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지 - 붙잡고 싶었던 당신과의 그 모든 순간들
이인석 지음 / 라온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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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의 편지 - 과거에서 온 우리들의 이야기


요즘 출간되는 책들 중에 찾아보기 힘든 류의 책이었다.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던 저자가 편지를 만나게 되면서 편지를 수집하게 되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모은 편지를 주제에 따라 모아 전시회도 했었다고 한다. 편지 수집이란, 이야기 수집이기도 하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 또한 책 속 편지들의 사연을 따라 과거로 다녀오게 되었다.


아마 요즘 세대들에게 '편지'란, '아주 낯선 것'일 것 같다. 문자와 메신저, 온라인 상에서 수시로 주고받는 짧은 대화가 대화라면 대화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편지의 감성을 먼 과거에 두고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하고 뭐랄까.. 느림과 기다림과 우표와 소식과 인연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이 책이 재미있는건 '아주 느리다는 것'이다. 편지를 주고 받는 시간이 느렸고, 그 안에 기다림도 있었고, 혹은 거리상 머나먼 타국에 있는 사람들(월남전 병사들의 편지에는 베트남이 어떤 곳인지, 혹은 중동에 나가게 된 일꾼들은 그 곳의 기후나 시간 등등 편지에 자세히 썼다, 아마 오늘은 인터넷만 쳐도 전세계가 한 손안에 들어오는데, 불과 50년 전만해도 미지의 세상이었을 곳이었을테니 말이다..)과 주고받는 편지였기에 책을 읽는 내내의 내 감각은 오랫만에 느껴보는 '느림'이었다. 


편지 대부분이 70년대, 60년대 쓰여진 이야기와 사연들이었지만, 그리 멀리 않은 우리들이 과거임에도 쓰는 말투나 어체가 너무 옛스러워서 우습기도 하고, 참 세월이 빠르게 지나왔구나 싶었다. 얼굴도 모르는 파병 군인과 주고받은 연애편지는, 그 내용 안에 떠돌고 있는 설램과 그 시대만의 표현방식이 그대로 전해졌고, 부모님, 형제들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옛날시절에 보다 끈끈했던 가족애도 충분히 느껴졌다. 여러모로 우리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의 젊은 시절 겪어왔을 시대의 일면을 편지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책이다.


젊은이들이 읽는다면 '편지'를 통한 과거 여행이 될 수 있겠고, 우리 부모세대들에겐 추억거리가 되어주는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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