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시툰 :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 시툰
앵무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펴고 다 읽는데 한번도 멈추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평소에 시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시만 읽어 내려갔다면 무게감에 자주 멈췄을거다. 가볍고 편안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마주하는 에피소드와 시가 어우러져 한번의 쉼도 없이 술술 읽혀나갔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게 가벼우면서도 진하게 전달되는 시의 힘이 잘 느껴졌다.
갓 서른이 되었으며 재즈 까페 디제이인 조금은 취향이 요상한 사장님과 무심하거나 까칠하거나 미래가 심난한 고등학교 알바생이 만나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이야기.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하다며 서로를 별종인듯 했지만 점점 깊히 바라보고 따뜻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과정이 시 한편 한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내 마음까지 노곤노곤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상한 사장님이 고르신 등에 소름이 돋는 시는 이상의 '거울'이었고 이상한 알바생이 고른 시는 이정록의 '삐딱함에 대하여' 였다. 소개된 시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마음에 와 닿아서 고르기가 힘들었지만 이 책에서 내가 뽑은 오늘의 시는 이상 의 '가정'이다.
(참고로 내 등에 소름이 오르게 했던 시는 꽤 여러 편 있지만 지금 바로 떠오른 시는 천양희의 '밥'이다.)

문을암만잡아당겨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난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민감해간다. 식구야봉한창호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가정 ㅡ 이상>


ps. 좌우명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이라거나
아니면 말고 라거나 너무 애써서 그럴듯하게 보이려 하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라니 이 얼마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