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1 - Premium Extreme Novel
나리타 료고 지음, 모리이 시즈키 그림, 정대식 옮김, 타입 문 원작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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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너무 재밌어서 읽기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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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센틸리언은 고삐 풀린 알고리즘이에요. 사람들이 원하는것처럼 보이는 걸 점점 더 많이 제공할 뿐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은, 바로 그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센틸리언은 우리를 조그만 거품 속에 가뒀어요. 그 속에서 우리가보고 듣는 것들은 전부 우리 자신의 메아리예요. 그래서 점점 더 기존의 믿음에 집착하고, 자신의 성향을 점점 더 강화해 가는 거죠. 우린 질문하기를 멈추고 뭐든 틸리가 판단하는 대로 따르고 있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점점 더 고분고분한 양처럼 변해 가고,
털도 점점 더 복슬복슬해져요. 센틸리언은 그 털을 깎아서 더 부자가 되고 말이죠. 하지만 난 그렇게 살기 싫어요." - P56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의식을 전자(電子)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아를 두뇌 속으로 다시 욱여넣기가 불가능합니다. 당신들이 파괴하려고 했던 당신의 전자 복제판은 문자 그대로 실제의 당신입니다.
이렇게 전자적으로 확장된 자아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된 이상, 당신들이 센틸리언을 무너뜨려 봤자 금세 다른 대체재가 등장해서 우리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이미 늦었다. 이겁니다. 거인은 이미 오래전에 램프에서 탈출했어요. 처칠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건물을 만드는 것은 우리이지만, 나중에는 그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는생각하기를 돕는 기계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서 생각을 한다. 이겁니다." - P71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방 천장의 대들보에 목을 맨 아버지를 발견했다. 멍한 기분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내리는 동안, 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사냥한 요괴들이 서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들었다. 양쪽 다 이미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을 낡은 요술의 힘으로 연명하는 존재였고, 그 요술 없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니까. - P93

하지만 옆에게 모진 낙인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낙인찍는 것은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의 특권이므로. - P97

"이 증기와 전기의 새 시대에, 이 거대한 도시에서, 빅토리아피크에 사는 사람들을 빼면 자기 본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 P100

나한테는 양끝을 다 태울 양초가 없어. 커피 스푼으로 수명을 계산할 일도 없을 거야. 욕망을 잠재울 샘물도 없어, 왜냐면 죽은거나 다름없이 얼어붙은 내 일부를 뒤에 남겨 두고 왔으니까. 지금 나한테 있는 건 내 삶이야.
"삶이란 모름지기 실험이에요." - P132

내가 지금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거야. 마음이 탁 트인 기분, 만사가 태평한 기분, 어디에든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말이야. 그래, 내삶은 이제 비로소 진짜 실험이 됐어.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전에 난 먼저 내 담배를 다 피워 버려야 했어.
나한테 일어난 일은 ‘상태 변화‘였어. 내 영혼이 담배 한 갑에서 담뱃갑으로 바뀌었을 때, 난 성장한 거야. - P135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 P305

빛나는 팔, 웃음소리, 신들의 음식. 우리 기억은 그렇게 압축되고통합된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돼서 머릿속의 한정된 공간에 박힌단다. 하나의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기호로 바뀌고, 긴 대화는문장 한 줄로 줄어들고, 하루는 덧없이 사라지는 즐거운 느낌으로 농축되지.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 스케치가 되는거야, 사진이 아니라.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 P312

"나는요. 우리 가족이 카누를 타고 끝없는 태평양으로 나선 폴리네시아 사람들이나 아메리카 대륙까지 항해한 바이킹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우린 언제나 배에서 살았거든요. 지구도 마찬가지예요. 우주에 떠 있는 배 한 척."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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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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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글이 좋은건 우리의 현실과 삶을 너무 리얼하게 잘 풀기때문이다. 각 이야기의 인물들이 정말 어딘가에 살아숨쉬고 있을법한 생동감과 심리묘사들.. 특히 노찬성과 에반은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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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냥 티브이 앞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낄낄댔는데, 요즘은 내가 그 게임 참가자가 된 기분이었다. ‘반의반‘ 또 ‘반의반의반‘ 크기로 접힌 종이 위에 외발로 선 채 가족을 안고 부들부들떠는, 그렇지만 결국 살았다고 카메라를 보며 웃는. - P14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걸 배웠다. - P20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 한 필름마냥 스쳐가는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했다. - P21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알고 있니?‘
에반의 젖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들거렸다. 찬성이 에반의 입매, 수염, 콧방울, 눈썹 하나하나를 공들여 바라봤다. 그러자 그위로 살아, 무척, 버티는, 고통 같은 말들이 어지럽게 포개졌다.
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걸까? - P62

손바닥에 고인 땀을 보니 문득 에반을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손바닥 위 반짝이던 얼음과 부드럽고 차가운 듯 뜨뜻미지근하며 간질거리던 무엇인가가.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만질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옥죄었다. 하지만 당장 그것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찬성은 어둠 속 갓길을 마냥 걸었다. 대형 화물 트럭 몇 대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찬성 옆을 사납게 지나갔다. 머릿속에 난데없이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 P81

서글서글한 눈에 선의와 호기심이 가득했다. 도화는 속으로 ‘아직 덜 실패한 눈...... 이라 중얼거렸다. 오래전 저 눈과 비슷한 눈을가진 사람을 본 적 있다고. 자신도 가져본 적 있는 눈이라고 생각했다. - P114

단어 하나에 여러 기억이 섞여 뒤엉키는 걸 알았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안에서 여러 번의 봄과겨울을 난, 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 P117

질 나쁜 종이위로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일제히 손 흔들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미소로 답한다. 그게 우리의 직업이었으니까. 웃는 것. 또 웃는 것.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웃는 것 그리하여 영원히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구는 것. - P133

오래된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어색한 듯 자명하게 서 있다. 정확히 어떤색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1970년대 때깔 혹은 낙관적 파랑을 등에 인 채 코닥산 명도, 후지식 채도에 안겨 있다. 어느 때는 너무 흐릿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누군가를 향해, 그 누군가가 원한 미래를 향해 해상도 낮은 미소를짓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 속에 붙박인 무지, 영원한 무지는 내 가슴 어디께를 찌르르 건드리고는 한다. 우리가 뭘 모른다 할때 대체로 그건 뭘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뜻과 같으니까. 무언가 주자마자 앗아가는 건 사진이 늘 해온 일 중 하나이니까. 그러니 오래전 어머니가 손에 묵직한 사진기를 든 채 나를 부른 소리, 삶에 대한 기대와 긍지를 담아 외친 "정우야"라는 말은, 그 이상하고 찌르르한 느낌, 언젠가 만나게 될, 당장은 뭐라 일러야 할지 모르는 상실의 이름을 미리 불러 세우는 소리였는지 몰랐다. - P151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 P173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0

그런 시간이 있었다. 사람 얼굴을 보려면 자연스레 하늘도 같이 봐야 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세상의 높낮이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를 잃고 난 뒤 그 푸른 하늘이 나보다 나이든 이들이 먼저가야 할 곳을 암시한 배경처럼 느껴졌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시차를 유년 시절 내내 예습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그건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나보다 어리거나 내 또래인 이들에게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믿었다. - P229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모습이 떠올랐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얼굴이 그려졌다.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
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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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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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페미니즘 소설이라니. 한국남자와 결혼하고 애까지 낳은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나는 페미니스트도아니고 페미니즘에 회의적인 쪽인데 이 소설은 읽는내내 여성이라면 공감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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