를 남이 쓰게 내버려두지 말자! (p. 191)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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