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윗 홈~♡집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과 안정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루의 피로를 씻고 몸을 깨끗이 하고 충분히 충전하는 공간 말이다.집 안으로 잔뜩 구겨 넣은 거인의 몸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초대하기는커녕 재채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집은 누구를 위한 집일까. 나를 지켜주어야 할 집이 혹여나 망가질세라 오히려 받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제 기능을 상실한 집은, 신념은, 부모는, 사회는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동안 내 곁을 지켜온 그 집과 타자에 대한 진실은 하루아침에 알아채기 어렵다. 삶의 곳곳에서 함께하는 동안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도 있거니와 한 때는 나를 보호하고 나를 성장하게 했고 계속 그렇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사슬에 묶여 자란 아기코끼리가 어른이 된 이후에도 터무니없이 약한 사슬을 끊고 도망가지 않는 이유와도 비슷할 것이다.인지의 방향이나 굳어버린 정신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흔히 사람들이 기존의 삶을 벗어 던지고 제2의 삶을 산다고 할 때는 인생의 큰 시련을 겪고 난 후이다. 불치병이나 불의의 사고와 같이 죽음에 다다르는 정도의 큰 충격이나 아픔이 아니고서야 평소에 우리가 갖고 있는 인지적 관성을 바꾸기 힘들다.삶은 우리가 고집부리지만 않는다면 원래 가야할 곳으로 흐른다. 인간의 손으로 지은 집은 한 달만 방치되어도 폐허가 되지만 숲과 들, 시내와 강, 바다와 하늘은 인간이 손대지 않는 한 꾸준히 제 모습을 복구하고 유지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집이 자기 안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몇 번이고 전복 되더라도 그 길을 따라 흐를 것이다.내게 다가오는 사건이나 존재는 미미하더라도 있을 자리에 있는 것이며 때로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그 존재가 거미가 되겠고 누군가에겐 집이 뻥 터져 버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작은 계기가 나를 진정한 나에게로 이끌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한 것은 그저 열심과 성실 그리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배운 대로 살려던 것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집은 날아가고 해가 뜨나 바람이 부나 도시와 시골을 걸어가며 새로운 집을 찾아 헤매야 한다니. 거인의 마음이 어땠을까. 피곤하고 지치고 다 그만두고 싶었을 테지. 그런데 거인은 정말 자신을 위한 집을 찾아 떠난 걸까? 애초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집이 자신을 구겨 넣게 하고 누구도 곁에 들일 수 없게 했으며 재채기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부서진 집 앞에서 거인은 자신을 탓하고 집 없이 어떻게 사느냐며 좌절했다. 과연 그 집이 자신을 위한 자신이 선택한 집이었는지 생각해 볼 순간이다. 내가 지키려하고 슬퍼한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치고 힘든 거인은 깊고 긴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거미가 나타나 하얗고 포슬포슬한 가느다란 거미줄로 따뜻한 이불을 짜서 거인을 덮어준다."그게 거미가 할 일이잖아요."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며...깊고 긴 잠에서 깨어난 거인은 일어나자마자 뭐라고 했을까? “야, 거미 너 뭘 한 거야? 다른 거인들이 뭐라고 하겠냐고!” 그 오랜 잠의 시간을 지나고서도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습관과 틀이 망령처럼 따라 붙는다.하지만 그가 잠들어 있던 시간 동안 거미줄에 쌓여있던 그의 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란 깊은 생각과 분석 남의 눈치나 과거에 습득한 것이 휘둘리지 않고 직관과 무의식 속에 잠든 나를 꺼내 올릴 수 있는 어떤 스위치 같은 것이다. 집의 보호 아래서가 아닌 거미가 수천 수억 개의 실로 포근히 감쌌던 그 안에서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수히 걷고 찾아 헤매기만 했다면 오히려 만 날 수 없었을 경험일 것이다. 거인은 이제 맡지 못하는 향기를 맡고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보고 곁을 내어주는 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어떤 것이 자유로운 것이며 어떤 것이 나 인지, 어떤 것이 집이고 어떻게 집이 되어 줄 수 있는지 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