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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지우개 ㅣ 감동이 있는 그림책 70
채송아 그림, 최경선 글 / 걸음동무 / 2026년 9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일곱 살 막내아들이 표지를 보자마자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그림책입니다.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책은 바로 [공룡지우개]였어요.
제목만 보면 공룡 모양의 지우개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표지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햄버거부터 군침이 도는 음식들까지. 저 역시 처음에는 진짜 음식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음식이 아니라 음식 모양을 한 지우개였어요.
문방구에 가면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에 먹음직스러운 모양까지 더해졌으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겠지요. 저도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어도 예쁘고 신기한 물건 하나쯤은 갖고 싶었던 마음 말이에요.
그렇게 아이와 표지를 살펴보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생긴 음식 지우개를 사서 문방구를 떠난 뒤, 공룡지우개는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요즘 애들은 왜 저런 지우개를 좋아하는 거야?”
“배달 음식이 인기가 많으니까 그렇지.”
지우개들의 대화를 읽는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가 요즘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장면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배달 음식이 익숙해진 생활과 그 모습을 그림책 속 지우개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엄마와 아이가 웃으며 바라보는 사이, 정작 공룡지우개는 불을 뿜으며 화를 냅니다.
“나는 인기가 없다는 소리야?”
공룡지우개에게는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에요. 다른 지우개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걸까요?
심술이 난 공룡지우개는 음식 지우개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배달 음식 지우개들을 한입씩 맛보기도 하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드러냅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이 궁금해졌어요. 공룡지우개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요? 그리고 공룡지우개의 행동을 지켜보는 다른 지우개 친구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와 함께 그림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히 귀여운 지우개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너머로 여러 가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공룡 모양의 지우개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햄버거나 피자처럼 생긴 지우개를 좋아합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요. 어느 한쪽이 더 낫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공룡지우개는 자신과 다른 지우개들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화를 냅니다. 다른 친구들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마치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뜻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문득 아이들의 일상에서도 이런 순간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가진 장난감이 더 좋아 보일 때, 다른 친구가 칭찬받는 모습을 볼 때, 나보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더 많이 쏠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말이에요. 마음속에 서운함이나 질투가 생기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
그래서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친구를 괴롭혀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취향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요.
무엇보다 다른 친구가 사랑받는다고 해서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일곱 살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번에 모두 이해시키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림책 속 인물의 행동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조금씩 생각을 넓혀갈 수 있을 거예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들어보는 시간도 소중하고요.
이야기 속 공룡지우개는 마침내 어떤 결심을 한 듯합니다. 과연 공룡지우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았을까요?
그 결말을 따라가는 재미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귀여운 그림체와 재치 있는 설정 덕분에 아이와 웃으며 읽을 수 있었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인 책이었지만, 함께 읽다 보니 어른인 저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그림책이었어요.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어떤 장면에서 웃는지, 등장인물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만날 때도 있으니까요.
이번 [공룡지우개]도 그랬습니다.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지우개 친구들의 이야기로, 엄마에게는 서로 다른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방식도 다르지요. 때로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주목받는 것 같아 속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거나 밀어내는 대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방구에서 시작된 아이의 작은 관심이 그림책 한 권을 통해 제법 깊은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웃고, 궁금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던 시간.
[공룡지우개]는 귀여운 그림과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다름을 이해하는 마음과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담아낸 그림책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