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우름 42
김경일 지음 / 샘터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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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김경일 선생님은 인지심리학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이라고 하면 심리학중에서도 딱딱하고 복잡하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유쾌하고도 재치있고 쉬운 화법으로 설민석 선생님이 티비에서 재밌게 역사 교양 강의하는 것을 듣는 것 처럼 하나도 어렵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게 우리의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인지심리학을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저자의 교양 강의를 눈앞에서 듣는 느낌이 이 책을 통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교양 강의라고 느껴진 것은 그만큼 읽는 독자들이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게 저자가 잘 풀어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지심리학은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저자는 그 무수한 상황들의 힘을 연구해서 얻은 인지심리학자들의 결론은 한결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능력보다 무섭고 강한 것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바로 상황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창의적일 수 있는 상황과 평범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고, 이 둘 사이에 있는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고 말합니다.

나는 하나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무한합니다. 심지어는 직전에 했던 나의 행동까지도 지금의 나에게는 상황이며 물리적 공간, 소리, 온도까지도 다 상황입니다. 게다가 내 옆에 지금 누가 있는가도 상황이며, 지금이 몇 시고 무슨 요일인가도 다 상황입니다. 이 수많은 것들을 놔두고 왜 변하기 힘든 나를 그토록 채찍질하며 자책하는데만 온통 관심을 두나요. ... 하지만 그 상황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난 뒤의 노력은 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러니 상황의 힘을 간과 한 채 그저 노력만 한 다음에 맞이하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 운명론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 아닐까요. ... 상황의 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로 하여금 더 그리고 제대로 노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밑바탕이 됩니다. (p. 8-9)



저자는 쉽고도 친숙한 예시들을 들면서 인지심리학의 개념과 역사 부터 메타인지와 같은 중요개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은 내 생각인 인지를 보는 눈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걸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릅니다. 나를 보는 눈이 하나 더 있는 거예요. 내 능력과 내 지식과 내 힘을 보는 또 다른 눈을 메타인지라고 부릅니다. (p. 54-55)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창의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창조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해서 이야기합니다.

흔히들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조적인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만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70여 년간 인지심리학자들이 수천 수만 개의 실험 연구를 해왔는데 매번 할 때마다 내리는 결론입니다. 창의성은 타고난 능력보다는 상황이 더 중요합니다. (p. 65)

이 과정에서 저자는 쉽고도 친숙한 예시들을 들면서 인지심리학의 개념과 역사부터 메타인지와 같은 중요개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저자는 메타인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나한테 친숙한 도구, 친숙한 능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게 되면 천편일률적으로 변합니다. ...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만드는 과정으로 아이들을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도구를 먼저 보면 큰 일을 하지 못해요. 재미있게도 인간은 '큰일을 하려면 큰 도구를 써야지', '큰 결과를 만들려면 큰 방법이 필요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 목표를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목표가 커야 나중에 보는 물건들이 특이하게 보입니다. ... 한 자리에 고인 물처럼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나를 이동시키면 그냥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만 타다 옵니다. 하지만 목표나 꿈, 비전을 만들고 난 다음에 나를 이동시켜서 낯선 공간으로 가져가면 나를 달리 보게 됩니다. ...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걸어야 하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p. 76-79)



저자는 말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일을 잘하는 학생이든 실제로 굉장히 뛰어난 친구들은 아이큐가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는 눈, 즉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 능력이 높다고 말합니다.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보다 내가 나를 보는 능력이 좋다고 말이죠. 또한 자기가 자기를 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타성'이라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공부 못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이 물어봐도 화를 잘 내지 않는다는 말로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즉, 이타적인 사람은 나와 이미 격차가 벌어져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사람도 와서 질문하게 해주고 그들에게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색다른 시각의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의 공통점들은 대게 근원과 본질에 대한 것들인데,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이나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더 배움에 대해서 생각하고 더욱 지혜로워 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창의적 인재'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나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상황에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란 표현만 씁니다. 그게 더 무섭거든요. 그리고 그 상황의 힘은 바로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낯설음'이죠. 그 낯설음은 언제나와요? 생각의 순서와 시간과 간격을 벌릴 때 나옵니다.

능력과 성품은 각자 자기의 고유 값을 가지고 있어요. 부모님들이 "넌 누굴 닮아 성격이 저 모양이야?" "너는 누굴 닮아 머리가 나쁜거니?"하고 말씀하시는데, 능력과 성격은 유전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성격과 능력은 잘 변하지 않아요. 바꾸려면 오랜 시간 땀 흘리면서 공부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내 메타인지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p. 74-75)

또한 창의성을 키우는 기초 체력을 다지려면 서로 상관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서 찾지 말고 일상에서 메타포, 즉 은유를 담고 있는 것들을 많이 접하라고 말합니다. 시와 예술작품, 책과 같은 것들을 말이죠.

컴퓨터는 분명 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가 깊이 사고할 기회를 차단합니다. 반면 책은 불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의 뇌를 더 많이 쓰게끔 만들어 유추적 사고와 같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지식의 축적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의 재구성'입니다. '지식의 재구성'이란 파편화되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개별적인 지식을 하나의 의미 있는 덩어리로 묶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책 중간 중간 포진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묶는 '은유'라는 접착제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꼭 독서가 아니더라도 은유가 존재하는 다른 활동들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p. 118-119)

과거와 달리 인간이 하던 일들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사라지는 직업들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 시대에 결국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는 결국 답은 인간다움에 있다고 말을 합니다. '어떤 직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 직업에서 기계적인 일만 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입니다.'라고 저자는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 사회가 창의성을 더욱 요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들에 저자는 창의력이라는 능력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투자의 개념으로 보라고 이야기 합니다. 투자의 개념으로 보면 당장 눈에 띄게 능력치가 올라가지 않아도 창의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노력을 불안해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메타포를 많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창조적인 사람들, 뛰어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메타포를 많이 경험한 사람이라고요. 사전적 지식이 아니라 메타포가 들어간 것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창조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이 두껍지 않고 티비를 보듯이 쉽게 술술 읽히면서도 인지심리학을 통해 그것을 적용하여 창의성을 비추어 보고 또,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는 저자의 강연같은 이 이야기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어렵지 않게 중요한 내용들을 말하듯이 말하는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 책이 딱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8217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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