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이 워낙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던터라(집에 있는 책을 확인해보니 초판 10쇄인데 책 나온지 불과 3달만인 2012년 10월이 찍혀있더군요) 아마 독자분들도 한번쯤 들어보셨을.. 그 니얼 퍼거슨의 코로나 시기에 관련된 신작입니다. '둠DOOM 재앙의 정치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지금 코로나 시기에 관한 통찰이 가득 담겨있을 것 같은 이름으로 신작이 출간되었기에, 저자의 전작을 읽은것도 있어 기대가 컸기에 서평이벤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까지 근 640여쪽의 책을 빠짐없이 간략히 서평 독자분께 요약하는 것은 어려우나, 그래도 책을 들어 보시려는 분들을 위해 대강의 흐름을 말씀드리면, 우선 1장에서는 평균수명과 죽음, 종말의 의미를 성경 요한계시록, 다양한 종말론, 수많은 학살들의 수치화된 재앙의 통계학으로 언급하고 있고, 2장에서는 순환적으로 일어나는 전쟁등의 비극의 시기와, 아서 슐레진저의 순환이론과는 다른 경직성이 덜한 이론인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2011)을 언급하며... 통렬히 비판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저자 니얼 퍼거슨은 책 여기저기에서 뜬금없이 재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대항의식을 드러내고 있고 심지어 2장 내에선 아예 제법 되는 분량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파트까지 하나 만들어서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니 (ex:요컨대 국민국가가 인간 개개인처럼 행동할 거라 기대하는 것은 절대적 오류이며, 이는 자동차 내연기관에 대한 이해로부터 얻은 지식을 기초로 하여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추돌사고를 추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비유는 잘못된 비유인 것이다. 그가 심지어 전체 인류에까지 적용하려 할때에는 더 그릇된 비유가 된다.) 이 점은 적당히 취사선택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하나 들어보면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이 약 5000년된 나라라 즐겨 주장하지만 이는 예수회 신부들에게서 시작된 과장된 허구다... 하지만 사실을 보자면 중화인민공화국은 바로 최근에 그 70번째 생일을 축하하였으니 이는 재러드 다이아몬드보다 12살이나 어린 나이다' 던가.. 하는데 여기까지 뜬금없이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가져다 붙이는건 의도가 솔직히 궁금했습니다(...)
3장은 예측이 가능한 사건을 의미하는 '회색 코뿔소', 예측하지 못한 거대 사건인 '검은 백조', 예측 불가능함과 동시에 엄청난 파괴를 초래하는 '드래건 킹'을 가지고 왜 드래건 킹을 회피하지 못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분석합니다. 지진판에 세계 인구의 70%가 살고있고 괴멸적인 지진도 겪게 됩니다만 잊을만 하면 다시 돌아오는 모습도 보여지고 있지요.
4장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네트워크로 인한 티푸스, 황열병, 흑사병의 확산과 재확산을 다루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이나 비잔틴의 역사가 프로코피우스나 역병에 대한 이해는 거의 나은 바 없었다는데에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5장 과학의 미망에서는 1918년 스페인독감과 이로 인한 윌슨 대통령의 무기력증, 이로 인한 미국의 국력에 비해 소극적인 세계정치 개입을 다루고 있습니다.
6장의 정치적 무능의 심리학에서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등의 '꼭대기에 있는 1인의 명령'으로 참사의 원일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톨스토이적 세계관을 언급하며 19세기 있었던 정치적 실패로 인한 아일랜드 기근, 20세기의 두번에 걸친 소비에트 연방의 대기근, 런던 스모그, 솜전투, 유화 정책등의 실패를 언급하며 소비에트 제국의 붕괴까지를 다룹니다.
7장에서는 아시아독감, 소아마비 백신-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사람들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부기우기 독감으로부터 에볼라 전염까지 -90년대 유년시절을 보내신 독자분들은 기억에 새로우실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고 있으며, 8장의 재난의 프랙털 기하학에서는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그리고 항공사고에서 가장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테네리페 섬의 팬암-KLM 충돌사고(583명 사망)과 그만큼의 사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리처드 파인만을 슈퍼 스타로 만들었던 챌린저호 폭파사고까지 길게 다루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측의 어느지점 즈음에서 문제의 원인이 숨겨지고 사라지는 내용이 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9장의 역병들에서는 최근의 코로나 초기 사태 -한국의 종교집단의 슈퍼 전파자를 위시한-와 트럼프가 믿고있는 히드록시클로로퀸 코로나 치료를 제법 희화화하며 다루고 있습니다.
10장은 '코로나19의 경제적 결과'입니다만, 다른 서평 쓰신 분들도 많이 언급하시긴 했지만 이다음 마지막 미중냉전 장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좀 뜬금없다는 의견도 여기저기에서 있으셨고, 저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덥니다. 그러느니 케인즈의 '평화의 경제적 결과'를 연상시키는 10장 '코로나19의 경제적 결과'로 책을 맺었어도 좋지 않았으려나 싶습니다. (단지 그렇게 맺었다면 케인즈의 실패한 개인투자 언급으로 뜬금없이 책이 끝나버렸을테니 뭔가 좀 더 쓰기는 했어야 할 듯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마지막장 삼체문제는 중국인 소설가의 SF소설 삼체를 언급하며 (소설에서 인류를 뒤흔들 문제를 가져왔던 중국과 같이) 이번 COVID 재난을 야기한 중국을 가리키며, 미중 냉전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암시하며 결론을 맺습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본문만 해도 640여쪽 되는 책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만 저도 출퇴근길 2주를 꼬박 읽었습니다.- 중요한 요점만 추려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일일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올 미래, 과거 펜데믹은 어떠했으며 그에 대한 각국, 세계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이러한 점이 궁금하신 분들은 어느정도 시간을 들여 진득히 한번 읽어 보심을 권해드립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10609)에 응모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