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의 눈 Dear 그림책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혜진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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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Love 라고 시작되는 첫 장면은 반짝이는 키스가 그려져 있다.
연필로 그려진 섬세한 묘사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빚바랜듯한 종이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아득하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엄마 그리고 눈물.

따뜻한 나라 세네갈에 내리는 눈은 어쩌면 아이 앞에서는 좀처럼 울것 같지 않을 엄마의 눈물같은 것이었을까.

아이의 시선과 목소리를 따라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하얗고 푸르다.
구멍난 반바지와 티셔츠뿐인 아이의 마음. 서늘하고 슬픔이 차오르는.

장미에 둘러싸인 키스로 시작된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표정해지고 멀어진다.

무한한 눈의 빛깔,
그 빛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며
울고있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을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다시는 눈을 볼 수 없을 것처럼
엄마의 노래도 들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들.

엄마는 따스한 바람과 키 큰 풀 숲과 어둡고 반짝이는 잎사귀를 가로지르며 그림자의 입으로 노래한다. 팔월의 빛, 눈 아래 밀림을 이룬 열매들, 수많은 불가능함을 지나 기적같은 현실이 된다.

멀리 보이는 엄마의 뒷모습,
그러나 나는 들었다 아니 듣고있다.
사랑과 차가움으로 떨리고
하늘의 가장자리를 흔드는
엄마의 노래소리를.

아이는 손톱만큼 작아진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엄마의 슬픔과 공허를 알고있기에 떠나는 엄마를 잡는 대신 엄마의 노래를 들었다고 아니 지금도 듣고있다고 간곡히 말하고 있다.

용감했어라고 한 건 떠나는 엄마에게 한 말일까 아니면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를 보내주는 나 자신에게 한 말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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