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 - 15년간 5만 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자녀교육 전문가의 자기긍정감 육성 프로젝트
히라이와 구니야스 지음, 김윤경 옮김 / 니들북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설레는 말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로 받아들였다는 것에

내가 내심 속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책을 읽고, 읽을 때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의 결론은 "아이=공부"로 연결되는지..


'들어가기 전에' 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거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초등학생 천명에게 진행된 설문조사 순위였다.

 

1위부터 5위까지 고르게 해서 5위가 '없음'이었길 바랬지만

책에 한 번 더 언급되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꽤 긴 순위로 있었고,

상위권에 속하는 5위가 '없음' 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하고,

그 안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고, 행복을 찾길 원한다.

그런데 정작 많은 아이들은 하고 싶은게 없었다.

저자가 운영하는 애프터스쿨(방과 후 여러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성장하게끔 돕는 단체) 에서

아이들에게 무언갈 하자고 제시했을 때,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라고 말한 남자아이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거침없이 나아가기보다

애초에 하고 싶지도, 생각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

저자는 이런 경향의 근원이 아이들의 낮은 자기긍정감에서 온다고 했다.

자기긍정감은 '이곳이 내 자리다.'라는 느낌.

내가 속한 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믿음이 있는 아이는

알아서 새로운 일을 찾아 해내려고 노력하고,

실패해도 기죽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들지 않고, 도전하기도 전에 실패에 대한 불안이 앞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한다.

육아와 교육의 목표가 결국 '자립'이라는 결론을 가지고,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연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가 아닌

어떤 부모가 아이의 자기 긍정감을 떨어뜨리는지 생각해보자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솔직한 마음을 담아서 체크를 해보았다.

사실 체크를 하면서 느낀 것은 12개의 문항 대부분이 체크해야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양육의 방침으로 삼아온 것들이 꽤나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기에 한 문항을 체크하지 않은 걸 포함하더라도

(사실 타인과의 비교로 생각하고 판단해야겠지만, 알고도 모른 척 했다.)

일이나 가사를 척척 잘해낸다.와 실패가 두렵다.까지 해당사항이 없는 것은 총 3개

나머지 9개는 내 몫이었다.

네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스스로를 한번 되돌아보고 유의해야 한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의 문제가 뭔지 조금은 알았지만...)


                           

얼마 전.

'엄마의 말투가 아이를 바꾼다' 라는 책을 읽고, 칭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하는 방식도, 칭찬하는 방식도 바꾼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고,

아이가 변해가는 걸 나도 느끼고,

내가 변해가는 걸 아이도 느끼는 중이다.

문제는 툭 하고 건넨 아이의 말.

"엄마 그 책 열심히 읽었나보네?"

왠지 잘못한 걸 들킨 듯 뜨끔했다.

"왜? 엄마 바껴서 싫어?"

"아니, 좋아서."하고 안아주고 갔다.

근 10년간 나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칭찬들이 아이에게 잘못된 칭찬이었고,

이제야 시작된 제대로 된 칭찬이 아이의 마음에 와닿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책을 읽지 못하게 한 쪽으로 치워두었다.

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책이었지,

아이가 읽고 내 행동에 대한 보답으로 그 책대로 피드백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나의 칭찬이 다시 아이에게 부담이 될 칭찬이 되어 원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를 읽으며,

다시 만난 '제대로 된 칭찬'이었다.

성과에 주목하며,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무엇을 얻고 얼만큼 성장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아이는 더이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며 빠져나갈 구실을 찾는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야한다는 집착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따라오는 불안함과 초조함

이것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가 아닌

'시켜야만 하는 아이, 시켜도 안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나약한 모습을 이해하고 결점까지 포용해주는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듯,

아이가 이룬 성과라면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대범하게 마음을 먹으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그래야 아이는

자신의 조그마한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단단한 자기긍정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

아이 자신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성장과 노력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결국 두 책의 결은 같았다.

내가 놓치고, 많은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이론으로는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한 가지.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

이 책에선 좀더 구체적인 표현법으로 나타냈다.

그 전 책을 통해 배운 토달지 않고 칭찬하기를 넘어서서

(예를 들면, '90점 맞았네.잘했다~!! 다음엔 잘해서 100점맞자' 와 같은)

그런 칭찬에도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도, 세심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다.

                                                               

아직은 윗 단계의 칭찬을 하는게 사실이다.

아래와 같은 칭찬을 하려면,

칭찬하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할지 감이 안오고 어렵지만,

아이가 듣기에

지나가는 말로 하는 칭찬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인 칭찬을 하라는게 조언인듯 하다.

나의 습관을 바꾸는데 얼마나 오랜 노력이 필요할지...

그만큼 그동안 나의 말투, 칭찬법,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또한 나의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나 역시 아이 앞에서는

되도록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게는 아이가 답해주기 애매한 문제를 물어올 때,

아이가 나도 잘 모르겠는 영어단어를 물어올 때,

속으로는 엄청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척 다 알고 있지만 잠시 생각이 안나는 척

답지를 찾기도, 사전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도전을 꺼리는 아이 뒤에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의 실수를 드러낼 때,

부모와 자녀라는 상하관계가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완벽한 어른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게 어떻냐는

작가의 질문에

돌아볼 것도 없이 "Yes, of course."인 나는

나의 솔직한 실패담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의 도전의식을 이끌어내고,

스스로의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자세를 길러주고,

진정성을 담은 칭찬을 할 때

아이의 도전의식을 되찾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스스로 뭔가를 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완벽한 대응이, 완벽한 준비가 아이를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여기고,

그동안 아이에게 건내는 말조차 완벽하지 못해놓고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해 온 것 같다.

그런데 아이도 나도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완벽이 되기 위한 과정만으로도

서로를 응원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나처럼 완벽함을 위해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있는 엄마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엄마의 노력에도

도전을 두려워하고,

때론 아무것도 원하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답답하기만 하다면,

이 책을 읽고 한번쯤 나 스스로를 풀어줄어줄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완벽한 아이를 만들려다가

도전하지 않는 아이,

스스로 하지 않는 아이를 만들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엄마표 홈스쿨링을 도와주는 <도치맘 카페>를 통해 <니들북>에서 책만 제공받아 가이드 없이 제가 솔직하게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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