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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마음챙김 - 아이들과 40년, 이태숙 선생님의
이태숙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6년 1월
평점 :

책을 고를 때면 이상하게도 제목보다 먼저 출판사를 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신뢰 때문일까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도서관저널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괜찮은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장을 넘기지 않아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막상 누군가 “왜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았고, 그냥 마음이 머물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그림책은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 삶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문학 작품이라고. 그리고 글만 읽는 책이 아니라 그림의 말을 함께 읽어야 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말입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잠시 멈췄습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았던 이유를 그 한 문장이 가만히 짚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책은 생각을 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습니다.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장면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각자의 마음이 머물 자리를 찾도록 내어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같은 그림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이 책에는 작가의 마음에 오래 머물렀던 그림책들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그림책을 만나던 순간의 마음과 삶의 이야기가 함께 엮여 있습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혼자 그림책을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을 작가는 가만히 멈춰 세웁니다.
“여기에서 잠깐 머물러 볼까요.”
그렇게 말하듯 한 장면을 꺼내 보여 줍니다. 그 장면 앞에 서 있다 보면, 이상하게도 그림책 속 이야기보다 내 마음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지나온 시간들,
조용히 묻어 두었던 감정들,
이름 붙이지 못했던 마음들.
그림책 한 권이 그런 기억들을 가만히 불러냅니다.


책에서는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합니다.
누구에게나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고, 그리고 겨울이 있습니다. 어떤 계절은 짧게 지나가고, 어떤 계절은 유난히 길게 머무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계절들을 지나며 살아갑니다.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그 계절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삶의 계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 안내서라기보다 한 편의 잔잔한 에세이처럼 읽혔습니다. 그림책과 삶의 이야기가 서로를 비추며 천천히 흘러갑니다. 책을 덮고 나서 재미있는 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책에 소개된 그림책 목록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일까.’
‘이 장면은 어떤 마음을 담고 있을까.’
그 여운이 오래 남아 결국 몇 권의 그림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어 온 한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어서일까요.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유난히 편안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느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자주 놓치며 살아갑니다. 그럴 때 거창한 위로나 깊은 철학이 아니라, 그림책 한 장면이 조용히 마음을 붙잡아 줄 때가 있습니다.
말없이 건네는 그림 한 장, 짧은 문장 하나.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혹시 요즘 마음 둘 곳 없이 조금 헤매고 있다면,
잠시 멈춰 [그림책으로 마음챙김]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그림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그림책을 통해 내 마음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을 건네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시간 끝에서, 우리는 다시 그림책 한 권을 펼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읽던 그 책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위해 다시 읽게 되는 그림책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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