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민, 세 아이 이야기 ㅣ 미래주니어노블 2
앨런 그라츠 지음, 공민희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4월
평점 :

* 난민, 세 아이 이야기
* 앨런 그라츠
* 옮김 공민희
* 밝은미래
영화 포스터를 떠올리게 되는 표지.
제목을 가리고 보면 소년의 모험 이야기 같기도 하다.
표지 관찰하면서 "비 그치고 폭풍이 물러나네~"라는 대답은 긍정적인 희망의 메세지인가?
2015년 터키의 해안가에서 발견된 아이 사진으로 한동안 세상이 떠들썩했다.
그리고 작년 제주도를 찾아 온 500여명의 난민들...
난민에 대해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빨간색 글씨 "뉴욕타임스 50주 베스트셀러"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의를 끄는 소설이 있다. 의미 있는 소설이 있다. '난민, 세 아이 이야기'는 둘 다다." 라는 말이 나로 하여금 이 두꺼운 책을 읽어보게 했다.
시대도, 장소도, 이유도 각각 다른 세 아이들의 이야기.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탈출!"
세 아이에 공감해보고 싶었다.

1938년 독일, 열두 살 유대인 소년 조셉
나치의 탄압으로 유대인들은 고향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게 되었다. 변호사인 아버지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활동할 수 없게 되고, 어느날 밤 누군가가 아빠를 잡아 간다.
그리고 6개월 뒤, 14일 내로 나라를 떠나겠다는 조건으로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났다는 편지를 한통 받는다.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살기 위해 떠나야만 했다.
아빠와 함부르크 항구에서 만나 쿠바행 배에 오른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난 아빠의 모습은 조셉이 알던 아빠의 모습이 아니다!
1994년 쿠바 아바나 외곽, 이자벨
이웃집 이반네는 미국으로 갈 보트를 비밀리에 만들고 있다.
쿠바 대통령이자 수상 피델 카스트로는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금지국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를 시작으로 굶주리기 시작한 쿠바 시민들은 여기저기에서 폭동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 이자벨의 아빠도 보인다.
아빠는 체포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 텔레비전을 통해 특별 담화문이 발표 된다. 쿠바를 떠날 수 있게 이번 한 번만 법적으로 허용해준단다. 언제 피델의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그래서 쿠바를 떠나야 한다.
당장 오늘 밤에.
이자벨은 이웃집에 찾아가 자기 가족들도 같이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트럼펫을 팔아서 휘발유를 얻어 온다.
할아버지 리토와 임신 중인 엄마도 함께 어려운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들은 쿠바, 그들의 집, 고행을 떠나는 중이다.
살기 위해서.
2015년 시리아, 열두 살 소년 마흐무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남는 법을 택한 마흐무드.
2011년에 시리아로 불어 닥친 아랍의 봄(대규모 반정부 시위)으로 전쟁을 알게되었고, 그 전쟁은 동생을 감정 없는 로봇으로 만들었다.
폭격기와 통폭탄 등 계속되는 공습가운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쉬이이잉 쿠우우우와앙! 하는 미사일 소리와 함께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한쪽 벽 전체가 사라졌다.
그들은 책가방 두 개의 최소한의 짐을 챙겼다.
아빠가 알레포를 떠나 터키를 지나 독일로 갈거라고 했다.
준비가 됐든 아니든 살고 싶다면 시리아를 떠나야만 했다.

조셉 - 이자벨 - 마흐무드 - 조셉 - 이자벨 - 마흐무드 - 조셉 - ......
이 책은 세 아이의 이야기를 짧게 짧게 번갈아가며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된다.
처음엔 '누구였지?' 하며 읽다보면 각각의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듯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세 아이의 이동 경로는 상상 이상이었다.
주인공들의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다보니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힌다.
분명 다른 시대에 다른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하나로 이어진다.
한참을 읽다보면 설마설마... 하면서 나오는 반전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작가의 말에 조셉, 이자벨, 마흐무드는 모두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MS세인트루이스호는 실제로 승객의 대다수가 나치를 피해 떠난 유대인 난민을 태워 떠난 선박이고, 구스타브 슈로더 선장 역시 유대인 승객들을 잘 보살펴준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쿠바의 폭동과 바다에서 잡힌 쿠바 난민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들.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흉포한 내전을 8년째 하고 있는 시리아.
공습 속에서 살아남은 다섯 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 울지도 않고 그 상황에 익숙해져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이 겨우 다섯 살 된 아이가 알고 있는 인생이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실제 인물과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써내려 갔다고 하니 더 리얼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난민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생겨 그들을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난민을 인권 문제로 접근하면 안타깝고 불쌍한건 사실이지만, 유럽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들을 보고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느끼는 성범죄나 불법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작용하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어떤 마음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야 했고, 아무 기약도 없는 낯선 곳을 향해야 하는지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mañana" [마냐냐]
내일, 곧, 머지않아, 아침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이다.
각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
조셉이 배에서 아빠의 뺨을 때릴 수 밖에 없었던 사연.
요트에 동생 하나만 태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마흐무드의 가족들.
임산부를 태운 보트에 끝까지 가족과 함께 하려는 가족애.
관광객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생수와 감자칩을 보트에 건네주던 일.
죽은 사람들의 구명조끼를 벗겨서 입고, 시신에서 맞는 신발을 찾아 신어야 했다.
공습, 총격, 강도에도 놀라지 않고 모든 눈물과 비명을 가슴 속에 쌓아두는건 아닌지 걱정되는 동생을 향한 형의 마음.
읽다보면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장과 감동, 가족의 사랑과 희생, 용기, 모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뒷면에 실린 찬사들은 그냥 실린게 아니다.
그 감동은 읽어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다시 읽어보려 한다.
우리가 누리는 사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