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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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탄생의 과학 - 더 가까이 살펴보는 생명의 신비, 놀라운 발생학 강의



"과학을 움직이는 것은 한 인간의 천재성보다 

매일같이 실험실을 지키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사소한 질문과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진실을 갈망하는 무한한 열정입니다(p.126)"







가끔 문득, 자연과 자연 안에 존재하는 인간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정말 신비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의 존재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화하는 일생의 과정 중 가장 신비로운 일을 꼽으라면 

작은 세포가 세포 분열을 통해 태아가 되고 엄마 뱃속에서 열달을 성장하며 온전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두 아이를 낳은 엄마로써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태아가 뱃속에 생기고 그렇게 열달을 보내며 뱃속 아기가 성장하여 온전한 생명체로 만나는 경험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한 경험 뒤에 읽은 이 책은  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긴 기간 동안 자궁 안에서 어떤 신비로운 일이 진행되었는지, 태아가 어떠한 세포 성장 과정을 거쳐 태어났는지 알게 되자 '생명 탄생의 과정'이 얼마나 더 신비롭고 위대한 일이지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즉, 그 동안은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었던 '생명의 신비'라면, 이 책을 접하면서는 '발생학이라는 과학'을 통해 좀 더 세밀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아! 정말 신기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나.


개인적으로는 과학서적이지만, 태교서로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과학서적이 태교서적이라니,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읽다보면 수긍이 가리라 생각된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신비와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인간이 되어가는지를 발생학 학문의 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면 열 달 동안의 기간이 좀더 다른 느낌으로 행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열 달을 뒤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더불어 과학이랑 멀리 떨어진 삶이라서 몰랐던, 발생학이라는 과학의 진보가 어디만큼 발전해있는지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저자가 알려주는 탄생의 과학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우리가 그저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정자 + 난자 = 아기'라는 단순한 말표현으로는 불가능한,

얼마나 신비로운 일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지 그 아름다운 신비로움에 푹 빠져들게 된다. 


더욱이 여러 논문들에서 밝혀진 내용들이 처음에 어떤 과학적 가정과 그 가정에 기반한 실험 설계를 통해 밝혀졌는지 말해주고 있어 과학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얼마나 재미있는 분야인지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정자가 사실은 난자가 어디있는지 알아내는 능력이나 두터운 난자의 막을 뚫을 능력이 처음부터 갖고 있는게 아니라 나팔관 입구에 다다른 후 일정시간을 거쳐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 


정자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온 수정과정을 어떻게 다시금 바라봐야 하는지도 과학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라는 점, 


엄마의 혈액과 태아의 혈액은 나뉘어 있지만 태아의 세포가 혈관벽을 비집고 빠져나가 엄마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행겨 엄마의 혈액에 돌아다니는  DNA의 20퍼센트가 태아의 것이라는 점, 


이를 통해 산모의 혈액을 채취해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는 점(임신부의 혈액을 통한 태아의 유전병 확인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출산일을 예측하는 일이 초음파 검사와 정확도가 비슷하다는 점도 놀랍다), 


성별이 난자와 정자를 만나는 순간 단번에 정해지고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들(남성결정유전자/여성결정유전자)들이 상대를 억제하는 기작을 통해 두 선택지(남성/여성) 중 하나가 확실하게 정해지는 것을 돕고 이런 성 결정 기작이 '평생' 작동한다는 것, 


줄기세포가 다양한 세포가 될 수 있는 능력인 '발달 잠재력(developmental potential)'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는 점(전능성totipotency, 만능성/전분화성pluritotency, 다능성multipotency) 등등


세상의 모든 과학 수업들이 이 책과 같다면, 정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



내가 이 책을 중,고등학교 때 접했다면 발생학이나 생명과학, 의학의 매력에 푹빠지게 되어 진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고리타분할 줄 알았던 과학이 이렇게나 재미있다니, 더욱이 최근 논문들의 내용을 저자가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이해가 쉬웠고 관련 삽화들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정말 딱 좋았다. 얼른 두 아이가 크면 이런 좋은 과학서적들을 만나게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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