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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상가수첩을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인주의 시선에 따라 서울 각지의 동네들을 마주한다.
사당동, 신림동, 청담동, 노량진동...상가수첩을 담은 봉고차가 움직일 때 마다
인주의 청춘을 채우는 아르바이트의 추억과 치열하고 현실적 이야기들은
보는 이의 마음 한편을 마치 함께 봉고차에 탑승이라도 한 듯 이리저리 흔든다.
처음 몇 장은 엄마의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인주의 비참한 현실을 바라보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각각의 아르바이트 마다 등장하는 어디서 봤을 법한(어디에나 꼭 있는), 정말로 그 동네에 살 것만 같은
인물들의 등장과 대한민국의 작은 사회를 대변 하는 듯한 그들과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인주의 무거운 삶의 이야기를 조금씩 덜어주어 담담하게, 때로는 웃기고 슬프게 읽어 낼 수 있었다.
인주의 주민등록증은 동사무소 직원의 부주의로 이름의 한자를 人'사람 인', 柱'버틸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주의 이름은 외할아버지가 人主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 이었고,
인주는 더 이상 버티는 인생이 아닌 인생의 주인이 되기를 선택해 나간다.
물론 그 선택의 무게조차도 가볍지는 않아 도망치려고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는 인주의 힘겨웠던 지난 청춘과 앞으로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인주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춘들도 학자금대출, 전세대출 하다못해 허니문푸어,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빚 때문에 일가족이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접하게 되는 현실을 대하며
매일을 버티어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루를 쫓기듯 허덕이며 마감하는 우리 청춘에게 인주의 이야기가 위로와 용기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인주가 신림동 고시원에서 만났던 연희언니에게 받았던 쪽지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시간에 묻혀 사라질 꺼야.-조연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