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와 쥐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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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와 쥐>, <수짱과 고양이> 두 책 모두 우정, 신뢰, 친구의 소중함이라는 키워드로 책소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게는 그 키워드들이 맞지 않는 열쇠처럼 헛발질을 친다.

이게 정말 우정일까?
이게 친구의 소중함 이라고?
아, 물론 그런 느낌이 있다. 아니라고는 할 수없긴 한데 분명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뭘까.

개와 고양이와 쥐는 과거의 원수같은 사이에서 한지붕 아래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표지 부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면지에는 스탠드 조명과 소파가 빼곡히 반복반복 수없이 그려져 있고 바로 다음 장에는 파리마저 지루해서 잠들어 있다.(끊임없이 날고 음식을 찾고 다리를 비벼야할 파리가 자다니! 생의 의지가 전혀 없는 파리다.)

개는 고양이를 냅다 쫒으며 왈왈 짖어대고 싶고 고양이는 하악질을 하며 쥐에게 달려들고 싶고 쥐는 개를 꾀어내서 고양이를 약올리고 싶었지만 모두가 평화롭게 앉아 있어야만 했다.

쥐는 치즈를 보아도 관심이 없었고 고양이는 털실로 노는 게 재밌지 않았고 개는 산책을 나가도 어디로 갈지 기억이 나지 않아 오줌 누는 장소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서로 쫒기고 쫒는 게 일인 고양이와 개와 쥐는 더 이상 아무도 쫒고 쫒기지 않았다.

욕망이 사라진 세상,
본성을 누르고 모든 것이 풍요롭고 평화로와서 더 이상 아무것도 욕망할 필요가 없어진 세상에서 삶은 어떤 것이 의미가 있을까. 삶에서 이전과는 다른 어떤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 어떤 목표를, 어떤 소명을 찾아야 하는 걸까.

마지막에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랜만에 참 좋다....' 라고.
이것은 서로 소통을 할 수 있어서 좋다라기 보다 오랜만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는 말로 들립니다.

여기서 부터 시작해야 겠죠? 개와 고양이와 쥐가 친구가 되려면요.
왜 오랜만에 좋았던 거지?
왜 우리는 배부르고 평화로운데 심심하기만 했던 거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를 신나게 왈왈 짖으며 달리게 하고
고양이를 시간가는 줄 모르게 털실과 놀게 하고
쥐가 맛있는 치즈 조각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게 하는 그것!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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