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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說 냉귀지 - 개정판
최병현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평점 :
냉귀지
냉귀지는 시와 소설이 조화 된 새로운 장르인 '시설'이다. 들어보지도 못한 시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의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게다가 냉귀지는 제1회 헌진건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1988년 제1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사라졌었던 냉귀지가 다시 새롭게 나타났다. 1988년이면 내가 태어난 해에 상을 받은 책이라 더욱 흥미가 갔다. 이런 훌륭한 작품을 죽이지 않고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가와 출판사도 대단하다.
문학책이나 소설은 잘 읽지 않았던 나이기에 조금은 생소했지만 이내 냉귀지의 매력에 빠져들고말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문구들과 작가특유의 말투가 신기하고 재밌었다. 400페이지의 두꺼운 책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가끔 어려운 단어도 나왔지만, 이해하는데에는 어렵지 않았다.
특히 작가의 유머는 서문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 7페이지의 서문을 쓰고서는 마지막 문구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서문이 이리도 길고 지루하단 말인가? 이러다간 누군가 남대문처럼 불 지르지 않겠는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였다.
하지만 문학책이 처음인 사람은 이 책이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해가 안가는 구절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이 책에 빠지게 되면 저자의 시적인 말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또한 역사적 이야기도 뛰어났다.
1988년에 나온 책이라 요즘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과 은유적 표현이 묻어나있다.
글은 써야 하고 속은 풀어야 합니다.
나는 원래 병 주고 약 주는 글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의사로서
환자가 내 직업입니다. 나는 절반이 여자인 남자입니다.
한 몸뚱이에서 남녀가 공학하고 있습니다.
젖가슴이 달린 눈먼 점쟁이입니다.
내가 그렇게 되고자 한 것이 아니고
진리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작가의 생각은 참 독특하고 재미있다. 병 주고 약 주는 글을 좋아한다는 작가. 의사로서 환자라고 말한 직업이 특이하다.
작가의 독특한 가치관과 기발한 생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소설과 시의 절묘한 조화를 보고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