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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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첫 문장을 시작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직 일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도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가진 선입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은 다섯 명의 창작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도쿄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건축가, 요리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예술가, 출판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도쿄는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사람의 향기가 있었고,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에 적힌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보지만 다른 눈으로 본다.”

책을 읽다 보니 이 문장이 왜 처음에 놓여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같은 도시를 바라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건축물에서 도시의 역사를 읽고, 어떤 사람은 음식에서 그곳의 문화를 발견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모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기에, 창작자들의 시선을 따라 만나는 도쿄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건축물을 통해 도시의 첫인상을 살피고, 음식문화를 통해 음식에 담긴 태도와 진심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삶의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한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군산을 떠올렸습니다. 내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 속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특별한 여행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나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의 매력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여행인 도시. 그 사이에서 도쿄라는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각 장을 펼치기 전, 창작자가 어떤 마음으로 도쿄를 바라보게 되었는지 소개하는 글도 좋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일상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는 일보다 그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오롯이 환대하는 마음, 오모테나시’였습니다.

일본의 다도 문화와 맞닿아 있는 오모테나시는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을 다해 맞이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책을 통해 그 의미를 들여다보니 일본의 정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오모테나시 DNA’라는 표현은 그동안 내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일본의 문화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물론 한 권의 책으로 한 나라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곳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각 장에 수록된 창작자들의 크로스 가이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QR코드를 통해 연결되는 장소들을 살펴보니 실제로 도쿄를 여행할 때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창작자가 발견한 공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 보는 여행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창작자 가운데 나와 비슷한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도쿄를 산책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지, 혹은 전혀 다른 것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여행 가이드북보다 마음을 움직였던 [도쿄 인사이트 산책]

이 책은 도쿄의 명소를 빠르게 훑어보는 대신,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게 해주었습니다. 낯선 도시를 알아가는 일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가 처음인 사람에게는 새로운 여행의 실마리를, 여러 번 도쿄를 방문한 사람에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매력을 선물할 책입니다.

언젠가 도쿄를 걷게 된다면,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그곳의 평범한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게는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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