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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평전 ㅣ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음 / 보리 / 2019년 11월
평점 :
Ⅰ. 『최명길 평전』을 읽고 :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책
역사를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까닭을 물으면 아마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즉, 사람들에게 역사라는 학문의 존재 의의는 과거로부터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의미 있고 구체적인 교훈을 찾기란 어렵다. 그 이유는 역사 속 사건이 현재 우리가 부닥뜨리는 장애물이나 사건들과 유사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황이 현재와 비슷해 보이지만, 파고 들어갈수록 과거의 사건은 현재와의 공통점을 상실한다. 그럴 것이 과거의 가치관, 사상, 대외관계, 군사, 기술 등 모든 요소들은 현재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반이 다르니 사건 역시 같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대중들에게 자신이 찾은 역사 속 교훈을 전파하려는 사람들은 그 사건을 매우 추상적이고 단순하게 만든다. 누구는 선이 되고 그 반대편은 악이 되고 어떠한 행동은 현명한 행동이, 다른 행동은 무지의 소산이 되고 만다. 그러나 학자들이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도, 악도, 유능함도 무지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훈을 주겠다는 미명 아래에 세세한 역사적 사실은 희생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세세함이 사라질 때 우리는 별 특별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
병자호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광해군을 선으로, 인조를 악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생각은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정책을 유능함으로 인조 대의 외교 정책을 무지 속에 서 나온 행동으로 이어졌다. 실상을 살펴보면 광해군도 선이 아니고, 인조가 악인 것도 아니며 인조 대의 외교 정책이 광해군 대의 외교 정책과 별반 차이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조 대에 친명배금 정책을 폈다고 생각해 대청관계가 원만하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나, 대청관계가 안 좋게 흘러간 것은 맞지만 인조 대에도 조선은 후금과 청에게 계속해서 저자세로 나섰으며, 병자호란 때에도 군신 관계는 거절했으나, 정묘호란 이후 청과 맺은 형제 관계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물론 인조의 선전 교서가 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전쟁은 피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선전 교서’ 역시 청이 의도적으로 전쟁의 명분으로 활용한 면이 없잖아 있다.
이러한 세세한 뒷사정이 사라진 병자호란에 남아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외교나 대외관계는 중립적으로 펼쳐야 한다?” “국가는 국가의 정책에 알맞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 수준의 교훈을 얻으려고 굳이 병자호란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가? 그러한 교훈은 굳이 역사를 들추어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교훈이거나 사색을 통해서도 유추 가능하지 않은가? 인간이 이제껏 역사를 학습해 온 이유가 이 정도의 교훈을 얻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한명기 교수의 『최명길 평전』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교훈을 찾아야 하는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명기 교수는 평전의 주인공인 최명길의 일생, 행보와 사상, 그러한 사상의 토대가 되어준 뒷배경을 세세히 분석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최명길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인조반정의 1등공신인 줄 알았었을까. 그리고 그가 양명학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이며, 또 동시에 선대 개혁가들을 보면서 민생을 위해 여러 개혁책을 내놓았던 경세가인 줄을 알았을까. 한명기 교수는 최명길의 이러한 다각적인 면모들을 차례차례 풀어나가면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에 좋은 교훈들을 전해주고 있다.
사건이 아닌 인물을 보았을 때, 우리는 더 수준 높은 교훈들을 얻어갈 수 있다. 병자호란을 통해 교훈을 얻고 싶다면, 병자호란이라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병자호란을 겪었던 인물들의 삶과 사고, 행동을 알아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감이 오지 않아 추상적으로 그려내는 사건보다는 나와 똑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이 질 좋은 교훈을 얻어내는 방법일 것이다. 최명길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최명길이 이러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어떠한 사고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지, 왜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했는지 등을 말이다. 인물들과 나를 비교하고 그에 대해 생각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교훈을 더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명기 교수의 『최명길 평전』은 그러한 면에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Ⅱ. 『최명길 평전』을 읽고 : ‘평전’이라는 틀이 아쉬운 책
그러나 한편으로 『최명길 평전』을 읽으면서도 다 읽고도 드는 생각은 ‘최명길’이라는 인물의 위치를 너무 부각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조정 대부분이 청과의 화친을 거부하는 척화파였고, 거의 그만이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고 이를 주도했다는 주화파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책 중의 묘사를 보면 저자가 최명길을 띄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17세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각 인물들이 어떠한 행보를 보엿는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고 있는 필자이지만, 책 속에서는 ‘최명길 대 척화파’라는 구도가 너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최명길의 주장은 옳으나 다수의 반발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한명기 교수는 최명길의 주장이 조정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로 몇 가지 이유를 평전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첫째는 조정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척화파, 둘째는 ‘반정’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해 왕위에 오른 인조의 ‘정통성’ 콤플렉스(Complex)를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작년에 배운 병자호란의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매우 의문이었다. 첫째 부분은 꽤 길어질 듯 해 우선 둘째 부분부터 다루려고 한다. 과연 인조는 ‘정통성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확실히 인조가 왕위에 오른 과정이 반정을 통한 전 왕의 폐출이라는 점에서 그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위에 올랐고, 그가 이 때문에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는 생각을 강하게 지니는, 일종의 콤플렉스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반정을 ‘전근대식 쿠데타’라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인조는 자신이 반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이는 정사 속의 신화들과의 대화에서도 잘 드러나는 점이다. 한 신하가 인목대비의 명을 받아 인조가 반정을 일으킨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인조는 자신이 직접 반정을 일으킨 것이라고 이에 답했다.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자체가 후대 왕들에게 ‘선양’이 아닌 ‘추대’, ‘정복’ 논리로 해석되었던 것을 보면, 반정이 비정상적인 즉위 방법이라는 말에는 조금 의문이 생긴다.
척화파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척화파 중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삼학사들은 조정 내에서 그다지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3사의 언관직에 머무른 하급 관리들이었다. 물론 3사의 언관이기에 이들의 발언력이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만을 가지고 그것을 조정의 전체 분위기라 하기에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최명길의 행보를 중점적으로 서술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최명길 대 나머지’ 구도를 설정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최명길이 조정 내에서 소수파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조선에 닥친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여러 행보들을 서술하더라도 독자들이 최명길을 높이 평가하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는 그런 아쉬움이 많이 든다.
Ⅲ. 생각을 정리하며...
병자호란은 무엇인가. 그것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기에 사람들은 그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병자호란을 끌어다가 대중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사람, 자신의 입지나 주장을 강화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자신의 이득에 맞게 병자호란을 해석하고 구체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광해군 대의 중립 외교 정책은 유능했으며 인조 대의 친명배금 정책이 무능했다는 식으로 대중들에게 퍼져있는 프레임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으로부터 하나의 교훈만이 도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당연시하게 생각해왔던 프레임을 조정하고 고쳐보고 종국에는 부수어가면서 새로운 교훈을 얻어나가야 할 것이다. 애초에 ‘프레임’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지도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현대 사회에는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에 프레임을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
한명기 교수의 『최명길 평전』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교훈을 찾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 유익한 책이었다. 몇 가지 아쉬운 법이 보이지만, 그것은 다른 분들의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최명길이라는 인물을 자세히 알고, 자신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명길’의 평전뿐만이 아닌, ‘김상헌’이나 ‘인조’, ‘홍타이지’와 같은 다른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전도 읽어보고 싶다는 사족을 덧붙이고 싶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삶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그것은 역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