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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배하지 않아 - 2020 칼데콧 대상 수상작 ㅣ I LOVE 그림책
콰미 알렉산더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평점 :
2020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조지 플로이드 사건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건 당일 밤 사망했으며, 이에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다.<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조지플로이드사건 중>
편의점에서 위조된 지폐가 사용됐다는 신고에 출동한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술에 취해 차에서 잠들어있던 플로이드를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하려했고, 그 과정에서 플로이드는 바닥에 눕혀 목을 짓눌러 제압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체포당시 경찰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고, "숨을 쉴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란 호소에도 계속된 무자비한 체포과정은 결국 안타깝고 비극적인 죽음을 가져왔고,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Justice for George Floyd)' 등의 구호와 함께 흑인 인권 침해 반대, 소수인종 차별 금지 운동으로 번졌다.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고민해보면,
우리 역시 피해자이기도 가해자이기도 했다.
예전부터 꾸준히 백인문화권 안에서 차별받아 오던 우리 동양인들은
특히 COVID-19가 가져온 팬데믹상황에서 최초 발생지가 중국이고, 같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잔인한 인종차별, 무자비한 폭행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우리 역시 백의민족, 단군아래 단일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나라에 터를 잡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 자손들, 다문화가족들을 알게 모르게 차별해왔다.
서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도
인종 차별을 금지하고, 죄악시 되고, 교육하여 머리로는 안된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결국 끊임없이 이런 사태들이 계속 되는 것은
가슴 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피해자로 가해자로 살아가는 우리가 더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벗어주려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차별에 대한 아픔을 알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모든 인종, 모든 민족의 동등한 인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시작점이 될만한 책이 있다.
보물창고의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라는 책.
2020 칼데콧 대상과 2020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콰미 알렉산더의 시와 카디르 넬슨의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다.
작가는 이 시를 미국에 바치는 러브레터이자, 흑인들의 미국에 바치는 편지라 했다.
짧은 글이지만 그 한 문장 한 문장에 무게가 있었다.
그리고 함께 담긴 실사같은 그림 역시 삽화가 아닌 하나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시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살아가는 고달팠던 흑인들의 역사가 나온다.
그렇지만 어려웠던 그들의 모습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닌
위대한 흑인 예술가와 운동선수, 사회운동가들이 나오고,
온갖 핍박 속에서도 놓지않은 신념으로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인물들의 역사를 조명하며
그들의 용기와 끈기를 기리고 있다.
그저 흑인이 이렇게 힘들었지만 이겨내고 위대한 사람들도 있다고 끝이 났다면,
이 책이 이렇게 무거운 감동이나 깊은 생각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안에는 조지플로이드 사건 이전에 씌어진 책임에도( 2008년 시를 쓰기 시작하여 버락오바마가 미대통령으로 당선된 3년 후 이 시를 완성했다고 했다.) 마치 지금의 그 모습을 담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만큼 어쩌다 한 번 생긴 사건이 아닌 꾸준하게 던져지는 문제였을 것이다.
담담하게 쓴 듯한 시에서 아픔도 느껴지고, 희망도 보였지만.
나에겐 그에 못지 않게 그림 속 하나하나 정성껏 새겨진 흑인들의 아픔이
더 크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 그림이 없는 한 줄의 글.
난 여기서 더 많은 그들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작가는 흑인들에게 패배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한다.
그림 속 아이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얼굴 가득 담긴 미소가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했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그들의 위대한 업적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본다면,
한페이지 한페이지 인권과 인종차별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곱씹어볼 기회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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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미에 이 시에 나온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에 대한 정리가 있기 때문에
단지 시를 읽고 느낀 점을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각 사건과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본다면,
머리와 가슴에 둘 다 깊이 남는 것이 있을 것 같다.
어른인 나에게도, 이제 곧 초등학교5학년이 될 아이에게도
짧지만 묵직한 교훈과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
- 엄마표학습을 도와주는 <도치맘카페>를 통해 <보물창고>에서 책만 제공받아 가이드 없이 제가 솔직하게 적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