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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ㅣ 8020 이어령 명강
이어령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4월
평점 :
*이북카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믿고 읽는 이어령님의 글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즐거이 읽었습니다.
평소 저는 구어체로 된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어령님의 책은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있어서인지, 오히려 구어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단 한번도 직접 이어령님을 만난 적이 없지만서도,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저를 붙잡고 옛날 이야기 보따리 하나씩 풀어주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 책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지만 좀 더 부드럽고 정감가는 표지로 시작하는 데 반해,
첫 번째 장(여기에서는 0번, "이야기 속으로")부터 "수의 비극" 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를 압도합니다.
수의 비극이라니?
숫자를 자주 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약간 당황스러운 시작입니다.
읽어나가면서 왜 첫 번째 장의 부제를 수의 '비극'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저자가 이끄는 대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며 수와 언어의 세계에 흠뻑 빠지다가 돌아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제목 그대로, [생각의축제] 라는 이름의 축제에 같이 참여해서 어우러져 함께 재미나게 놀다 온 느낌이 듭니다.
이어지는 다음 축제가 또 있기를 기다리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문명은 그걸 풀 수 있다고 믿고, 시스템화해 안 풀리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누락되고 삭제되는 것입니다. - P58
그런데 우리 조상은 개 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왜 그렇게도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지었을까? 그것은 아직 개인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이나 개성이 가장 중요한 근대적 개인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 더불어 함께 사는 것, 너와 나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근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서투르게 보였을 뿐이지요. - P86
‘셈 문화‘는 ‘비합리주의‘도 ‘반합리주의‘도 아닙니다. 바로 ‘초합리주의‘! 합리주의를 넘어서는 새 문명의 모델이 되는 사상입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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