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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
표윤명 지음 / 도토리 / 2021년 1월
평점 :

8월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백제의 어떤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전쟁이었다. 아니, 마지막 전쟁이었다. 백제부흥운동의 마지막 거점 임존성에서 망한 백제를 다시 살리려는 그들의 치열함을 보았다. 흑치상지, 사타상여, 지수신. 이름을 눈에 익힐 새도 없이 두근두근 전쟁이 계속됐다.
흑치상지는 임존성에 끝까지 남아서 백제를 지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의지로 당나라의 진영으로 걸어들어간다.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지만, 그는 백제의 백성들의 피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가 엊그제까지 지키던 임존성을 치는 것이다. 임존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흑치상지는 임존성을 지키고 있는 지수신에게 고구려로 피신해서 고구려에서 후일을 도모할 것을 권한다. 이것이 흑치상지의 큰 그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모든 것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어린 남녀의 로맨스. 꺼져가는 백제와 함께 그들의 인연도 끝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녀의 곁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던 단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어버리지만, 그는 다 내려놓고 바위에 그녀의 미소를 새긴다.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천년의 시간을 넘어 바위에 아로새겨진 백제의 미소, 그녀의 미소가 있다
삼국을 통일한 건 신라. 만주벌판을 달렸던 광개토대왕의 고구려. 하지만 백제는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드문드문 일본으로 전해진 백제의 문화 정도로만 (나에게) 남아있을 뿐이라 아쉽다. 책을 통해서 짐작해보건대 백제는 해양민족으로 바다를 건너 중국과 일본으로 뻗어져 나갔던 것 같다.

단과 연의 애틋한 로맨스도 좋았지만, 백제의 마지막 모습이 날 더 건드렸다. 백제가 궁금해졌고, 백제를 알고 싶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임존성에 가서 그 치열했던 백제의 마지막이었던 길을 걸어 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