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마중 온 날 책고래마을 67
이은아 지음, 남성훈 그림 / 책고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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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비 마중 온 날]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학교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비가 오면 부모님이 우산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장면이지요. 하지만 이 장면 역시 모든 아이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맞벌이를 하거나 바쁜 부모님에게는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 서 있는 일조차 마음처럼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비 마중 온 날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먹먹했습니다.

 

공개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하나둘 학교를 떠납니다.

하지만 아이는 혼자 남습니다. 친구들에게 비를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아이. 결국 우산도 없이 혼자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엄마가 되어보았습니다.

 

내가 저 아이의 엄마라면 어떤 마음일까.’ 아이를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함과, 그 마음을 미리 알아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어린 시절의 나도 만났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은 바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일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비 오는 날 학교 앞에 서서 아이를 기다렸던 시간이 손에 꼽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단순히 한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한 장면 안에서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공개수업 장면에서는 엄마가 되어 아이를 바라보고,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 그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렇게 두 마음을 오가며 책장을 넘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달래줄 수 있을까.’

누군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언제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마음으로 다음 장면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존재가 있었습니다. 자연이었습니다.

 

물웅덩이에서 튀어 오른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소리, 비에 젖은 흙에서 느껴지는 시원하고 깨끗한 냄새, 빗방울을 머금은 꽃. 처음에는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마음을 빼앗겼던 아이가 어느 순간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자연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자연을 만나며 조금씩 마음을 회복해갑니다.

나는 이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어떠한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선물처럼 주어지는 자연에서의 회복이라니.

누군가의 도움이나 특별한 환경이 있어야만 가능한 회복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회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늘 좋은 부모이고 싶습니다.

힘든 순간에는 곁에 있어주고 싶고, 아이가 외롭지 않도록 꼭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부모인 우리에게도 일상이 있고, 책임져야 할 삶이 있습니다. 모든 순간 아이의 곁에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비 마중 온 날이 건네는 자연의 위로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아이의 모든 순간을 지켜줄 수는 없지만, 아이가 혼자 걸어야 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 또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처음에는 마중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군가 우산을 들고 학교 앞에 서 있는 것만이 마중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숲이 아이를 마중하고, 비가 그친 뒤의 파란 하늘이 아이를 마중하고,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자연이 마음을 마중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한 권의 그림책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마음까지 마중해주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했던 마음과 바빴던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

그 모든 마음을 한꺼번에 꺼내어 바라보게 했던 비 마중 온 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곁에 늘 함께하는 부모가 되는 것만큼이나, 아이 혼자 걷게 되는 순간에도 세상을 믿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외로움까지도 자연이라는 친구를 통해 천천히 회복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는 비가 그친 뒤의 파란 하늘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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