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돌
허은미 지음, 조원희 그림 / 만만한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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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저는 [하물며 돌] 그림책을 읽으며 이렇게 질문이 많아졌던 순간이 있었나 싶어요.
아이는 왜 돌이 되고 싶었을까?
돌이 되면 뭐가 좋을까?
돌이 되면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물며 돌도…….
질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왜 이 그림책의 제목이 [하물며 돌]이었을지, 저만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하물며’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깊이 사무치는 간절함을 만들어내는 부사라는 것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간결한 글과 직관적인 그림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했거든요.
책은 여럿이 함께 지나가는 아이들과 그 반대 방향을 향해 걸어가다 멈춰선 한 아이의 모습을 비추는 면지로 시작합니다. 다음 장에 아이는 혼자 걷고 있었고, 아이가 마주한 길바닥에는 작은 돌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가 말합니다.
“차라리 난 돌이 되고 싶어. 작지만 단단한 돌.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돌.”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말 뒤에 숨겨진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난 내가 싫어. 작고 연약한 나. 혼자 있어서 슬퍼 보이는 내가 싫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찾고 싶어서 ‘차라리’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차라리 돌이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작지만 단단한 돌이 되면 더 이상 외롭지도, 연약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기대.
어떻게든 지금의 나를 벗어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차라리’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이는 진짜 돌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아이는 괜찮을까요? 
그런데 ‘차라리’라는 말을 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아이에게 ‘하필이면’ 고양이의 공격이 들어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의 말과 손짓 하나에 툭.
하물며, 차라리, 돌이 되었는데……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림책을 읽는 나 역시 어느새 돌이 되어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보여진 문장이 참 고마웠어요.
“아무튼 세상이 다르게 보여.”
이것 하나면 된 것 같았어요.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같은 세상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힘든 일을 만날 때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시선이 바뀌는 순간,
그 어떤 것도 나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게 되니까요.
그리고 다시 ‘만약에’라는 말이 찾아옵니다.
‘만약에’라는 말에는 조금의 기대가 느껴졌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그려볼 수도 있고,
지금과는 다른 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는 말.
‘만약에’라는 말은 닫혀 있던 마음에 작은 문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그림책 속 장면과 나란히 놓여 있는 ‘만약에’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제 삶에 물음표 하나를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만약에?
만약에 지금의 내가 전부가 아니라면?
만약에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조금 바꿔본다면?
     
마침내, ‘하물며 돌’이 희망을 찾은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차라리’ 돌이 되고 싶었던 아이가,
‘하필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나고,
‘하물며’ 돌이 된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고,
결국 ‘만약에’라는 말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되는 과정.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이 책은 단순히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그림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하게 해피엔딩을 만들어주지도 않아요.
괜찮다고 쉽게 다독이지도 않고, 금방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한 장면 한 장면을 천천히 바라보게 해요.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부사 하나를 따라가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차라리.
하필이면.
하물며.
만약에.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말들이 그림책 안에서는 한 아이의 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그 말들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도 살면서 ‘차라리’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하필이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했던 순간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하물며’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만약에’를 떠올려봅니다.
만약에 지금의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면.
만약에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조금만 바꿔본다면.
‘만약에’라는 말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그림책은 한 번 읽고 덮어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내가 읽는 ‘만약에’와
내일의 내가 읽는 ‘만약에’가 다를 테니까요.
     
귀염둥이 막내와 함께 재미있게 읽어보아도 좋겠어요.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며
“너라면 돌이 되고 싶을 때가 있어?”
“만약에 네가 뭐든 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어?”
하고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이제 갓 성인이 된 아이에게도 이 그림책을 건네보고 싶어요.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만약에?’라는 질문 하나를 건네기 위해서요.
어쩌면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 하나를 건네는 것.
“만약에?”
그 질문 하나가 아이의 마음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돌’이 아니었어요.
돌이 된 아이가 바라본 세상이었습니다.
“아무튼 세상이 다르게 보여.”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한 것은 지금의 나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조금 바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만약에’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그렇게 내게 질문을 남겼고,
돌이 되고 싶었던 아이에게서 나는 마침내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상상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해줬던 그림책, 꼭 한번 읽어야 할 그림책으로 추천해봅니다.
     
#책세상맘수다 #하물며돌 #만만한책방 #조원희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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