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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드 노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영화 클로즈드 노트의 원작 소설. 일기장 속에 있는 누군가의 사랑이야기와 현재의 나(가에)의 사랑이 시간을 사이에 두고 하나가 되면서 읽는 내내 행복함을 느꼈던 책이다. 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평범한 대학생. 문구점에서의 알바 이야기. 동경할만한 멋진 사람들. 동아리 공연. 짝사랑. 두 남자 사이에서의 고민. 연애에 대한 배신. 진로에 대한 고민, 죽음. 누군가의 일기장까지, 마치 내가 이십대 초반의 그녀가 된 것처럼 감정이 이입되어 함께 즐거웠다가 고민하다가 눈물이 났다가 답답했다가 화가났다가 하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함께 느꼈다.
가끔씩은 정말로 멜로가 읽고 싶다. 꼭 순정만화같은 소설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도, 혼자서 바라보는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도 나는 멜로가 좋다. 현실같으면서도 비현실같은, 사랑은 그런가보다. 꿈과 같으면서도 누구나 경험하는 것. 연애시절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마음까지도(확실히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니까) 달콤하게 묘사된 소설책이다. 다른사람의 리뷰처럼 8월의크리스마스를 본듯한 느낌.
겨우 스물한살의 대학생이 주인공이지만 어쩜, 그렇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어떤 진로를 가져야 하나 고민하는 것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것, 친구에 대한 감정 등등 거의 열살가까이 차이나는데 나는 여전하고 아직 덜 성숙한 것일까 -.- 아니면 그 때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고민할만큼 중요한 것이라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마흔살의 나는 어떻게 변할까. 문득문득 서른이 되어도 변한게 없는것 같아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분명히 외적으로는 변했는데 (직장인에 결혼에 아이까지) 마음은 그대로인 것만 같다.
일기장 속의 이부키 선생은 열심 초등학교 교사이다. 여러가지 상징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이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좋은 선생님. 일기장 속의 그 모습이 너무나 밝고 명랑해서 주인공 가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려는 선생님은 본인도 항상 그러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기분이 늘 좋지 않듯,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행복 바이러스가 전도되는 법이니까. 불평과 불만을 접고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중심을 이끌어갔던 '만년필'이라는 상징적인 물건. 나도 언젠가 만년필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느낌일까. 소설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해서, 아마 언젠가 만년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되면 어렴풋이나마 <클로즈드 노트>가 생각이 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