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씨의 나들이
박리리 지음 / 사소한기록소 협동조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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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옆에 사진관이 있고 그 건너 편엔 시장 국밥이 연기를 피워 올린다. 사소해서 더 소중한 일상. 오늘도 옥희씨는 씩씩하게 밭일을 하고 밥을 챙겨 먹는다. 마당 평상에서 함께하는 밥상은 바둑이도 냥이도 늘 같지만 왠지 더 속이 뜨끈해지는 느낌이다.
내일도 이렇게 강냉이 밭을 나가야지, 모레도 우리 똥강아지랑 똥냥이랑 밥을 먹어야지 생각하면 이제 다 예전같지 않지라고 서글플 새도 없다고 내 등을 토닥인다.
그래서 더 서늘해진 마당 평상이, 비어있는 밥그릇이 애잔하다. 더이상 흘러나오지 않는 구수한 트롯 한가락, 정갈히 정리된 앉은뱅이 식탁에 가슴이 덜컥 고장나 버린다.
막상 오랜 세월 속 옥희씨들은 저렇게 등 쫙 펴고 환하게 웃고있는데 말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살아가야지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

옥희씨는 내년에도 강냉이 밭에 보라색 모자를 쓰고 나와 무심히 할 일을 해낼테고 똥강아지와 똥냥이랑 맛있게 한 상 차려 밥을 먹을거라고 그리고 머리도 하고 동네 마실도 가고 사진도 찍을 거라고. 내 마음에 꾹꾹 눌러 말해본다.

#옥희씨의나들이
#사소한기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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