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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읽어 나가며 오르페우스와 나사렛 예수를 비교하는 귀절이 눈에 띄더군요.
역시, 그렇지, 싶었던 것이, 천상 예술가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질 수 밖에 없을
운명이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면서 읽었습니다.
'열광적인 예언자'인 예수는 한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인류 전체를 구원하려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설득시킬 필요도 없이 무조건적인 추종을 요구한다지요.
언제나 반복되는 예수의 예언적인 말,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또 그럼으로 인해 인류 전체를 구원하려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보잘 것 없는 오르페우스.
그는 오직 한 사람, 에우리디케만을 사랑하여 지옥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모두들 다 아시듯이, 그는 자신을 뒤따라 오는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지하 세계 통치자의 조건을 어기고 말죠.
쥐스킨트는 오르페우스의 이러한 '실수'에 연민과 동정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초인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자,
인간으로서 언제든지 커다란 실수, 끔찍하게 바보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자.
흥미로운 건 그가 이런 오르페우스를 '예술가의 전형'으로 본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에우리디케(청중)가 있는 뒤쪽을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어떤 오페라 가수도 청중에게 등을 돌린 자세로 계속 노래할 수는 없다. 설사 오페라 감독이 수천 번 달콤한 유혹이든 위협이든 그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그는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예술의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모든 예술가는 자기 자신의 영혼을 밖으로 표출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하며, 따라서 자신의 예술이 청중에게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금지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의 글을 읽고 예술가-되기를 지향하는 나/우리의 모습이 조금은 자랑스러워졌습니다.
나/우리/예술가 모두에게 이 구절을 바치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