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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서 좋다 - 두 여자와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일상의 기록들
김민정.조성현 지음 / SISO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너라서 좋다>
두 여자와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일상의 기록들. 이 책의 부제이다.
보름달과 따뜻한 이미지에서, 이 책이 따뜻한 책이라는 걸 짚어드는 순간 알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와 함께 했었던 수많은 추억들이,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어린시절 기억들이 퐁-퐁-퐁-하고 떠올랐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두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도 많이 되었고, 옛날 키웠던 강아지들 모습도 하나 하나 떠오르고, 소소히 적힌 인생에 대한 글들을 통해 삶의 방식에 관한 관점들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책이었다. 서로 친구인 두 작가,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나까지 모두 30대라는 비슷한 연령대로 인해 그 연령대에 겪게 되는 고민들,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도 잘 통했고, 그래서 더욱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도 잘 와닿았던 것 같다.
시골에서 자란 나와 동생은, 강아지를 참 많이 길렀던 것 같다. 시골에서 자란다고 모두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고 자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강아지를 좋아하셨던 것 같고(물론 우리 엄마는 마당에 싸 놓은 개똥 치우는 일을 무척이나 번거로워 하셨던 기억이 난다. 하.하.), 강아지를 기르는 일이 우리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강아지와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이 따뜻한 걸 보면, 어린시기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일은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자라오며 10마리 정도의 강아지랑 인연을 맺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몇몇 강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한 번은 아주 까맣고, 눈동자까지 까만, 그리고 아주 작아서 사과 크기 만한 컵독(?)-시골인지라 컵독은 아니었을테지만, 아주 아주 몸집이 작은 종이었다보다-푸들강아지를 나와 동생이 애지중지 길렀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는 좋아해도 절대 방에서는 키우지 않는, 마당에서만 키운다는 엄마의 철칙의 유일한 예외였던 점에서, 엄청 작았다는 점이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 작고 작았던 강아지를 어르고 만지며, 돌봤던 기억이 난다. 목욕을 시켜주고, 드라이기로 말려주던 장면도 생각난다. 아마 어린 나와 동생은 우리보다도 더 어린 아기 강아지를 돌보며 '내가 아닌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두번째 떠오른 강아지는 아주 영특한 흰색 강아지였던 것 같다. 갈색과 검은색 얼룩무늬가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초등학교일 때였으니까, 이제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어쨌건 겨울철, 여름철이면 방학마다 강원도 산골이나 동해바다로 가족캠핑을 떠났었는데, 그 때는 한 겨울에 아마도 가족 여행을 다녀왔던 것 같다. 2박 3일 간의 밥이랑 물을 챙겨두고 떠났던 우리는, 겨울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깜짝 놀랐다. 강아지가 안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소복이 쌓인 눈 아래 강아지가 꼼짝도 않고 있더니만, 우리가 '어머어머, 어떻게'하며 차를 끌고 마당에 들어서자 주인가족이 오는 자동차 소리를 듣고는 '놀랐지롱?'하고 서프라이즈라도 해주듯이 벌떡 일어나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우리 모두 안심하며 '녀석'했던 추억도 남아 있다.
가족과 같았던 강아지들. 그러한 강아지들이 나와 동생에게도 좋은 추억과 감동을 전해줬던 것 같다. 강아지를 돌보며 생명을 돌보는 책임감도 무의식 중에 체감하며 배웠던 것 같고, 가족 간에 사랑도 더 돈독해졌던 것 같다. 강아지 좋아하는 건 18개월 우리 딸램이도 타고 났는지, 동네에서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쏜살같이 달려가며 손을 아주 열심히 흔들며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당장이라도 강아지를 사주고 싶은데, 아직은.. 기를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일단은 아기가 4살 정도 되면 길러볼까 하는 중이다.
이 책을 쓴 두 작가 역시 자신들이 기르는 강아지 두 마리, 고양이 두 마리를 너무나 사랑하며, 그들의 그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참 마음 따뜻한 책이다. 중간중간 손으로 직접 그린 일러스트 그림들도 재미있고, 책 속에 실린 복덩이, 짱이, 요다, 키위의 사진도 너무 예뻤다.
p.97 연민은 실로 무력했고 동시에 외로움을 안겼다.
p.106 하나도 나아진 건 없는데 모든 것이 괜찮았다.
p.150 상대가 쉽게 수긍하면 의외로 화는 풀썩 주저 앉아 버린다. 머쓱해진다.
p.208 두 녀석은 내게 선량한 마음을 회복시켜 준다. 그게 성숙이라면 그들이 나를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