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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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 '가족'과 '혈연'에 관한 어느 한 대가족의 마지막 이야기









"일흔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본인이야 모든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실상 아무것도 중요하지가 않다. 

그걸 어떻게 해야겠다는 필요성도 간절하게 느끼지는 않는다(p.150)."



빅 엔젤과 그의 가족들, 친인척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족'과 '혈연'으로 맺어진 한 대가족 집단의 서사적 이야기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각각의 인생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각자의 이야기들이 옷의 직물처럼 얽히고 설켜 커다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가족의 역사'이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으로 이주한 멕시코인인 가족들의 이야기이기에

조금은 낯선 문화와 정서들인지라

'빅 엔젤'이라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모든 걸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작가가 말하고자 한 '가족'과 '혈연'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잔잔하면서도 알싸하게 다가온 소설이었답니다.



"그 때도 리틀 엔젤은 생각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삶이 이렇게 끝나는 거야? 

그런데 우리는 TV를 보고 있어도 되는 거냐고?'(p.187)"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즉 그의 겸험들이 맞물려져 탄생한 멋진 한편의 소설이기도 하네요.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아버지가 멕시코인, 어머니가 미국인으로

자신의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했다고 하니, 

그의 이야기인 셈이기도 하네요.


무엇보다 이 소설의 커다란 사건인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파티 자체가

저자의 형의 마지막 생일파티에서 영감을 얻어

'빅 엔젤'이라는 한 가장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그려냈다는 거죠.

시간적으로는 하루에서 이틀이겠지만,

그 안에 담긴 가족들의 이야기는 4대를 아우르며 수 십년을

흘러 내려온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소 스토리가 우왕좌왕 거리고, 

너무 많은 인물들의 등장에 혼돈스러우며,

심지어 너무나 특이한 '빅 엔젤'이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알아가는데

(뿐만 아니라 데 라 크루스 집안 사람들 모두가 하나 같이 특이하기까지 하니;;)

소설을 모두 읽을 때쯤에야 가늠이 오게 되요, 그러니 '뭐 이런 가족들이 다 있나' 싶기도 해요.



"이야기들은 저마다 자유 의지를 가지고 몇 년을 건너뛰고

수십 년을 무시한 채로 다가오는 듯했다.

빅 엔젤은 어느새 시간의 폭풍 속에 서 있었다.

그에게 과거란 마치 라스 풀가스 극장에서 본 영화처럼 보였다(p.248)"



하지만 제가 느낀 감동은

굳건 했던 가장의 '죽음'을 앞두고 모든 가족, 친인척들이 모여 회상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자신이 생일파티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의 이유가 있었음을

빈 엔젤이 본인에게 스스로 말하는 멘트는

개인의 역사가 가족의 역사 안에 자리잡고 있음이 느껴져

매우 뭉클했던 부분이었어요.


'죽음'을 앞둔 빅 엔젤이 자녀들과 아내와 자신의 부모,

지나온 모든 시간들과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어떤 감정과 회환을 느끼는지,

소소한 일과들이야 평범하게 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죽음 직전'이라는 특수성이 한 개인의 내면과 그의 가족들에게 미치는

'특수한 영향력'들에 대해 잘 묘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형제는 나란히 누운 채로 참 많은 기억 사이를 이리저리 걸었다.

불완전한 장면들이 많았다.

마치 둘이서 옛 사진이 담긴 상자를 열었는데,

사진마다 죄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상황이랄까(p.440)."



즉, 늘 같은 모습들의 가족들이지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자신들이 가장 사랑한 한 사람의 곧 있을 죽음(사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아가서는 '통합'되고 가족의 역사는 '계속'되는 것에 대해

투박하면서도, 다소 정신없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소설이라 참 좋았네요.


이 소설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원래 한 가족의 이야기는 복잡하다는 것,

너무 세세히 따지지 말고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라는 것,

내가 빅 엔젤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가 왜 그리 초연할 수 있는지도 공감이 되는),

그리고 각 가족들의 시선에서 상황을 재해석하고 이입해보는 건 재미있는 역할극이자 

다양한 삶을 다각도로 경험하게 해주는 소설임을 즐겨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결론적으로야 '시한 폭탄 같은 가족사'에서 드러나는

'가족애의 보편성'은 마음을 참 따뜻하게 데워주더라구요.

추천하는 소설책 한 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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