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기자 상담실 -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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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씨는 언니네 집에 놀러가서 7살 조카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조카에게 효리씨는 질문을 합니다.

"이모는 요즘 사는 것이 재미없다. 어떡하지?"

그러자 조카는 이렇게 답합니다.

"마당에서 노는 것도 재밌겠는데. 막 뛰어 놀거나 아니면 세발자전거로 미끄럼틀 타다가 떨어질 때, 차도로 떨어지잖아요, 그럼 바위 쪽으로 가는데 바위에 안 부딪혀요. 바위에 닿기 직전에 멈춰요."

재미 있는 것이 없다는 이모의 질문에 조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일 재미있는 놀이를 비밀처럼 이야기 해줍니다. 그 대답을 듣고 효리씨는 남편 상순씨에게 질문을 합니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것이 왜 재밌을까? 우리는 절대 마당에서 안 뛰어 놀잖아. ... 맞아 옛날에는 마당에서 뛰어노는 것이 재밌었던 것 같은데"

일상이 복잡한 어른들은 선택할 것도 생각할 것도, 책임져야 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려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보는 세상 보다 명쾌하고 단순합니다. 그래서 생각의 실타래를 가지고 사는 어른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기 어려울 때 오히려 지나가는 아이들의 답이 명쾌한 대답이 될 때도 많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명쾌하고도 단순하고 맑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고민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은 어린이 기자들이 만들고 어른 독자들이 읽는 월간지라고 합니다. 작은 마을인 가메오카에서만 발행되고 읽을 수 있는 특별한 신문입니다. 이 신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어른의 고민을 어린이 기자단이 해결해주는 상담 코너라고 합니다. 그 코너에 연재되었던 글을 한데 모아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

Q. 연애한다는 게 대체 뭘까요?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요.

A. 연애란 원래 '잘 모르는 기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연애를 하는 거겠죠. (p. 18-19)​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어른이 항상 옳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가 분명 남아있습니다. 어른들끼리의 탁상공론보다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아이들의 말이 이상하게 더 설득력 있었던 적은 없었나요? 어떤 때에는 가차 없이 단칼에 잘라 내는 잔혹함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모든 것을 품어 주는 위대한 사랑을 내보일 때도 있어서, 아이들이란 정말로 신기한 생명체인 것 같습니다. (p. 150)​

어른 독자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보내면, 어린이 기자단은 학교가 끝나고 다들 모여 과자를 먹으면서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답을 정리한다고 합니다. 기자단 친구들은 어른이 되면 고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른들의 걱정들이 매우 많아 깜짝 깜짝 놀란다고 해요. ​

Q. 맞벌이 부부인데 저 혼자만 집안일을 도맡아서 힘들어요.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남편이 맡은 일은 남편이 끝낼 때까지 절대 해 주지 마세요. 왜냐하면 자기가 하기로 정한 거잖아요. 학교에서도 "자기가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하는 것이 중요해"라고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거든요. 집이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남편이 치울 때까지 도와주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



tVN에서 최근 새로운 예능 '나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예능은 5세~7세 정도 되는 아이들을 관찰하여, 아이들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회생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프로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를 본 지인들은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어른들 못지 않게 치열하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른들보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판단이 명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마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민거리를 용기있게 어린이 기자단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그 고민 상담을 해주는 어린이들의 명쾌함과 현명함을 읽다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Q. 얘들아, 아이들은 밖에서 놀아야지, 왜 방에 쳐박혀 게임만 하는 거야? 차라리 집 밖에서 게임을 해!

A. 밖에는 위험한 것이 많아서, 선생님도 밖에서 오래 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걸요? 우리도 여기저기 가 보고 싶고, 놀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고요! 안전한 장소에서만 놀아야 해요. 그렇게 밖에서 놀기를 바란다면 어른들이 책임지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도데체 이런 게 고민이라니, 이해가 안 가요! (p. 64-65)​



지역밀착형 신문을 3년 동안 발행하게 되면, 가메오카 정도 규모의 동네 뉴스는 거의 다 취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의 취재거리는 끊이지 않죠. 그 이유는 '어린이만의 시점'으로 동네를 보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눈치채지 못하는 눈높이에서 계속해서 취재거리가 쏟아져 나오죠. '정원과 공원의 차이점은 뭘까?' 혹은 '나이가 들면 어째서 화려한 색 옷이 좋아질까?' 등 우리 주변의 궁금증을 날카롭게 꿰뚫어 봅니다. 어린이의 눈높이는 늘 놀라움과 발견의 연속입니다. 어른들의 '당연함', '상식'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공부가 됩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요? 저 역시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p. 73)​

인생을 살면서 며칠을 머리를 쥐어 싸매도 답이 안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오히려 답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메오카 마을 처럼 어린이 기자단이 주위에 있지는 않지만 그들을 만나기 어렵다면 내 안에 있는 어린 나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떠할까요? 어린이였을 때의 나였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했을지도 말이죠. 그래서 답은 네 안에 있다라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Q. 싫증을 잘 내요. 어떻게 해야 꾸준히 계속할 수 있을까요?

A. 꾸준하게 안 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그 일을 안 좋아하는 거잖아요.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것저것 차근차근 하다보면, 언젠가 '이거야!' 싶은 일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p.92-93)​

소가족화가 계속되고 지역 간 교류도 희박해진 지금, 어린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요? '위험한 일에는 엮이면 안된다'는 교훈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어떤 사람인지 꿰뚫어 보는 판단력과 자기방어 능력을 기르는, 스스로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자세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러한 능력은 '취재'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을 시작한 동기였습니다. 아울러 '정보발신 도구'인 신문을 '교육 도구'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p. 151)​



Q. 제 인생은 끝이에요. 정말 지긋지긋해요. 힘든 일이 너무 많아요.

A. 밑바닥까지 내려가 봐야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마지막이 해피엔딩인 게 가장 좋잖아요! 주인공이 파란만장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면 더 재미있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지금 힘든 일이 많을수록 틀림없이 히트작 인생이 될 거예요! (p. 108-109)



추가로 함께 오는 위클리 플래너에도 어린이 기자단의 주옥같은 말들이 곳곳에 써 있어요. 일주일을 시작하면서 어린이 기자단들의 명쾌한 삶의 시각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ak0815/22178064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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