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친듯이 열심히 살면서 프로페셔널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은 마음과
삶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여유있고 천천히 살고싶은 마음.
이 충돌되는 두가지 욕망 사이에서 고민중.

인생은 길다. 나도 안다.
지금 모든걸 다 이룰려고 파닥파닥 발버둥 치다 보면 그게 다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 힘든 나날들만 계속되며 삶의 질은 최하로 떨어지게 되고 (물론 안되는게 당연하지만) 설령 이루어진다 해도 계속되는 욕심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게 현실이다. 어쩌면 더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쉽게 추락하게 될까봐 중간에 멈추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목표도 없이 꿈도 없이 현실안주 경향을 보이며 적당히 돈벌며 취미활동 간간히 하며 삶을 살아야되는건지?

정규교육기간을 포함해서 무한경쟁모드에서 무려 이십년을 살았다. (헉!) 지금에야 많이 무덤덤해졌지만 지는건 죽기보다 싫었던 때도 있었다. 학점 나쁜 여학생이나 일못하는 여사원들을 보면 괜히 발끈해서 밤새며 공부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좀더 자유롭게, 여유롭게,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랬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던 2004년 첫학기를, 그래서 지금도 그토록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때는 내가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던 학점 F를 받아도 좋았다.

알랭드보통은 <불안>(좀더 정확히는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이러한 불안의 원인을 다섯가지로 정의한다.

-사랑결핍
절대궁핍을 경험해본것도 아니고 막내딸에 대한 부모님의 무한사랑+친구들, 애인의 퍼다주는 사랑을 보면 이게 원인은 아니다. 단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수는 있겠지만 -_-


-속물근성
가장 유력한 원인. 명예롭거나 경제적으로 남들보다 위에 서고 싶다는 심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래봤자 이런거(왼쪽 그림)지만, 타인의 칭찬에 민감하고 비판에는 더 민감한 탓이다. 지인들이 없는 외국땅에서 살게 되면 지금과 같은 성공에 대한 열망에서 좀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칭찬도 비판도 없는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으면 얼마나 발전이 있을까. 자유로움과 폐인스러움-_-은 (경험상) 정말 한끗 차이다. 해결법으로 제시된 보헤미아처럼, 속물근성을 버리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것도 굉장한 의지가 없다면 삶을 즐길수 없겠지. (결국 의지의 문제로 극복하지 못하면 해결不)


-기대
기대에 부응하기. 이건 딱 스무살까지만. 라고 썼다가 지금 내가 쉽게 사표를 던지지 못하는것도 (심지어 쓰지도 못하는것도) 결국 주변인들에게 '훌륭한 S사에서 적응하며 잘살기' 라는 기대감에 배신할까봐 라는 두려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발등찍힌 기분.


-능력주의
현대사회는 능력주의다? 옳으신말씀. 실제로 운이 좋게도 (좋은건지 나쁜건지) 뛰어난 실력+노력가들로 소위 잘나가게 된 사람들을 보면 저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뿌듯하다가도 눈을 돌려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능력주의10% + 학벌/인맥90%로 구성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결론은 능력의 잣대도 결국 돈. (속물근성과 다를게 뭐야?) 이걸보면 바로 한방에 공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확실성

정해져 있어서 순리대로 잘 처리되면 좋겠지만 그럼 The road not taken 을 선택할 이유는 없겠다.



내가 지금의 이 답답하고 숨막히는 불안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회사를 그만두고서도, 부모님과 친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야 하고 지금과 동일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혹은 나중에 그만큼 보상받을수 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도록 단기간에 무언가를 보란듯이 이뤄내서 '퇴직'에 대한 justification을 찾을 수 있어야 된다는 거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란 결국 맘편하게 살아가기와 다름없는거고, 이 시대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기란 어찌나 힘든일인지 절실히 현실을 깨닫게 된다..;; 차라리 이룰수 없이 마음속에 별★로 간직해둔 꿈을 갖고 있는게 마음편한 일인지도 -.-


문제는 알겠는데 해답을 찾을수가 없다.




Those crazy years, that was the time Of the flower-power
But underneath we had a fear of flying
Of growing old, a fear of slowly dying
- ABBA, Our Last Summer (Mammamia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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