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장하늘 작가님의 『내 생애 봄날은 온다』를 읽으며, 책의 문장보다 먼저 내 마음에 스며든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넷인 엄마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은 어떤 지출이 있을까?”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돈은 더 구체적인 무게로 다가옵니다.
학원비, 병원비, 외식 한 번, 교복 한 벌.
그렇게 ‘돈’은 나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닌,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감정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는 가난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부끄러워했던 시간들이죠.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돈에 대해 무심해지지 못했고, 오히려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내 아이들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결국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내 생애 봄날은 온다』는 위로를 가장한 계절 같은 책이었습니다.
처음엔 성공 스토리인가? 싶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건 누군가의 ‘살아남은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3억의 빚에서 30억의 자산으로.
표면적인 숫자보다 더 마음에 남았던 건, 작가가 그 시간 동안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였습니다.
특히 “빚은 빚일 뿐이다. 갚으면 되고, 못 갚아도 회생의 길은 있다.”는 문장을 읽고는,
숨겨왔던 부끄러움이 조금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마음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겨주는 손길 같았어요.
이 책은 돈에 대한 전략서라기보다,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표에 더 가깝습니다.
작가는 무너졌고, 주저앉았고, 아이에게 밥 한 끼를 사줄 수 없던 날들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니까’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글 곳곳에 녹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기반 역시 아이에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걸요.
아이는 엄마의 말보다, 엄마가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경제적인 해답’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짚어보게 해주는 나침반 같았습니다.
읽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지만, 책장을 덮을 땐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어쩌면 나도, 이 겨울 같던 시기를 지나 조금씩 봄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가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누군가의 인생도
계속 겨울일 수만은 없을 테니까요.
『내 생애 봄날은 온다』는 어떤 거창한 문장보다,
“당신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지금 삶이 고단한 엄마에게, 불안한 직장인에게, 용기가 필요한 청년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봄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