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팽이 안에 달 -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김은주 글.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이 책의 부제다. 감성이 철철 넘치는 전직 카피라이터이자 마케터의 톡톡 튀는 메모같은 글들을 한권으로 묶어냈다. 하핫, 하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글도 많고 그렇구나, 생각하게 하는 글도 있고 아무런 감흥없이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글도 많다.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2004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대략 내 나이 또래, 나보다 많거나 적거나. 공감이 될법한 글도 많을 것 같은데 딱 봐도 미혼의 글 ^^;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이미 결혼 3년차-_- 인 내가 읽기에는 남녀의 밀고 당기기식 감정변화와 짝사랑의 답답함을 다시 생각해보기엔 나는 가정이라는 테두리에 너무 깊이 들어와버린것 같다.
책을 읽을때, 특히 감정이입이 잘되면 잘될수록 내가 지난날에 했던 경험이나 현재의 상황과 맞물리는 글이 훨씬 마음에 와 닿는데 아마 이 책을 이십대 초중반쯤 읽었으면 더 많이 공감하고 그래그래 하며 다이어리 한페이지에 적어두기까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ㅎㅎ 어쨌든 지금의 나는 '엄마로써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말'에 포커싱되어 기억에 남는 문구들이 훨씬 많은 편이니, 어쩌면 내가 서평단 신청할때 선택을 조금은 잘못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매일 아침 지독한 졸음, '5분만 더'라는 욕망을 싸워 이겼다. 때로는 비와 바람, 눈보라마저 헤치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나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3년 개근상은 나의 근면에 대한 마땅한 결과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나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 후에야 졸음에 겨워 힘들어하는 나를 깨우셨다. 언제나 비와 바람, 눈보라를 헤쳐갈 우산과 두터운 외투를 준비해주셨다.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헌신적이셨다. 3년 개근상은 어머니의 끝없는 노고의 결과이며 나는 어머니께 가슴 깊은 감사를 올려야 한다.
개근상은 아이에게 주는 상이지만 세상의 어머니가 받는 상이다.
- 그 시절 개근상에 대한 다른 생각
나밖에 모르던 내가, 나도 언젠가 아이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서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엄마가 되겠지 라는 생각, 그리고 내 학창시절 동안 우리 엄마가 그랬었구나 하는 찡한 생각(나는 급식세대였는데도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도시락을 싸야 했다)이 교차한다. 아이를 키운다는건, 우리 엄마의 육아를 다시 경험하게 한다.
인생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업데이트,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업데이트, 가장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었던 순간을 업데이트해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개인의 역사 어느 지점부터 비록 최상의 순간들이 업데이트되지 않더라도 삶의 단 한순간, 가장 찬란하거나 가장 따뜻하거나 가장 행복했다면 그 한순간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이냉이라는 것이다.
(...) 모두의 인생에는 다시 펼쳐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는 대학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지만 (여행에 눈을 뜨게 된 순간) 그 이후에는 머랄까,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듯한 기분. 힘겹게 공부하고 입사해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그리고 힘겹게 육아를 시작했다. -엄살이 심했는지도- 그런데 지금은 어쩌면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순간이 업데이트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이 감정. 지금이 인생의 최상이야! 라고 아직은 말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업데이트 되어가는 기분은 나에게 생기를 준다. 먼 미래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순간이 바로 지금이 될 수도 있겠다는...
굉장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메모같은 이 책은 아주 작지만 소소한 기쁨을 주었다.
* 리뷰는 랜덤하우스코리아 (RHK)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