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6호 2017.가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북한이탈주민 - 팔과 다리의 가격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문학잡지(?)가 있는 줄 몰랐다. 잡지에 실린 글들과 우리나라 및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안목, 혹은 문제 의식을 갖도록 해주는.. 질 높은 문학작품과 문학잡품에 대한 해설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정기구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만큼 매력적인 책으로 다가왔다.


이번호의 첫 소설인 '팔과 다리의 가격'이라는 소설! 정말 인상 깊었고 강인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이 현재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강연을 하고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인터뷰한 작가도 주인공도 평범한 삶이 아닌 뜨거운 무언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새삼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소설 속 배경은, 북한의 1990년대 중반(1995년이었던 것 같다)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이라는 역대의 굶주림으로 인해 사망자 수가 몇천만명에 이르렀던 해이다. 그들의 삶을 읽고 있자니 인간의 존엄에 대한 것, 인간의 권리, 북한이라는 특이성을 떠나서도 굶주림, 기본적인 생의 요건이 박탈 당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표현 이상이었는데, 그 일이 벌어질 당시 우리나라는 IMF 직전까지의 고도의 성장으로 인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민족인 우리나라도 북한의 실상에 이렇게 무지하고 관심이 없을지언데, 전 세계는 관심이 있을까?


아마 이런 '인간'에 대한 성찰, 아시아 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든지 시대정신의 고취가 이 잡지의 창간 목적이지 않았나 싶다. 소설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란 걸 뒷부분의 소설 속 주인공 인터뷰 내용과 작가의 글을 통해 알았을 때, 세상이라는 건 정말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이고 파악하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했다. 북한도, 우리 각자각자도... 북한의 집단 아사상태가 체제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 고유의 존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각자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번 호에는 제4회 심훈문학대상자로 신경림, 이근배 선생님께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 두 선생님의 선정 소감이 담겨 있었다. 평소 문학대상이 누구인지, 발표가 언제인지, 선정이유를 읽어본 일이 없는 나였지만.. 두 선생님의 글은 문학적 정신이 무엇인지, 문학가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려다 볼 수 있었다.


잡지 안에 담긴 아시아의 시들을 통해서는 언어의 놀라운 힘들을, '시'라는 매체를 통해 느껴볼 수 있었다. 좋은 시, 문학적 시가 어떤 것인지 시의 묘미를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안도현 선생님에 대한 글도, 고은이라는 처음 듣는 문학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강제이주되었던 고려인들의 삶, 그들이 경험한 두려움, 베트남 및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나 시선들.. 이 잡지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하며, 본 잡치의 출간 정신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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