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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ㅣ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평점 :
먼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언니가 역사교사고 언니 형부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고
오빠 부인(새언니)도 역사선생님이고 아빠는 역사 드라마를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역사는 나 몰라라 하던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내게, 역사란? E.H Carr가 이야기하는 역사와 내가 생각하는 역사에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나에게는 과거를 공부하고 배우고 이해한다는 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일보다 더 추상적인 일로 여겨졌다.
딱딱했다, 어려웠다, 그래서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가 내가 가진 what is history?에 대한 적절한 답이다.
나는, 너무 역사가 싫었고 그래서 도망쳤고 피해다니기 바빴던 (역사와 뿌리깊은 환경 속에서도) 역사 무관론자였다고
정의해도 좋다.
그만큼이나, 어려웠고 힘든 거라 여겼던 카테고리였고 쉽사리 도전할 수 없던 영역이었기에
브런치라는 짧고 익숙한, 그리고 디저트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의 변화는 너무도 놀라웠다.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택하는 대신,
나는 이 두꺼운 (출처에 대한 설명들을 포함하면 무려 500페이지가 넘어간다...) 책을 가방에 넣어다니며
잠 자는 시간에 책을 펼쳐 읽어 내려갔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 브런치라는 개념으로 조금씩, 꺼내먹기로(자이언티 버젼)
한 것이다. 어쩐 일인지 술술 읽혔다.
고대 인도와 카스트제도라는 카테고리는 인도에 거주해본 경험 덕분인지, 이해하기가 수월했고 그 역사적 의미를
파헤쳐가는게(깊이있게는 아니다!!)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었다.
주로 다뤄지는 내용은 '로마의 역사'로 '스파르타'의 어원이 된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스파르타의 이미지는 '빡세다, 힘들다'인데 아니나다를까,
없던 말이 현재에 생긴 건 아니더라.
본문을 인용해보자면 "스파르타인들의 자제력에 있으며, 이 자제력은 법률에 복종하고 필요한 생각만 경제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교육을 통해 익힌다는 것이다"
"책상물림을 경멸하고 절제, 복종, 규율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으로 유명했다"
이렇게 스파르타의 어원을 쫓아가보니 오늘날 스파르타, 스파르타 하는 말의 뜻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것도
흥미로운 지점 중의 하나였다.
"7세 때부터 부모 품을 떠나 기숙사 갚은 곳에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오직 훌륭한 군인으로 자라는 것이다"
나도 꽤 어린 나이라고 부를 수 있는 17세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고대의 스파르타 제도랄까
문화는 지금 들어도 놀라울 따름이다. 정말이지 책의 의도처럼 브런치를 즐기듯 가볍게 양질의 식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이사르의 그 유명한 말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이야기는 나처럼 역사에 문외한이어도 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인데, 짧지만 재미있게 이야기 식으로 풀어놔
어렵지 않게 끄덕끄덕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고, 클레오파트라, 옥타비아누스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볼 수 있던 것 같다.
영어 원전을 함께 실어 문맥의 의도를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고뇌와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던 책으로
정말이지, 역사를 가볍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시작점으로 가지를 쳐가듯이 한 주제에 대해 더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자기 전, 머리 맡에 두고서 꺼내먹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