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문에서 실험실이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소거하거나 불가피하게 새로운 조건을 생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자연에서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은 예로부터 자신들의 생각대로 제어할 수 있는 ‘자연’을 실험실 내부에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여러 실험을 진행해 왔었다.
그러는 와중에 실험실의 형태 역시 시시각각 변화했다. 초기 실험실은 오늘날과 같이 연구소라는 간판이 박힌 고층 건물에 존재하지 않았다. 실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집에 실험 관련 기구들을 들어놓기만 하면 그것이 곧 ‘실험실’이었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서 서적과 논문들을 보면서 컴퓨터로 레포트를 써 내려갔듯이, 당시 과학자들은 자신의 거처에서 개인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면서 여러 과학적 원리를 발견했다. 아이작 뉴턴이 대학을 떠나 고향에서도 빛에 대한 실험을 여럿 진행하고 광학이라는 학문을 구축한 것 역시 현대의 ‘실험실’이라는 개념이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험실이 현대와 같은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근대 과학과 교육 제도가 정립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국가나 학회, 대학,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학자들의 연구를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실험실은 공적 장소로 나오기 시작했고, 대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실험실은 설립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기존에는 연금술사나 화학자의 실험장만이 ‘실험실(laboratory)’라고 불리었지만, 점차 물리학, 생물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위한 실험실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학자와 연구원들의 실험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기도 한다. 실험실이라는 장소가 학자들의 실험 성과에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연구소 구조를 개방적으로 건설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의 논의를 활발하게 유도해 창의적 발견의 등장을 촉진하거나, 실제 자연환경과 가까운 공간을 만드는 등 연구소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