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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 보림 창립 50주년 기념 그림책 ㅣ 내일의 책
노인경 지음 / 보림 / 2026년 7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올여름, 우리 집 막내의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킨 그림책 한 권.
바로 『케첩』입니다.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케첩도 꽤나 익숙한 존재일 테니, 이 그림책 역시 친근하면서도 정답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면지에서부터 특별함이 느껴졌어요. 케첩이 필요할 것 같은 음식에 케첩 없는 음식들로 가득한 면지. 마치 음식의 그림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익숙한 음식들이 가득한데도 어딘가 밋밋해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케첩이라는 존재의 자리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케첩’ 하나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궁금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왔어요.
역시 노인경 작가님!
재미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감자튀김에 케첩.오므라이스에도 케첩. 케첩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지요.
그런데 생선구이에 겹겹이 내려앉아있는 케첩이라면?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 장면을 보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 ‘낄끼빠빠’가 떠올랐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 이걸 잘하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림책 속 케첩은 늘 주인공이길 바라더라고요.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인데, 사사건건 모든 상황에서 내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면 오히려 너무 피곤한 삶이 아닐까. 꼭 모든 순간에 내가 빛나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내가 필요한 순간에, 조용히 제 빛을 내는 것.
어쩌면 제가 바라는 삶도 그런 삶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시무룩해진 케첩이 마음에 걸렸어요.
우리 아이도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더라고요.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케첩이 꼭 필요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케첩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야.”
생각해보면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해내야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보다 더 빛나야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필요한 자리에서는 마음껏 빛나고,
잠시 물러나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것. 그 모든 모습이 결국 ‘나’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첩』은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음식 그림책이었지만, 저에게는 ‘나는 어디에서 빛나고 싶은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한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케첩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케첩』을 추천합니다.
익숙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나다움’과 ‘나의 자리’에 대한 따뜻한 생각까지 담겨 있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