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최철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존엄한 죽음 - 무겁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생에 대해 죽음에 대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630391

 
'존엄한 죽음...' 책 제목도 무겁고, 심지어 표지마저 무겁다. 이 책을 다 읽고는 문득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죽음에 대해 어른들이 설명할 때 '죽는다는 건 하늘 나라에 가서 영영 못만난다' 정도가 가장 보편적인 표현일테다. 내 경험으로는 중학교 때부터쯤 '죽음'의 막연한 공포에 대해 맞딱드렸던 것 같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인 공포? 실체론적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일 수도 있는 생각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즉,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죽은다는 건 세상에 없다는 거다, 그러면 그러고 나서도 이 세상은 돌아간다, 그럼 죽은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세상에 없는 건... 소중한 우리 가족들을 못만난다는 거고, 영영 기억에도 없는.. 그럼 나는 그저 사라진다는 거고, 그 뒤의 인생은 없다, 그럼 나는 과연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는 걸까, 인식도 생각도 육체도 없다..' 이러한 생각 뒤에는 막연한 공포에 몸서리쳤던 것 같다.
 
그 뒤로 어른이 된 지금 시점에서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살기 바빠서? 그렇다기 보단, 그 막연한 공포감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그저 죽음을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회피하는 거고, 그러다 정작 죽음에 임박해서야 생각해본다면 이미 늦었으리라.
 
책 띠지에는 익숙하지도 않은 '웰다잉법'이 적혀 있다. 아마도 이 단어가 궁금해서라도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보길 바래서 였을까? 이 책이 부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존엄한 죽음은 무엇인지, 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며 사는 것이 막연히 죽음을 회피하는 것보다 현재의 인생을 보다 진정 잘 살 수 있게 해주는지까지 연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아주 중요한, 두번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은 죽음과 삶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무겁지 않다, 정말 중요하다, 죽음이란.
 
내가 가장 처음 경험했던 죽음이란 중학교 시절 동창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오토바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돌아가신 일이었다. 조문을 가고, 장례식장을 돌아 나오고,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엔 너무 어리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다... 정작 나도 '죽음'에 대해 이렇게 잘 모르고, 그저 저 멀리 일로 꼭꼭 가두어 두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죽음에 대해서 아이일 때부터 삶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그것의 의미를 알려준단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인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어쨌건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에 대해 무시하고 살아간다. 죽음은 남의 일이란 것처럼, 그러다가 지인의 죽음 소식이 들려오면 그 순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뿐이다. 나 또한 가끔 습관처럼 쓰는 말이 '이렇게 아웅다웅 작은 일로 일희일비 하기엔 즐겁게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화내지 말고 좋은 일로 많이 웃으며 살자'라고 말하면서도, 돌아서면 또 그게 아닌.. 그저 인생을 산다. 영원히 살 사람처럼, 정작 중요한 인생의 목표나 가치에 대한 생각도 없이, 혹은 작은 일로 싸우고 화내면서?
 
이 책을 읽고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건, 인생의 어두운 구렁텅이를 들여다보는 일이 결코 아님을. 오히려 그 반대로, 인간의 숙명인 죽음에 대해 알아야 정말 인생을 잘 살 수 있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서점에 가면 '사망학', '죽음'에 관한 전문 서적들도 찾아볼 요량이다. 무겁지만.. 그저 지나치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노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든, 지인이 중병에 걸려 병상에 계신 분들이든 그분들에게도 꼭 필요하지만, 건강한 그 누구라도 이 책은 필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p.16 아픔의 자리를 외과 의사가 말끔히 도려내듯 수술하는 것이 비움이라면,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지켜보며 치료하는 것을 내려놓음의 출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p.82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질 대가 올 텐데,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죠. 왜 지금까지 그런 걸 짚어보지 못했을까.

p.131 죽음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죽음을 들여다보지 않아 좁은 세계에 머물고 있다.

p.183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는 슬픔을 이해하는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하는 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툭 한마디 던지는 경우가 많다.

p.208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보면 우리가 잊고 지낸 공원묘지의 상징성에 눈을 뜨게 된다.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자연의 조화가 거기에 있다.

p.246 지금도 많은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죽음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결코 우리 자신들의 일로 진지하게 고민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실존적 고민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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